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사회는 단순히 상품 혹은 서비스의 형태로 가치를 만들고 판매하는 구조로는 산업을 주도할 수 없다. 상품을 소유하는 형태보다는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하다. 최근 세계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플랫폼 비즈니스 기반의 기업들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란 사업자가 구축해 놓은 네트워크에 소비자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든지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사업의 형태라고 정의된다. 구글, 바이두, 우버, 에어비앤비 등이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이라 할 수 있다.
각 핵심 산업 분야별 플랫폼 비즈니스로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 초청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나갈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들은 누구일까.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핵심산업을 4가지로 분류하고 각 산업분야의 글로벌 기업과 국내 유망 기업을 선별해 초청했다.

핵심산업은 헬스케어, 모빌리티, 에너지, 제조혁신 플랫폼 분야가 꼽혔고 각각의 플랫폼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는 헬스케어 분야에 미국의 머크 USA와 메디데이타가,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미국의 우버와 독일의 보쉬가 꼽혔다. 에너지 플랫폼 분야에서는 프랑스의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제조혁신 플랫폼 분야에서는 중국의 바이두와 미국의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선정되었다.
이에 대응하는 국내기업으로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코아제약이, 모빌리티 분야에서 카카오 모빌리티가, 에너지 플랫폼 분야에서는 인코어드 테크놀로지스, 제조혁신 분야에는 포스코를 선정하고 앞으로 국내 기업이 나아갈 혁신 해법을 들어봤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대표적인 우버, 그에 대응하는 국내 기업 카카오
가장 관심을 모은 세션은 ‘모빌리티 플랫폼’이었다. 전 세계 대표적인 카쉐어링 기업 ‘우버’가 나섰기 때문이다. 우버의 아시아 디렉터 에밀리 포트빈(Emile Potvin) 전략제휴 총괄 이사는 우버가 일으킨 혁신 사례들을 설명했다.
우버는 80여개국 600여개 도시에서 운행 중인 승차 공유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드라이버의 신원 확인, 요금 예측, 믿을 수 있는 상호 신뢰도 평가, 신속한 앱 내 지원, 앱에 등록한 신용카드로 요금 자동 결제, 하나의 앱으로 세계 어디에서나 원하는 언어로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며 어느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한 시장을 개척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우버의 글로벌 성공 신화와는 별개로 한국 시장에서 우버는 처절한 패배의 아픔을 겪어야했다. 지난 2015년 우버의 대표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X’는 한국 시장에서 쓴 맛을 보고 철수해야했다. 우버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한국시장에 새로운 서비스를 들고 찾아왔다.
지난 8월 런칭한 배답앱서비스 ‘우버 이츠’와 9월에 런칭한 출퇴근 카풀 서비스 ‘우버 쉐어’가 그 것. 서울 강남 지역 등 특정지역에서의 제한된 서비스로 진행되고 있어 아직 어색한 서비스들이지만 우버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국내 시장에 어떤 파급효과를 나타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버는 이제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역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모빌리티 플랫폼’을 완성하고자 한다. 프리미엄 개인택시 서비스 ‘우버 블랙’과 교통 약자들을 라이딩하는 ‘우버 어시스트’, 완벽한 자율주행차 공유 시스템 계획과 시범 운행 중인 200여대의 전기차 파일럿 서비스, 세계 최초로 상용배달에 성공한 ‘우버 트럭’, 나사와 연결해 시도하려하는 비행택시 ‘우버 에어’에 이르기 까지 이들이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무궁무진하다.
에밀리 포트빈 이사는 “모든 여정을 함께 나누는 여행으로 바꾸고,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신뢰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만드는 것이 바로 우버가 꿈꾸는 미래”라고 밝혔다.
거대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 사이를 헤쳐나가야 할 국내 기업들
이러한 거대 플랫폼 기업 ‘우버’에 대응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카카오’다. 카카오 택시는 ‘우버’라는 글로벌 거인을 물리치고 국내 택시 앱 시장을 석권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안규진 이사는 “카카오 택시는 하루 150만 건의 콜, 1700만명의 계정이 생성되어 있으며 월 600만명이 사용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최근 자사 택시 앱 ‘카카오 택시’를 ‘카카오 T’로 변경하고 진정한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규진 이사는 “모든 이동 수단을 하나의 앱에서 ‘심리스(끊김없이·이음새 없이, seamless)’하게 이어지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카카오 T’를 런칭했다”고 밝혔다.
카카오 T에는 택시 앱 ‘카카오 택시’, 프리미엄 택시 ‘카카오 블랙’, 네비게이션 ‘카카오 네비’, 대리운전 ‘카카오 드라이버’, 주차공간을 찾는 운전자에게 주차장을 추천하고 주차공간을 제공하는 ‘카카오 주차’ 서비스가 하나의 앱에서 함께 운영되고 있다.
안 이사는 “앞으로는 사람의 이동 뿐 아니라 사물의 이동 또한 스마트하고 편리하게 이어지도록 확장하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세계시장을 점령한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물러서는 경우가 있다. 우버X가 그러했고 구글이, 월마트가 그렇다. 우리 국민들의 성향이나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서 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국내기업들의 특별한 노하우도 한몫했을 것이다.
앞으로 기업의 가치는 단순히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는 공급 중심의 회사가 아니라 상호 연결을 돕고 판을 벌려주는 플랫폼 기반의 회사에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글로벌 기업의 노하우를 국내 기업만의 특장점으로 벤치마킹하여 다시 세계 시장에 내놓는다면 우리 기업들에게도 승산이 있다. 틈새시장을 공략해 정확하게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하는 기업들 모두가 바로 그 주인공일 수 있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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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11-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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