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생물 실험 시간. 교사가 실험지도를 하고 있다. “잠자리의 눈을 관찰해 보세요. 무엇이 보이나요?”
한 아이가 열심히 광학현미경을 들여다보다가 “선생님! 이상해요. 잠자리의 눈이 없어요.”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잠자리의 눈은 없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겹눈으로 이루어져 그렇게 보이는 거예요.”라고 대답한다.
“선생님! 곤충은 왜 겹눈으로 되어 있어요?” 호기심으로 가득찬 어린이가 묻는다. “자연계의 동식물은 오랜 세월 진화해왔어요. 수많은 꽃에서 꽃으로 날아다니는 곤충들은 일일이 고개를 돌릴 필요 없이 한 번에 넓은 지역을 보도록 겹눈으로 발달한 것이에요.”
일례로, 호랑나비 수컷의 경우 1만8천200개의 홑눈들이 겹쳐 있다. 이는 한번에 300도의 각도로 외부를 볼 수 있는 능력이다. 동식물의 이런 특징은 첨단 과학의 응용 소재가 됐다.
지난 2일 한국인 송영민 박사가 속한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곤충의 겹눈을 모방해 만든 카메라를 개발, 광각렌즈 카메라의 새 장을 열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지름 0.8㎜의 작은 렌즈 180개를 모아 지름 1.5㎝의 돔 구조로 배열한 각 렌즈 아래에 이미지 센서를 붙여서 곤충의 겹눈과 같은 원리를 지녔고 주변부 왜곡도 없다는 것.
오랜 세월 동안 최적화된 동식물의 특징은 이제 첨단 과학을 거쳐서 다양하게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새의 날갯짓을 보고 방향타 개발
어느 날 그리스 최고의 장인 다이달로스는 미노스 왕으로부터 반우반인(半牛半人)의 괴물 ‘미노타우르스’를 가두기 위한 미궁을 지으라는 명을 받는다. 최고의 솜씨를 발휘해 미궁을 지은 다이달로스는 뜻밖에도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미궁의 맨 꼭대기 탑 안에 갇히고 만다. 미궁의 비밀이 새어나갈 것을 염려한 미노스 왕의 계략이었다.
다행히 탑 안에는 밀랍과 창문에서 날아든 새의 깃털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탈출을 결심한 다이달로스는 양초를 이용, 깃털을 일일이 밀랍으로 붙여서 날개를 만들었다. 창문 꼭대기에서 그는 아들에게 “밀랍이 녹을지 모르니 태양과 거리를 유지하라”는 경고를 잊지 않고 뛰어내렸다.
그러나 비행에 맛을 들인 이카루스는 아버지의 경고를 잊고 하늘 높이 날다가 그만 밀랍이 녹아서 추락, 에게해 속으로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스 신화의 다이달로스는 실패했지만, 까마득한 훗날에 실제로 날개를 만든 이가 바로 인류 최초의 비행에 성공한 오빌 라이트(Orville Wright)와 윌버 라이트(Wilbur Wright) 형제였다.
라이트 형제는 날개의 형상이 에어포일(Air foil)이라는 사실과 수직으로 방향을 전환(Pitching)하는 승강타(Rudder)의 원리까지 알아냈다. 그러나 좌우로 선회하는 문제가 남았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라이트 형제는 휴식 겸 집근처의 산에 올라갔다.
그런데 여기서 대머리수리의 날갯짓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산에서 하늘을 지켜보던 라이트 형제는 대머리수리가 오른쪽으로 선회할 때, 왼쪽 날개 뒷부분을 아래로 구부리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현대 항공기의 에일러론(aileron, 보조날개)의 탄생 순간이었다. 반대로 하면 왼쪽 선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안 라이트 형제는 곧바로 자신들의 비행기에 적용, 결국 성공했다.
자연의 동식물로부터의 체득한 진화의 경험을 응용하는 연구는 오늘날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학으로 밝혀진 리블렛의 비밀
멀리 해변의 전등불만 아스라이 비추는 밤 12시 미국 매사추세츠주 동부 해변. 인적 하나 없는 모래사장에 비키니를 입은 금발의 젊은 여성 한 명이 걸어오더니 거침없이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혼자서 야간수영을 즐기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상당한 수영실력을 갖춘 여성은 자유형, 배영 등을 섞어가며 자신을 테스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참 파도를 헤쳐 나가던 그녀는 갑자기 주위에 무언가 있음을 느끼고 공포로 얼어붙었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달빛에 반짝이는 상어의 제1등지느러미가 버젓이 물위로 모습을 드러낸 채 다가오고 있는 것.
여성은 살기 위해 사력을 다해서 백사장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좀 전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속력. 그러나 10초도 안돼서 그녀는 상어의 아가리에 붙들리고 말았다. 몸길이 2.5m의 백상아리는 1㎤당 1톤에 가까운 악력으로 그녀를 물고, 깊고 어두운 바닷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이상은 1975년에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죠스(Jaws)’의 오프닝 부분이다. 실제로 영화 로케이션 현장은 상어 출몰 지역으로 인명사고가 많았던 해변이다.
물속에서 상어를 만나면 사람은 정말 피할 수 없는 것일까? 몸길이 2m 이상의 청상아리는 물속에서 시속 50km/h로 헤엄친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3분41초86으로 금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의 속력은 시속 6.49km/h. 보통 사람은 절대로 상어의 속력을 이길 수 없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상어는 어떻게 큰 몸뚱이로 빠른 속력을 낼 수 있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상어의 몸 표면에 있는 비늘 ‘리블렛(riblet)’에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상어의 몸 전체는 리블렛이라고 불리는 울퉁불퉁한 미세돌기로 덮여 있다. 수영 시 이 리블렛은 물이 피부에서 맴도는 와류 현상을 줄여 속도를 높여준다”고 설명한다.
이후 리블렛의 원리는 잠수함과 항공기, 자동차 등의 표면처리에 쓰였고, 지난 1998년 아디다스가 처음 개발한 전신수영복 역시 이 원리가 적용됐다.
이외에도 개코 도마뱀의 발바닥을 이용한 접착제, 마이크로 유체칩을 이용한 인공거미줄 등 동식물이 갖고 있는 진화의 특성은 다양하게 인간 생활에 이용되고 있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3-05-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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