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권예슬 리포터
2024-12-31

Science가 선정한 2024년 10대 과학 이슈 에이즈 예방 주사 최고의 이슈로 선정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연말이 되면 매년 한해를 빛낸 과학 이슈(breakthrough of the year) 10선을 선정해 발표한다.  

2024년 올해의 과학 이슈 10선을 담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의 표지. ⒸScience

2024년 올해의 과학 이슈 10선을 담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의 표지. ⒸScience

사이언스는 증상을 100% 예방하는 놀라운 효과를 입증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에이즈) 주사제 ‘레나카파비르(lenacapavir)’를 올해 최고의 성과로 꼽았다. 12일 발표한 기사에서 사이언스는 “레나카파비르는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보호하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캡시드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약물”이라며 “유사한 캡시드 억제제 개발로 다른 바이러스성 질병에 대한 인류의 대응력을 키웠다는 점에서 최고의 성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번 접종으로 6개월 동안 HIV 예방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캡시드 단백질에 결합하는 레나카파비르(노란색). ⒸN.Burgess/Science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캡시드 단백질에 결합하는 레나카파비르(노란색). ⒸN.Burgess/Science

매년 HIV에 감염되는 인구는 100만 명이 넘는다. 2025년 37만 명 이하, 2030년에는 20만 명 이하로 감염 인구를 줄이겠다는 유엔에이즈(UNAIDS)의 계획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많은 환자 수에도 불구하고 아직 완치제는 없다. 2004년 에이즈 치료제인 ‘트루바다’를 개발해,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제약사 ‘길리어드’는 새로운 예방 주사제 ‘레나카파비르’를 개발했다. 길리어드는 지난 6월, 아프리카의 청소년 및 젊은 성인 여성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실험에서 6개월 동안 HIV 감염을 0으로 줄였다고 보고했다.

HIV를 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는 1996년에 나왔다. 이후 지속된 연구개발 덕분에 항바이러스제의 효능이 계속 개선됐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살렸다. 수혜자도 확대되면서 세계 에이즈 감염 인구는 2011년 210만 명에서 지난 해 130만 명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2021년 카보테크라비르라는 예방약이 출시됐지만, 2개월마다 접종해야 해서 불편하고 비용이 높아 사실상 유용하지 않았다.

길리어드가 개발한 레나카파비르는 1년에 두 번 접종하는 형태다. HIV 약물이 바이러스 효소를 작동할 수 있는 ‘활성 부위’에 결합하는 것과 달리 레나카파비르는 바이러스 RNA 주변에 원뿔을 형성하는 ‘캡시드 단백질’을 타깃한다. 현재 길리어드는 1년에 한 번 접종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에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다

CAR-T세포(분홍색)이 B세포에 다가가는 모습. ⒸN.Burgess/Science

CAR-T세포(분홍색)이 B세포에 다가가는 모습. ⒸN.Burgess/Science

사이언스는 올해의 두 번째 대표 성과로는 자가면역치료 분야 발전을 꼽았다. 우리 몸의 면역반응이 과도해져 되려 건강한 조직을 공격하면 루푸스, 다발성 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이 일어난다. 면역 억제제 투여는 질병 진행을 멈추기도 하지만, 조직을 쇠약하게 만든다는 부작용이 있다. 키메라 항원 수용체 T(CAR-T)세포 치료법은 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각광받는다.

CAR-T 치료가 처음 등장한 건 약 15년 전으로, 주로 암 치료에서 쓰였다. 환자의 백혈구에서 면역세포인 T세포를 분리한 다음, 유전자 편집을 통해 종양의 B세포를 파괴하도록 조작,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치료다. B세포가 항체를 방출한다는 점을 이용하면, 자가면역치료에도 CAR-T세포를 적용할 수 있다. 올해는 이와 관련한 임상 시험이 잇따라 진행됐다.

일례로, 2월 독일 연구진은 15명의 자가면역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CAR-T 치료를 진행했는데, 루푸스가 있는 8명의 환자는 모두 완치됐고, 다른 환자들은 일부 증상은 있었지만 면역억제제를 섭취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증상이 개선됐다. 

