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낀 '넛크래커'다.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위해 제 3의 경쟁력, 'ICT를 융합한 소프트 파워'를 확보해야 한다."
이정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10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열린 '과총 포럼-소재강국의 길 : R&D 생태계 혁신' 기조연설을 통해 이와 같이 주장했다.
중간에 끼인 한국은 '넛크래커' 신세, 신성장 동력 만들어야
이정원 부원장은 "국내 경제 성장률은 최근 몇년간 3% 이하를 기록하고 있으며 향후 잠재성장률 자체도 3% 이하로 전망되고 있다"며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을 지적했다. 이 부원장은 특히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넛크래커(Nut-cracker)' 상황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저조한 경제성장률이 문제가 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부원장이 말하는 '넛크래커 현상'은 선진국과는 기술에서, 개발도상국과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 중국은 가격 경쟁력으로, 일본은 원천 기술력으로 우리를 앞질러 왔다. 과거 15~20년 전 상황이다.
이 부원장은 최근 1~2년 간 '신(新)넛크래커' 상황이 왔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획기적인 성장과 발전으로 인해 한중일 산업경쟁력이 순위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과거와는 달리 중국은 세계 1위 제품이 압도적으로 많으면서도 혁신의 성과도 높아졌다.
중국과 일본의 순위가 바뀐 것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2013년도에 발표한 글로벌 혁신지수 (Global Innovation Index) 순위에 의하면 중국은 과거 20위권에서 7~8년 사이에 4위권으로 도약했다. 일본은 3~4위에서 9위권으로 떨어졌다. 한국은 18위였다.
중국이 이렇게 획기적으로 성장 발전한 원동력에는 창의력을 기반으로 하는 정신, 바로 '창신'이 바탕에 있었다. 중국은 신성장전략을 전략적으로 추구했다. 또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나갔다.
일본은 전략적 혁신을 정부 관점에서 초지일관 진행해왔다. 사업을 재편하고 첨단 설비를 도입했다. R&D 및 숙련노동 위주 산업은 국내에서 생산을 고도화 시키고 해외 생산거점은 확대해 나갔다.
소재나 부품이 핵심기반 기술, ICT 융합한 소프트 파워 필요
새로운 신넛크래커 상황에서 한국은 어디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
이 부원장은 먼저 '제3의 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이 부원장은 "현재 한국의 경제 포지셔닝을 재조정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비스 R&D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신기술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 부원장은 "독일의 하이테크 전략이나 '인더스트리 4.0’ 전략과 같은 제조업에서 생산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ICT와 융합되는 공통기반 기술과 핵심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특히 소재나 부품이 핵심기반 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이 부원장은 저성장 기조에서는 기술 투자를 통해 효율성과 성과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평가 했다. 그는 인풋 대비 아웃풋을 높히는 방법을 강조했다. 이 부원장은 "절차와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효과성을 높이는 부분, 필요한 부분에 돈이 들어가는 전략성이 바로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다만 성과가 안나온다고 해서 너무 효율화만 강조하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정책은 어떻게 방향을 찾아야 할까? 이 부원장은 "과거에는 혁신의 목표가 '경제성장'이라는 한 가지에만 매진했다면, 이제는 혁신을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보는 통합적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은 "세계는 지금 국가의 경계가 없어지고 융합이 되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노베이션 에코 시스템에 있어 ‘갈라파고스화(Galápagos)’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갈라파고스화(Galápagos)’란 과거 일본이 IT업에 자국의 기술과 시장만 고집한 결과 세계 시장으로부터 고립된 현상을 말한다. 이 부원장은 지금의 한국 경제가 세계의 혁신 시스템에 들어가지 못하고 글로벌화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혁신주체들간의 역할 분담 및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첨단기술 개발과 혁신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봤다. 이 부원장은 "ICT 융합을 통해 과거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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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6-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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