대출을 받거나 보험금을 청구할 때 금융기관에서는 개인이 지출한 경비 내역과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요구한다. 일일이 서류를 발급받아 내지 않아도 한 번에 이러한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금융(Financial)과 IT(Technology)이 융합되는 핀테크(FinTech) 시장에 최근 ‘스크래핑(Scraping)’ 기술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스크래핑(Scraping)’이란 인터넷 스크린에 보이는 개인 금융 정보 중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해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스크래핑’은 금융기관이나 국세청 등의 공공기관에서 이용자 정보를 수집해 개인의 신원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활용되면서 최근 금융시장의 트렌드 기술로 자리했다.
핀테크 시장의 핵심 기술로 떠오른 ‘스크래핑’
12일 서울 송파구 IT벤처타워 KISA 핀테크 기술지원센터에서 웹캐시 신현석 이사는 ‘B2B 핀테크 현황 및 기술혁신 사례’를 통해 최근 금융권에 트렌드하게 떠오른 ‘스크래핑’ 기술을 소개했다.
온라인과 모바일 인터넷 공간에서 결제 및 송금, 이체, 펀딩 등 각종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는 핀테크 시장에서 ‘스크래핑’이 유용한 기술로 떠올랐다. 신현석 이사는 스크래핑 기술을 통해 은행 직원을 만나지 않고도 대출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으로 지난해 출범해 만 1년을 맞은 케이뱅크는 스크래핑을 이용한 ‘비대면 아파트 담보 대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5일 아파트 담보 대출을 받을 때 은행에 나와 번거로운 서류를 제출하고 대출을 받는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절차가 생략될 수 있는 것은 스크래핑 기술 덕분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개인이 제출해야 할 증빙서류를 국가 기관에서 연결한 데이터를 대조하고 스크래핑 형태로 이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웅정보통신에서 개발한 모바일앱 ‘실손보험 바로청구’도 스크래핑을 통해 국내 38개 보험사의 보험금 청구가 한군데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이 앱은 이용자별로 다른 보험금 청구를 한 곳에서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스톱 보험금청구 서비스는 물론 그동안 받지 못했던 ‘놓친 보험금 찾기’, 가입보험 중복 및 과보장 여부를 알려주는 ‘내 보험 다보여’ 서비스 등을 통해 잊고 있었거나 미루고 있었던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웅정보통신 또한 금융사별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을 할 수 있는 스크래핑 기술을 접목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시중 은행들도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최근 기업은행은 종이 영수증이 필요 없는 디지털 영수증 서비스 ‘경리나라’를 선보였다. KEB하나은행도 이용자들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금융통합어플리케이션 ‘핀크’를 야심차게 내놓았다.
핀테크 스타트업도 ‘스크래핑’, 다양한 아이디어 가능
‘스크래핑’이 과거에는 특정 금융사와 정부기관에서 관리하던 정보들이 한 데 모을 수 있게 해주면서 핀테크 스타트업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뱅크샐러드, 브로콜리는 모바일 가계부 앱에 스크래핑을 적용시켰다. 이들은 사용자들이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면 은행과 카드사의 정보를 스크래핑을 통해 가져온다. 예금 잔액 조회 및 대출, 신용카드 내역 등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어 편리성을 높였다.
뱅크샐러드는 신용카드, 체크카드를 통합관리하면서 예·적금 등 국내에서 가입 가능한 1375개 금융상품을 비교 분석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무엇보다 스크래핑 기술은 복잡한 보험시장에 적격이다. 흩어져 있는 보험 상품을 모아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슈테크 스타트업 ‘보맵(bomapp)’은 스마트폰 인증만으로 그동안 사용자가 가입한 보험 상품 내용과 보험료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복잡해서 몰랐던 중복 가입 특약이나 과보장 여부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한 ‘숨은 보험금 찾기 서비스’에도 스크래핑 기술이 숨겨져 있다. 이용자들은 숨은 보험금 찾기 서비스를 통해 그동안 수령하지 못했던 보험금 8300억 원을 찾아갔다.
스크래핑 기술에 빅데이터는 필수적인 조합이다. 스크래핑 기술을 기반에 둔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축적해 사용자의 패턴을 분석, 더욱 더 다양한 상품을 준비 중이다. 보맵은 빅데이터를 축적해 향후에는 보험설계사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이 가능하도록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핀테크 산업 중심에 있는 스크래핑 기술이지만 한계점도 있다. 신현석 웹캐시 이사는 “스크래핑 기술이라는 것이 사용자의 정보를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금융기관의 웹사이트가 정기점검을 해 차단하거나 오류 등이 발생하면 스크래핑 기능도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없다. 제도적 제약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신 이사는 “금융기관의 정보 공유 여부 및 고객 유치 등 아직까지 핀테크 스타트업에게는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 한다”며 “정부가 데이터를 오픈하는데 도움을 주고 대기업들도 상생의 길을 모색해 함께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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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4-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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