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공급을 결정한다."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로운 초연결 시대에 사는 소비자들은 직접 자신이 어떤 물건을 살 것인지 결정한다. 원하는 만큼 사고 사고 싶은 것을 팔라고 요구한다. 바로 '온디맨드'(On-Demand)' 방식이다. '온디맨드'(On-Demand)란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하며 수요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나 전략 등을 의미하는 단어로 그동안 IT 업계에서 폭 넓게 사용되어 왔다.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얼마나 발 빠르게 응대해줄 수 있는가'는 온디맨드 사업의 핵심이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대응해주어야 하는 서비스의 특성상 의사 결정 단계가 많은 대기업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 최근 스타트업의 틈새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29일 서울 중구 CKL 기업지원센터에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온디맨드 서비스 회사들이 소개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스타트업 창업기를 공유하며 온디맨드 서비스의 성공 노하우를 전했다.
수학영재가 만든 돼지고기 판매점 '정육각'
정육각(Jeongyookgak) 김재연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응용 수학을 전공한 수학 영재이다. 그는 미국 유학을 앞 두고 갑자기 삼겹살 판매를 시작했다. 별안간 창업의 길에 들어선 까닭은 무엇일까. "돼지 고기를 너무 사랑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먹었던 돼지고기 맛은 왜 찾을 수 없을까' 라는 단순한 물음에서 시작된 창업의 길이었다. 유학을 앞두고 그는 돼지고기를 먹고 맛이 없음에 실망했다. 도축한지 오래되어 신선도가 사라진 고기였다.
호기롭게 도축장에 방문해 고기를 시키고 나서 돼지고기 맛의 비밀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생각한 맛의 비결은 바로 도축 후 유통시간에 있었다. 도축한지 5일 이내에 유통된 고기가 신선하고 냄새가 나지 않으며 맛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기존의 돼지고기 유통단계는 도축 후 도매와 소매를 거쳐 소비자들에게 가다 보니 시간이 7~45일까지 걸렸다. 소비자들이 신선한 고기를 빠른 시간 내에 먹기 위해서는 '온디맨드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소비자들이 원할 때 바로 사서 하루 안에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었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해 정확한 데이타를 산출하고 주문을 받도록 만들었다. 가격도 정확한 그램을 측정해 무게만큼만 과금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소비자들은 원하는 제품을 즉각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선주문이 쇄도했다. 김 대표는 전체 매출의 15%인 50대가 쉽게 앱을 다루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전화 주문 및 클레임을 일일이 응대하며 고객을 관리했다. 고객의 반응과 구매 패턴을 고려해 마음을 사로잡는 정책을 펼친 것이 성공의 요인이었다.
주차장으로 카페로 직접 찾아가 옷 만들어 주는 '스트라입스'
스트라입스(STRIPES)는 남성 토탈 패션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직접 고객들을 방문해 사이즈를 재어 개별 맞춤형으로 옷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서울에 이어 부산, 대구에 지점을 열었다. 홍콩, 싱가폴 등 해외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사업 초창기에는 맞춤형 남성 셔츠 및 정장을 판매했다. '남성 맞춤 정장이 원단에 비해 너무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 스트라입스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스트라입스 서종훈 마케팅 팀장은 "90만원 짜리라고 하는 양복을 반 값에 맞췄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동대문에서도 가장 저렴한 원단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았을 때 화가 났다"고 말했다.
서 팀장은 창업 초기 좌충우돌했던 실패담을 털어놓았다. 이들은 사업 초기 맨바닥을 맨몸으로 달려들었다. 서울 강남역 한복판에 '치수를 재어드립니다'는 배너 광고판을 세우고 이틀만에 500여명의 정보를 알아냈을 때는 한껏 고무되었다. 하지만 거의 아무도 주문을 하지 않았다. 인맥을 앞세우며 회사 복지로 옷을 맞추라고 영업을 뛰었지만 실적은 바닥을 기었다. 15명이던 직원이 3명으로 줄어들고 회사는 문을 닫기 직전이었다.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회사를 정비한 끝에 나온 묘수는 페이스북 광고였다. 수많은 테스트 끝에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온디맨드 서비스' 를 강조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그 다음은 발로 뛰었다. 고객이 부르면 주차장이고 카페고 사무실이고 어디든 달려가 사이즈를 쟀다. 원하는 제품으로 만들 수 있도록 철저하게 고객에게 맞췄다.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전국에서 주문이 몰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출 수 있게 되었더니 그 다음은 탄탄대로였다. 온디맨드 서비스의 처음과 끝은 모두 '소비자'에게 있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듣고 보고 제공했을 때, 발로 뛰고 맨 몸으로 부딧치며 한 명 한 명을 응대했을 때 고객들은 이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기업에서는 할 수 없는 세세한 부분들을 어루만져주었던 점이 바로 온디맨드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이 새겨 들어야 할 최고의 성공 노하우였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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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3-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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