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전광판에는 4:00이라는 숫자가 카운트되기 시작했다. 모두들 숨을 죽었다. 시간 카운트가 끝나자 무대 정면에 위치한 화면에는 청중 심사위원들의 점수가 일제히 올라왔다.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창업지원공간 팁스타운 홀에서 팁스 프로그램(Tips,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의 일환으로 열린 ‘Beyond TIPS’ 대회는 여느 때와는 다른 패턴의 스타트업 피칭 대회였다.
이 날 ‘4차 산업혁명 이노베이터’를 뽑는 자리는 마치 올림픽경기장과 같았다. 4분간의 피칭 발표를 마친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즉석에서 점수가 공개되자 긴장감을 내비췄다.
올림픽 경기장 같이 긴장감 넘쳤던 피칭 현장
한국공학한림원의 주관으로 개최된 이 날 행사는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며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선발하겠다는 취지에 맞게 기술력이 탄탄한 스타트업 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에스오에스랩 팀은 차량의 자율주행을 위한 소형 라이더를 들고 나왔다. 에스오에스랩 정지성 대표는 “현재 초기 연구 개발팀 내 샘플 공급 및 협업 연구 중”이라고 말하고 “앞으로 공동 양산을 추진하며 산업용 및 연구용 라이다의 B2B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르세우스 팀은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에 악성코드나 악성소프트웨어(malware) 감염이나 해커의 침입 시에도 자동차 고유의 기능을 보장할 수 있는 시큐리티 솔루션을 개발했다. 서상범 페르세우스 대표는 “자동차가 자율주행 중 보안 문제가 발생되면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며 “실시간 대응을 할 수 있는 보안솔루션이 필요하다”며 자사의 제품을 소개했다.
한국해양바이오클러스터(주) 팀은 객석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 여름철 에어컨 악취로 고민하는 이들이 반색할만한 소식을 들고 왔기 때문이었다. 자동차 에어컨 냄새의 원인은 에어컨에 서식하는 악취 미생물로 인해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때문이다. 한국해양바이오클러스터는 천연 미생물을 활용해 에어컨 악취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천연 무취미생물을 분리 동정하고 배양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한국해양바이오클러스터 팀은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면 자동차 뿐 아니라 가정용 에어컨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이 날의 주인공은 닷(dot) 팀과 폴라리언트 팀이었다.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든 점자 워치 ‘닷 워치’를 개발한 닷(dot)팀이 최우수상을, 편광 현상을 이용한 측위기술을 선보인 ‘폴라리언트’ 팀이 우수상에 선정되며 최종 영예를 얻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닷 팀의 주요 제품은 ‘닷 워치’(점자 시계). 닷 팀은 기존 시각장애인용 점자 단말기의 표현력 한계와 저조한 이용률을 개선해 점자가 저절로 움직이는 능동형 점자 스마트 워치를 개발한 점이 가장 큰 점수의 요인이 됐다. 최근 중국의 8천만 명의 시각장애인들을 겨냥해 진행된 제품 런칭 효과도 컸다.
닷 워치는 손 끝 터치로 문자 등 메시지와 시간, 네비게이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블루투스로 카톡과 SNS를 연동하는 메신저 기능도 추가됐다. 사람마다 문자를 읽고 이해하는 독해 수준이 다른 만큼 속도 조절 기능도 포함했다.
가장 중요한 장점 중 하나는 가격이었다. 보통 기존의 점자워치들이 30만원 이상의 고가에 가격이 형성되어있는데 닷 워치는 30만원 이하로 목표가격을 설정해 가격적인 메리트를 두었다.
수익 포인트도 다양했다. 김주윤 닷 대표는 “닷 셀이라는 부품을 판매하고 완제품으로는 ‘닷 워치’라는 점자 시계와 올 해는 스마트 태블릿형인 ‘닷 패드’를 개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막 개미에게서 얻은 영감이 새로운 기술로 탄생
폴라리언트 팀은 편광 기술을 활용한 실외측기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문 심사위원들의 마음뿐만 아니라 청중 심사위원들의 마음도 흔들었다. 발표한 총 8개 팀 중 청중 심사위원의 점수가 5점 만점 중 4.29점으로 가장 높았다. 닷 팀이 4.27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폴라리언트는 편광센서 모듈을 개발하고 있다. 모바일 VR(가상현실) 컨트롤러를 연구 개발하다 편광 현상을 기반으로 한 실외측기로 방향을 돌렸다. 장혁 폴라리언트 대표는 제품의 실마리를 고등학교 때 과학 잡지에서 읽었던 사막 개미 기사에서 얻었다. 그는 “사막개미는 먹이를 찾으러 100~200m 떨어진 곳까지 갔다가도 다시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온다. 바로 개미의 ‘눈’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막 개미의 눈은 ‘겹눈’으로 일종의 편광 필름과 같은 역할을 한다. 개미 눈이 태양에서 반사되는 편광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집을 잘 찾아올 수 있었던 것. 편광(polarization)이란 전자기파가 진행할 때 전기장(일반적인 빛) 또는 자기장이 특정한 방향으로 진동하는 현상을 뜻한다. 장혁 대표는 사막 개미의 눈에서 영감을 얻어 편광 현상을 우리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개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우수상과 최우수상을 닷 팀과 폴라리언트 팀은 각각 300만원과 500만원의 상금과 연말 공학한림원에서 개최하는 CEO조찬집담회에서 피칭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또 연말에 개최되는 그랜드컨벤션 행사에도 자동 출전하게 된다.
대회를 주관한 한국공학한림원측은 “참여 기업 모두가 쟁쟁한 팁스 프로그램 예선을 뚫고 진출한 팀인 만큼 기술력이 탄탄하고 아이디어가 참신했다”고 평가하고 “이번 대회를 계기로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들이 더욱 많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며 소감을 밝혔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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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3-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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