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와 ‘덕후’, ‘너드’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잉여인간’과 3류 문화 ‘병 맛 코드’가 공존하는 디지털 공간에서는 이제까지 기성세대들이 생각하는 세상과는 확연히 다른 문화가 펼쳐진다.
더 이상 이들은 기업이 만들어낸 브랜드나 제품에 관심이 없다. 새로운 소비세대로 등장한 디지털 세대들에게는 어떤 방법으로 소구해야 할까.
디지털 세대와 문화를 이해하고 접근하려는 사업자들의 실무능력을 배양시키기 위한 실전 세미나가 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창업지원공간 디캠프에서 열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주관으로 마련된 이번 세미나에서는 I·SEOUL·U 프로젝트 소셜 디렉터 박찬우 왓이즈넥스트 대표와 모아특허법인 윤경민 변리사,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신영수 교수가 참여해 최근 디지털 콘텐츠 트렌드를 살펴보고 이에 맞는 법적인 이슈가 공유되었다.
디지털 세대가 점령한 디지털 문화 세상,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우리가 흔히 디지털 문화는 이에 맞는 기술이 최우선된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디지털 문화를 점령하고 있는 세대들은 더 이상 기술이 중요하지 않다.
박찬우 왓이즈넥스트 대표는 빠르게 변화하고 또한 빠르게 식상하고 있는 신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이제 디지털 세대들에게 VR(가상현실)은 더 이상 신기한 아이템이 아니다. 콘텐츠가 기술을 따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은 그들의 문화 위에 얹어가는 ‘토핑’같은 재료이다. 중요한 것은 ‘컨텐츠’이다. 하지만 대량으로 만들어낸 콘텐츠는 매력이 없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마케팅’의 저자 더글러스 홀트(Douglas Holt)는 “이제 소비자들은 브랜드들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콘텐츠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박찬우 대표는 고객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비 주체들이 어떻게 놀고 있는지를 관찰하고 그들이 노는 공간으로 온라인으로 옮겨줘야 한다.
디지털 세상은 특정한 제품과 서비스, 놀이에 집중하는 ‘덕후’들의 공간이다. 과거 ‘덕후’는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덕후’를 잡아야 성공한다.
‘덕후’ 전에는 ‘오타쿠(Otaku, おたく)’라는 용어가 있었다. 박 대표는 “일본에서 불리는 ‘오타쿠’는 일본 이지메 현상에서 비롯되었다. 집에 틀어박혀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열광한 결과 오타쿠들이 탄생되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집에 틀어박혀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집착하는 ‘히키코모리’와는 비교된다. 오타쿠들은 자신의 성향과 맞는 이들과 함께 소통하며 어울려 친목관계를 형성한다.
영어권에서는 ‘너드(nerd)’라고 불린다. 영어권에서 너드는 지능이 뛰어나지만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거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을 뜻한다. 좋아하는 주제로 친목관계를 유지하는 ‘오타쿠’나 한국식 표현인 ‘덕후’와는 다소 다르다.
이들은 무엇이든 자신들이 좋아하는 주제를 주면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영화 ‘데드풀’ 이벤트는 ‘가장 많이 본 사람’을 뽑는 것이었다. 1등은 33번을 본 관객이었다. ‘영덕후’(영화에 몰입하는 덕후)들은 남들과는 다른 ‘덕심’을 자랑하기 위해서 서울에 살면서도 용산에 위치한 아이맥스(IMAX)영화관을 넘어 천안, 울산 아이맥스(IMAX)관까지 진출하기도 한다.
한 쇼핑몰에서는 12주년 기념이벤트로 선물을 나눠주기는커녕 선물을 자신들에게 보내달라고 했다. 29명이나 되는 사람이 선물을 보냈다. 언뜻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들이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박 대표는 “이들은 관찰해서 이들이 원하는 것을 지금 당장, 필요할 때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요즘 소비자들은 온디맨드를 원한다”며 디지털 세대에게 소구해야 할 전략을 조언했다.
디지털 컨텐츠 산업계의 고질적인 불공정 거래, 사전적 대응방법 효과적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자문위원인 신영수 경북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컨텐츠 계약의 실태를 살펴보고 대응할 수 있는 법적 보호수단에 대해 공유했다.
콘텐츠 산업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단계와 유통시키는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디와 기술이 중요한 콘텐츠 제작 부문은 자본이 적게 들어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중소 영세기업들이 주도한다. 반면 네트워크와 대규모 자본이 소요되는 유통 단계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아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주로 진출하는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제작 부문이 노동 및 기술 집약성이 강하고 소요비용이 높지 않은 반면 제조업과는 달리 콘텐츠의 상품성과 매출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불공정 거래를 초래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신 교수는 “거래 단계상의 지위 및 자금 및 기술 의존도, 경제력 및 교섭력 측면에서 제작자와 유통업자간의 역량 비대칭 및 불균형이 발생 된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유통업자 내지 대기업에 유리한 거래조건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불공정거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방지하는 방법과 사후에 대응하는 방법 두 가지가 제시되었다. 먼저 사전적 대응방법으로 중소 콘텐츠 제작자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후견적 조력 및 콘텐츠 분야의 공정거래와 준법경영 등이 제시되었다. 사후측면으로는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을 적용해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
신영수 교수는 “산업 및 거래 특성상 피해자의 신고 및 규제자의 적발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사전적 대응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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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9-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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