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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은영 객원기자
2017-06-15

"책의 미래, 아날로그 잊지 말아야" 예프 반 데르 아부올트 CEO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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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 버린 추억은 애틋하다. 사람들은 유년 시절 친구들과 해질 때까지 놀이터에서 잡기 놀이를 하거나 보드게임을 할 때를 떠올리며 감상에 젖는다. 새로 나온 컴퓨터 게임이 아무리 멋지더라도 친구들과 어울려 공유했던 경험의 조각과는 바꿀 수 없을 것이다.

14일(수) 서울 삼성동 코엑스 B1홀 국제컨퍼런스홀에서 만난 예프 반 데르 아부올트(Jef van der Avoort) 스퀴럴사의 CEO는 그 이유에 대해 “인간의 본성은 아날로그(analogue)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에서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

예프 반 데르 아부올트 CEO는 14일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의 전자출판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스토리 르네상스, 디지털 세상에서의 번영’이라는 주제로 한국 관객들과 만났다.

예프 반 데르 아부올트(Jef van der Avoort) 스퀴럴사의 CEO는 13일 코엑스의 서울국제도서전 전자출판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인간의 본성은 아날로그를 추구한다고 보고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은영/ ScienceTimes
예프 반 데르 아부올트(Jef van der Avoort) 스퀴럴사의 CEO는 14일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전자출판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전자출판의 미래를 논했다. ⓒ김은영/ ScienceTimes

그는 앞으로 전자출판의 미래는 ‘사람들의 아날로그를 자극하면서 디지털의 경계에 머무는 영역의 서비스’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스퀴럴사는 세계 최초의 위치기반 도서추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앱을 다운로드 받은 고객이 유명 서점을 지나면 해당 지역의 서점에서 가장 유명한 혹은 추천할만한 책의 인용문구를 고객에게 띄워준다. 추천하는 책을 보여주고 책을 구매할 수 도 있게 해준다.

미국 미디어에서는 ‘책의 포켓몬고’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는 향후 자신의 서비스가 구글의 증강현실(AR) 글라스 등을 통해 더욱 확장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예프 반 데르 아부올트 CEO는 창업하기 전 레고와 필립스 앤 하스브로 등의 국제적인 브랜드에서 일을 했다. 그의 이러한 경험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계의 경계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을 깨닫게 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는 “앞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잘 활용할 줄 아는 작가와 출판사들이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에게 직접적인 경험을 주는 것을 아날로그, 추상적인 개념을 합쳐놓은 것이 디지털이라고 정의 내렸다.

디지털이 효율성을 의미한다면 아날로그는 감정의 신호를 뜻한다. 그는 학창시절 한 여학생에게 받았던 편지를 아직도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편지에 뿌렸던 향수의 내음과 손으로 한자 한자 적어내려간 글씨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는 지금은 비록 다른 사람과 결혼했지만 16세의 그 경험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그에게는 그 기억이 바로 ‘아날로그’였다. 그는 아날로그란, 이처럼 인간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아날로그로의 회귀, 불완전의 탐색 추구

그는 아날로그는 ‘스토리’라고 강조했다. 스토리는 완벽하지 않다. 중간중간 비어있기도 하고. 사실 그래서 특별하다. 하지만 디지털은 완벽하다. 그에게 완벽한 디지털은 편리하기는 하지만 재미는 없다.

예프 반 데르 아부올트 CEO는 우리가 디지털이 주는 서비스에 중독이 될 수는 있지만 디지털에 감동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예프 반 데르 아부올트 CEO는 우리가 디지털이 주는 서비스에 중독이 될 수는 있지만 디지털에 감동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디지털 때문에 너무 너무 행복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사람들은 디지털을 경험하면서 행복하다고 하지 않아요.”

그는 이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14시간을 미국 텍사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야했다. 예프 반 데르 아부올트 CEO는 “당신은, 왜 나는 이렇게 힘들게 만나 이 자리에 있는가”하고 반문했다.

디지털 시대에 온라인에서 화상으로 만나거나 챗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것이다. 그는 "접촉하고 만나서 서로를 확인하는 이러한 과정들 전부 ‘아날로그’이다. 인간이 아날로그를 추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답했다.

세계가 점점 디지털화되고 있다. 점점 완벽해지고 있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시대에 완벽한 부분에서 미완성의 부분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불완전에 대한 탐색’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완벽하지 않는 것에 향수를 느끼고 불완전한 시대를 회상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그는 바로 이러한 현상이 해마다 높은 레코드판 판매와 연필 판매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뇌는 현존하는 최고의 가상현실 엔진

예프 반 데르 아부올트 CEO는 ‘상상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현존하는 최상의 가상현실 엔진은 ‘인간의 뇌’였다. 우리는 때때로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책에 나오는 캐릭터 설정이나 영화의 현실적 배경이 책에서 상상했던 것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무한대의 상상력이 펼쳐진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느끼는 감정이 사람들마다 비슷한데 비해 책을 읽고 난 후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천차만별이다. 책은 읽은 사람의 입장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이해된다.

13일 서울국제도서전 부대행사로 열린 전자출판 국제컨퍼런스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 김은영/ ScienceTimes
14일 서울국제도서전 전자출판 국제컨퍼런스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상상력은 훌륭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세상에 그렇게 많은 북클럽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인간의 상상력이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서로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며 느끼는 감정을 즐겁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예프 반 데르 아부올트 CEO는 상상력에 비즈니스 포인트가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를 ‘맥락에 따른 맞춤 비즈니스’라고 칭했다.

위치(Location), 시간대(time of day), 기분(mood), 소리(sound), 냄새(smell), 엔도르핀(Endorphins) 등 이런 것들은 상상력을 증폭시켜준다. 그는 그냥 꽃을 볼 때와 향기까지 맡을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꽃을 디지털로 볼 때는 아무 감흥이 없을 수도 있지만, 어떤 페이지에서는 꽃향기, 어떤 부분에서는 풀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를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경험을 자극하는 아날로그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출판에 있어서도 사람들의 상상력을 어떻게 자극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봐야한다"고 말했다.

해리포터의 마법봉을 만들어 팔 수 있다. 그는 “마법봉이라는 만들어진 제품을 판매하는 것 보다 아이들이 나뭇가지에서 ‘마법봉’이라는 상상력을 끄집어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은영 객원기자
teashotcool@gmail.com
저작권자 2017-06-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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