 

우주 초기의 비밀을 밝힌 제임스웹우주망원경

2022년 2월 본격 임무를 시작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이론물리학자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초기 우주의 은하계를 발견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지금까지 제작된 가장 크고 강력한 우주망원경으로 우주 초기의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 설계됐다. 제임스웹은 구동 몇 달 만에 기대보다 1,000배 많은 초기 은하 후보를 관찰했다. 초기 우주에 크고 밝은 은하들이 기존 이론적 예측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관련 기사 보러 가기 – JWST 발사부터 현재까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으로 포착한 초기 은하 ⒸNASA; ESA; CSA; STSCI

제임스웹우주망원경으로 포착한 초기 은하 ⒸNASA; ESA; CSA; STSCI

 

벌레 잡는 RNA

RNA 간섭기술을 활용한 최초의 살충제가 개발됐다. mRNA(단백질을 만드는 물질)를 분해해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원리다. 그린라이트 생명과학이라는 회사가 개발한 ‘칼란타(Calantha)’라는 살충제인데, 상용 살충제에 비해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라이트는 우선, 매년 세계적으로 5억 달러(약 7265억 원)의 작물 손해를 초래하는 콜로라도 감자 딱정벌레를 표적으로 삼는 살충제를 개발했다. 약물이 분무된 잎을 먹은 유충은 단백질 발현이 차단돼 며칠 내에 죽는다. 세포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역이용 해 세포를 위협하는 전략이다. 다만, 내성 실험 결과 이 살충제도 반복 노출되면 RNA에 대한 저항성을 진화시킬 수 있음이 확인됐다. 자연에 도전장을 내민 모든 발명품과 마찬가지로 RNA 살충제 역시 책임감 있게 사용해야 함을 보여준다.

 

진핵생물에서 ‘질소 고정’기능 발견

식물의 생존기능인 ‘질소 고정’을 해양 조류에서 발견한 연구도 10대 성과로 꼽혔다. 식물은 대기 중 질소를 생존 및 생존에 필요한 질소화합물로 ‘고정’하는 능력이 있다. 그간 염색체나 핵이 없는 원핵세포에서만 질소 소정이 수행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올해 핵과 염색체를 가진 진핵세포에서도 질소 고정이 수행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약 1억 년 전부터 지구에서 서식한 브라루도스파에라 비겔로위라는 식물성 플랑크톤에서 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을 X선으로 촬영한 결과다. 세포 진화에 대해 보여줬다는 의미 외에도, 자체 질소 공급원을 갖춘 미래 작물 개발 가능성을 보여줬다.

해양 조류에서 식물의 생존 비결인 ‘질소 고정’ 기능을 발견했다. ⒸTYLER COALE

해양 조류에서 식물의 생존 비결인 ‘질소 고정’ 기능을 발견했다. ⒸTYLER COALE

 

제3의 자성체 발견

자성은 물체를 구성하는 전자의 스핀에 의해 결정된다. 모든 스핀이 한쪽으로만 정렬되면 ‘강자성체’, 인접한 스핀이 반대 방향으로 정렬된 경우 ‘반강자성체’가 된다. 98년 전만 해도 인류가 아는 ‘영구 자석’의 종류는 위 두 가지였다. 그런데, 5년 전 ‘제3의 자성체’에 대한 가설이 제시됐다. 이상 홀 효과(자성체에 전기장을 가하면, 전기장과 평행 방향 뿐만 아니라 수직 방향으로도 전류가 발생하는 현상)를 일으키는 결정구조에서 나타나는 ‘알터 자성체(Altermagnetics)’다.

