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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연희 객원기자
2013-05-16

경락은 어떻게 증명했나? 봉한학의 재탄생과 경락의 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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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과 과학사회학을 전공한 경희대학교사회학과 김종영 교수가 ‘봉한학의 재탄생과 경락의 시각화’라는 강연을 지난 14일 고등과학원에서 했다. 진위 여부를 떠나 봉한학에서의 시각화 의미에 대한 발표였다.

“‘봉한학’은 혈액 순환계·림프계와 더불어 몸의 면역 등을 담당하는 제3순환계가 경락(프리모관)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혈관, 장기표면 등을 비롯하여 몸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는 ‘산알’이 경락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지요. ‘봉한학’ 연구자들은 세포보다 더 작은 ‘산알’이 상황과 필요에 따라 세포를 만들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 경희대학교사회학과 김종영 교수 ⓒ고등과학원

‘봉한학’의 연구는 1960년대 북한의 김봉한 연구팀에 의해 시작됐다. 그리고 실험과정에서 밝혀진 경락은 봉한관으로 명명되어졌다. 하지만 1960년대 중반 급작스럽게 그의 연구팀은 해체되어 버렸고, 그의 이름은 공식석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봉한학의 재탄생은 2000년 서울대 물리학과 소광섭 교수에 의해 이루어졌다.

양자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소 교수는 DNA구조를 밝혀낸 프랜시스 크릭이 물리학자였다는 점에 감명 받아 한의학물리 분야를 만들었다. 1999년 경혈에서 전기와 자기장 연구와 체내 유전자 활동 등으로 발생하는 빛 알갱이 연구인 생체광자 연구를 했다. 2000년에는 세명대 한의대 팀과 처음으로 경락의 시각화를 시도하지만 실패를 하게 된다.

소 교수는 2001년 독일에서 과학사학자인 마르코비쇼프를 통해 김봉학의 논문을 전달받고 난 후, 2002년 7월 봉한학 연구팀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연구는 생각만큼 진척되지 못했다. 봉한관과 피브린(혈전)의 차이를 설명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03년 장기표면의 봉한관을 관찰하려하였으나 이것마저도 실패했다.

염료를 이용한 시각화 작업으로 ‘경락’을 찾아내

“과학적 예측과 가설은 측정도구나 현상을 볼 수 있는 기구를 통해 증명되어야만 하나의 이론으로 정착될 수 있습니다. 일련의 논리와 일관성을 통한 시각화 작업도 이런 증명의 한 과정입니다.”

보통 시각화의 과정은 현미경, X-ray, MRI, PET등과 같은 도구에 의해 측정되고 관찰되어 해석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연구 결과는 과학계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해부학적, 조직학적 실험에 바탕을 둔 봉한관 실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병천 약리학 박사가 소 교수 연구에 합류하면서 연구에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피브린과 봉한관의 차이를 구별해 줄 수 있는 염료를 발견하고 시각화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그 결과 2004년 의 장기 표면에서 경락(프리모관)으로 보이는 부분을 찾아냈다. 뿐만 아니라 이 관 속에서 ‘산알’로 추정되는 둥근 알 모양의 DNA를 갖는 작은 세포도 발견하게 됐다.

이 성과는 1960년대 김봉한 교수가 주장했던 학설을 40년 만에 현미경적으로 확인한 시각적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연구 내용은 '아나토미컬 레코드(Anatomical Record)'라는 학술지에 발표가 되기도 했다.

봉한학은 여전히 논쟁중

현재까지 소광섭 교수는 쥐와 토끼를 대상으로 장기표면, 혈관, 림프관 세 곳에서 경락을 발견했다. 앞으로 동물 실험을 계속하여 전신에 퍼져 있는 경락의 그물망을 발견한다면, 인체에 응용한 연구를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봉한학은 여전히 논쟁중에 있다. 전체 봉한 체계의 시각화와 재현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봉한학은 한의학에서 비주류이다. 한의학 역시 커다란 과학계에서 중심이 되지 못하고 있다. 즉 봉한 연구가 과학계에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이미 형성되어 있는 ‘편견을 가진 과학공동체’ (biased scientific community)의 벽을 넘어야 하는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김종영 교수는 봉한 연구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봉한 연구의 성격 때문이다.

“봉한 연구는 단순히 실험실에서의 시각적 지식을 구성하는 연구를 넘어선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경락에 대한 실체를 규명하려는 움직임으로 과학적 잠재성과 독창성이 큰 분야입니다. 거기다 봉한학은 민족과학의 어필이라는 이데올로기적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봉한학 시각화가 가지는 한계와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봉한학 연구가 계속해서 확장되거나 유지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김연희 객원기자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3-05-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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