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맛보고 가세요.” 박람회장을 휘감는 구수한 냄새. 때 아닌 청국장 냄새가 진동한다. 보글보글 끓인 청국장을 한 숟가락 떠 시식을 권하는 청년을 지나면 천연 수제 요구르트를 냉장고에서 꺼내며 맛을 권하는 부스가 나온다.
선조들의 발효 지혜를 전통주와 김치, 된장, 젓갈, 식초, 요구르트 등으로 만들어가는 전국의 장인들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 C홀에 다 모였다.
17일에서 19일 사흘간 열린 ‘2017 서울발효식문화전’에서는 매년 성장하는 국내 전통발효식품 시장에 발맞추어 우리 고유의 발효식품을 필두로 특허받은 이색 발효식품 포장용기, 몸에 좋은 발효고, 발효효소 등도 만나 볼 수 있었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된장, 청국장이 새롭게 변신
발효식품하면 ‘장류’는 기본이다. 특히 콩을 근간으로 만드는 된장, 청국장은 우리 조상의 깊은 지혜가 담긴 최고의 발효식품 중 하나이다.
콩은 예로부터 밭에서 나는 쇠고기로 불릴 정도로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 여기에 리놀산·리놀렌산 등의 불포화 지방산이 다량 포함되어있어 영양상으로 우수하다. 이 콩을 이용하여 만든 된장도 영양이 풍부하다.
된장도 그렇지만 청국장은 독특한 우리 식문화 중 대표적인 발효음식이다. 한국 향토문화 대백과사전에 의하면 청국장은 삶은 콩을 메주를 만들지 않고 곧바로 띄운 된장의 일종으로 경상북도 안동 지역의 향토음식이다.
청국장은 전시에 단기 숙성시켜 빠르게 제조해서 먹을 수 있는 장이라고 해서 전국장(戰國醬), 또는 청나라에서 배워온 것이라 하여 청국장(淸國醬)이라고도 불린다.
흔히 먹던 청국장을 새롭게 변화시킨 발효식품업체들이 많이 보였다. 주로 청국장을 가루로 만들어 쉽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청국장 가루에 다른 재료를 가감해서 맛과 영양에 남다른 요소가 있도록 개발한 업체도 있었다.
경남 의령에서 올라왔다는 ㈜오의령미래식품 최영옥 대표는 국산 콩을 기본으로 갈대뿌리를 달여 만든 청국장 가루를 선보였다. 그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고단백 영양소가 들어있는 우리 콩을 엄선해서 가마솥에서 발효시키고 갈대뿌리를 달여 갈대뿌리에 많이 들어있는 ‘파라푸마레이트’라는 성분이 함유되도록 개발했다”며 기존 청국장과 다른 점을 설명했다.
된장은 꼭 물을 부어 끓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제품을 만든 개발자도 있었다. ‘정미숙의 발효이야기’ 정미숙 대표는 끓이지 않고 직접 생으로 먹는 ‘생효소 된장’을 개발해 새로운 개념의 된장을 보여줬다. 그가 만든 생효소 된장은 채소에 찍어 먹거나 나물 등에 무쳐서 바로 먹을 수 있다.
정미숙 대표는 “된장을 끓이면 좋은 미생물이 파괴된다는 것을 알고 나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저염 생효소 된장을 개발했다”며 제품 개발 동기를 설명했다.
그가 된장을 배우게 된 것은 오랫동안 시달려왔던 당뇨병 때문이었다. 병을 고치기 위해 찾은 경남의 한 사찰에서 전통 된장 담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이 후 된장의 좋은 효능을 몸소 깨달으면서 직접 된장 개발에 뛰어들게 되었다. 그는 최근 전통장류가 대형화 공장화되는 추세를 안타까워했다. 정 대표는 ‘발효’는 자연적이면서도 과학적인 기초에 맞춰야한다고 강조했다.
명맥 사라져가는 전통주, 세계적이고 대중적인 술로 거듭나야
전통주도 대표적인 발효식품이다. ‘전통주’는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제조방법에 따라 만드는 술을 일컫는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전통주는 ‘주류부문의 식품명인, 중요무형문화재와 시도지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한 술’, ‘농업경영체 및 어업경영체, 생산자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소재지 관할 지역 및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주원료 만든 술로서 지자체장 등의 추천을 받아 제조한 술’, ‘예로부터 전승되어오는 원리를 계승, 발전시켜 진흥이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정한 술’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전수되어야 하는 기법과 명인의 손길이 필요한 전통주는 숱한 전란과 일제 식민지를 거쳐 오면서 사라지고 있다. 살아남은 술들도 소멸될 위기에 처해있다. 명인안동소주, 문배술, 이강주 등은 명맥을 이어가는 몇 안 되는 전통주들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황금보리로 만든 황금보리소주가 대표 전통주로 선보였다. 황금보리를 50% 정도 도정하여 발효시키고 증류시킨 제품이다.
이 밖에도 백련맑은술, 면천두견주, 능이주, 송이주, 칠선주 등의 약주와 산내울오미자주, 복분자주, 사과주 등의 과실주 등 다양한 맛과 발효 향을 지닌 전통주들이 눈길을 끌었다.
(사)한국전통주진흥협회장 김홍우 회장은 “전통주는 한식과 결합하여 6차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상징이 될 수 있다”며 “멕시코의 데킬라가 멕시코시티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인 술로 부각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 전통주도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회 기간 동안에는 ‘식초’에 대한 깊은 논의도 이루어졌다. 17일 (사)한국전통식초협회는 우리 전통식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전통발효식초의 산업경쟁력을 모색하기 위해 ‘전통발효식초제품의 다각화 방향’, ‘발효식초의 발효메카니즘 규명’ 등의 심도깊은 주제의 식초심포지움을 개최했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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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8-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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