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막의 선사 유적지 분석을 통해 약 1만년 전 사하라 아프리카인들이 야생 곡물을 재배하고 저장했었다는 연구가 나왔다. 통상 인류의 농경은 8000년 전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초기 농경의 흔적 발견 이외에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대체 작물이 필요한 경우에 대한 교훈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저널 ‘네이처 플랜츠’(Nature Plants)에 게재된 이 연구는 영국 허더스필스 대와 이태리 모데나 & 레지오 에밀리아대의 공식 협력에 의해 이루어졌다.
사하라의 작은 밀집장소에서 곡물 20만개 발견
연구팀은 리비아 남서부의 타카코리(Takarkori)라는 유적지에 있는 고대 암혈 주거지(rock shelter)에서 나온 유물들을 조사했다. 이곳은 지금은 사막이지만 약 1만년 전 홀로세(Holocene) 시대에는 ‘녹색 사하라’의 일부로 야생 곡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타카코리에 있는 작은 원형의 밀집된 장소에서 20만개 이상의 씨앗이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당시의 수렵-채집인들이 농작물을 수확하고 저장하는 초기의 농경 형태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른 해석도 있을 수 있다. 즉 씨앗을 옮길 능력이 있는 개미 등이 혹시 이같이 밀집된 종자를 모아놓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점이다. 허더스필드 대학의 법의생물학자이자 법의학과 고고학 분야의 선도적인 곤충학자인 스테파노 배닌(Stefano Vanin) 박사는 모데나 & 레지오 에밀리아대에 보관돼 있는 수많은 표본들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개미가 곡물을 모아 저장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씨앗을 수집해 저장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발견했다.
도자기에 곡물 수프와 치즈 흔적
이에 앞서 영국 브리스틀대와 이태리 공동연구진은 타카코리와 우안 아푸다(Uan Afuda) 지역에서 BC 8200~6400년 경의 도자기에서 식물을 가공한 직접적인 증거를 처음 발견해 ‘네이처 플랜츠’ 2016년 12월호에 보고한 바 있다.
타카코리에서의 조사는 아프리카에서 곡물 씨앗의 저장과 재배에 대한 최초의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씨앗을 모으기 위해 사용한, 식물 뿌리로 엮은 바구니 흔적을 포함해 다른 핵심적인 발견도 이루어졌다. 이와 함께 도자기를 화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곡물 수프와 치즈가 생산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의 이 같은 발견과 이 연구에서 얻을 만한 새로운 교훈은 ‘홀로세 사하라에서 인간의 자취와 야생 곡물 재배로부터 밝혀낸 작물 행태’란 제목으로 ‘네이처 플랜츠’ 지에 보고됐고, 이 논문에는 안나 마리아 메르쿠리(Anna Maria Mercuri)와 리타 포르나치아리(Rita Fornaciari), 마리나 갈리나로(Marina Gallinaro), 사비노 디 레니아(Savino di Lernia)와 배닌 박사가 공저자로 참여했다.
미래의 식량자원으로 주목
논문의 결론 중 하나는 홀로세 사하라인들이 수확한 야생 곡물들이 비록 현대 농업의 관점에서는 ‘잡초’에 불과할지라도 미래에는 인류의 중요한 식량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먼 옛날의 변화하는 환경에서 이 작물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행태는 다가오는 지구온난화시대에도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주요 자원의 하나로 주목받게 한다”며, “이 작물들은 현재도 아프리카에서 성공적으로 재배되고 있고 새로운 식량자원으로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타카코리에서의 발견을 토대로 한 연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배닌 박사는 이 유적지에서 동물 사육의 진화를 탐구하기 위해 관련 곤충의 증거를 분석하고 있는 제니퍼 프라델리(Leverhulme Trust) 박사과정생을 지도하고 있다. 제니퍼 프라델리는 영국 레버흄 연구기금에서 100만 파운드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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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3-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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