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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봉 객원편집위원
2012-08-06

올림픽에서 약물검사가 없다면… 런던올림픽에서 보는 스포츠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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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9일 열린 개인혼영 400m 결선에서 중국의 예 스원 선수(16세)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일 열린 여자 개인 200m 혼영 경기에서도 두각을 발휘했다. 올림픽 기록으로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 언론으로부터 찬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 도핑 의혹이 제기됐다. 칭찬받아야 할 막판 역전극 때문이었다.

개인혼영 경기는 정해진 거리를 접영(蝶泳), 배영(背泳), 평영(平泳), 자유형(自由型)의 순서로 헤엄치는 경기다. 예 스원 선수는 두 경기 모두 자유형 구간에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도핑 논란은 올림픽의 단골 메뉴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 막판 스퍼트 기록이 같은 종목 남자 금메달리스토 라이언 로칫 선수(미국) 기록보다 빨랐다는 점을 분석, 보도했다. 그동안의 기록으로 볼 때 여자 수영선수 기록이 남자보다 앞선 적이 없었다.

▲ 도핑검사 범위를 놓고 올림픽 관계자들 사이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무관함. ⓒ국제수영연맹 홈페이지

이를 놓고 확실치 않은 약물복용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고,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진화에 나섰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예스원이 런던올림픽의 까다로운 도핑(doping)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예 스원 선수의 뛰어난 성적이 논란을 일으켰지만 사실 도핑 논란은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사이클, 육상, 펜싱, 역도, 야구, 사격 등의 종목에서 무려 10건의 도핑사례가 적발됐다.

적발 건수가 많은 만큼 도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논란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도핑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도핑이 공공연히 이루어졌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A.D. 129~199년까지 살았던 로마 시대 저명한 의사였던 갈레노스(Claudios Galenos)는 고대 그리스의 의료법을 로마에 전수하면서 고대 그리스 운동선수들의 비법(?)까지 알려주었다. 그리스 운동선수들이 신체능력을 높이기 위해 허브와 버섯, 심지어 동물의 고환까지 먹었다는 것.

이는 다양한 음식섭취에 따라 신체능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미소니언 메거진은 최근 IOC 도핑검사 방식이 이런 고전적 패턴의 음식섭취 방식을 다 포함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나치게 특정 성분검사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도핑검사를 하지 말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올림픽에서 유전자도핑을 하지 않을 경우 더 큰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핑검사 없으면 더 큰 난리 난다

최근 네이처지는 현재 도핑검사 중인 약물들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했다.

가장 심각한 것이 스테로이드(steroid) 복용이다. 스테로이드란 스테로이드핵을 가지는 화합물로, 인간 몸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콜레스테롤, 담즙산, 호르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스테로이드는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체액의 균형을 맞춰주는 등 아주 중요한 일들을 한다.

그러나 운동선수들이 이를 사용했을 때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테로이드를 과잉 사용함에 따라 근육과 뼈의 양이 늘어나고 성대와 체모가 자라는 남성적 특성이 뚜렷해진다. 이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anabolic steroids)라고 하는데, 네이처지는 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선수의 체력을 38%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돼 발육을 촉진하는 인체생장호르몬(human growth hormone)도 빠져서는 안 될 도핑검사 약물이다. 191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이 호르몬으로 부족하면 성장이 지연되거나 멈추는 하수체성 소인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 호르몬을 과다 복용할 경우 단거리 육상선수(sprinter)를 비롯한 육상선수들에게 있어 4%의 체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 0.01초를 다투는 100m 단거리 선수의 경우 금메달을 이미 따놓고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된다.

유전자도핑 시대 앞두고 IOC 큰 고심

'에리스로포이에틴(erythropoeitin)이라는 것도 있다. 보통 EPO로 표기하는데 이 혈액 생성을 돕는 조혈촉진 빈혈치료제를 과다 복용할 경우 지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운동능력을 더 오랜 시간까지 지속시킬 수 있다. 네이처지는 운동지속능력인 스태미너(Stamina)를 무려 34%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시금치, 셀러리 등의 야채류에 다량 함유돼 있는 질산염(nitrate) 역시 도핑검사 대상이다. 질산염을 과다 복용할 경우 운동선수가 11%까지 더 길게 숨을 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숨쉬는 것을 오랫동안 참아야 하는 다이빙, 수영선수들에게 있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이다.

최근 들어서는 유전자도핑(gene doping)이라는 신종 도핑수법이 거론되고 있다. 유전자도핑은 유전자 조작된 바이러스 안에 운동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전자를 담아 원하는 운동세포로 전달하는 첨단 도핑방식이다. 세포에 전달된 유전자는 그 곳에서 (운동에 필요한) 단백질과 효소를 만들어낸다.

네이처지는 쥐 실험 결과, 14%의 운동능력과 70%의 지구력을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전자도핑 방식이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사람에게 사용됐는지의 가능성은 부정적이다. 아직까지 유전자 치료가 아직 뚜렷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전자도핑이 이루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언제가 이 유전자도핑이 올림픽의 큰 골칫거리로 부상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도핑 방식도 새롭게 등장하고, 그런 만큼 IOC의 걱정도 더 커지는 아이러닉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2-08-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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