그리고 올해 여러 연구팀에 의해 알터 자성체의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됐다. 텔루르화망간이나 안티모나이드크롬 등 소재에서 알터 자성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알터 자성체는 전자의 이동이 반강자성체보다 자유롭고, 강자성체처럼 외부 자기장이 없어도 자성을 유지한다. 이를 활용하면 고밀도로 자성체 재료를 담을 수 있다. 즉, 하드디스크의 기억 용량을 증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과학자들은 알타 자성체의 발견이 전류 대신 자기 스핀을 이용해 측정이나 계산을 수행하는 자기 컴퓨터 실현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세포 진핵생물의 등장 시기

지구에 다세포 생물이 등장한 시기를 앞당긴 성과도 올해 나왔다. 올해 초 중국에서는 약 16억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미세 조류의 화석이 발견됐다. 이전까지는 약 10억 년 전까지 모든 생물이 단일 세포로 존재하다, 약 5억5000만 년 전에 다세포 생물이 등장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새로운 발견은 이보다 훨씬 앞당긴 약 10억 년 전에 다세포 생물이 등장했다고 제안했다. 현미경 분석을 통해 과학자들은 중국 북부에서 발견한 ‘Qingshania magnifica’라는 화석에 오늘날 세포벽과 유사한 구조가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인도, 캐나다, 호주에서도 비슷한 연대의 다세포 진핵생물이 발견되면서 ‘복잡성을 향한 진화’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일찍 시작되었다는 것이 새로운 정설로 자리매김했다.

다세포 진핵생물의 등장이 예상보다 빨랐음을 보여준 연구도 10대 성과로 실렸다. Ⓒ중국과학원

다세포 진핵생물의 등장이 예상보다 빨랐음을 보여준 연구도 10대 성과로 실렸다. Ⓒ중국과학원

 

다시 쓰는 판 구조론

지각과 맨틀을 포함하는 지구의 ‘판’이 대륙을 갈라놓을 때의 힘은 폭발적이고, 느리게 진행된다. 지금까지 이 힘은 지역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 제시된 연구는 기존 정설과 달리 판의 이동에 의한 폭발력이 대륙 전체 표면을 형성하는 광대한 파동을 생성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8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균열이 발생할 때 상승하는 맨틀이 차가운 대륙판을 문지르면서 암석에 회전하는 대류를 생성한다고 보고했다. 이 대류가 대륙 전체로 퍼지며 온갖 혼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그 증거로 브라질의 북서쪽 고원이나 인도의 서부 가츠와 등을 제시했다. 과학자들의 기존 생각보다 대륙과 맨틀 사이에 더욱 역동적인 상호 작용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재사용 로켓의 시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로켓인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쉽’이 올해 여러 차례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가장 기록적인 순간은 5번째 시험 비행이다. 10월 13일 우주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서 시험 비행이 시작됐다. 이중 ‘슈퍼 헤비’라고 불리는 발사체 부스터는 발사 이후 약 3분 만에 분리돼 하강하기 시작했고, 엔진 몇 개를 점화하며 약 7분 만에 발사대로 돌아왔다.

이 놀라운 업적은 우주에서 과학 연구를 하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저렴한 중량물 운반 로켓의 시대를 예고한다. 이미, 스페이스X는 부분적으로 재사용 가능한 ‘팰콘9’, ‘팰콘헤비’ 로켓으로 화물을 궤도에 올리는 비용을 약 10배 절감했다. 완전히 재사용 가능한 스타쉽은 더욱 현저한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자들에게도 혜택이 간다. 우주 연구는 실패 위험을 감수하기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정기적인 우주 비행이 진행된다면, 과학자들은 더 도전적으로 연구에 뛰어들 수 있다. 

 

역사를 푸는 유전 단서

고대 인류의 역사를 풀어주는 DNA 분석 기술의 발전이 올해의 마지막 10대 성과로 꼽혔다. 올해 과학계에는 고인류의 이동, 전염병의 진화, 선사시대 식단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굵직한 성과들이 나왔다. 사이언스는 이 같은 우수한 성과가 나올 수 있는 비결로 DNA 추출 기술의 향상과 분석 가격의 하락을 꼽았다. 과거에는 고대 DNA 연구가 널리 흩어져 있는 개인에 집중해 개괄적으로 파악했다면, 이제는 고대 인간 게놈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서로 다른 사람이 공유하는 동일한 유전 코드 조각(세그먼트)을 통해 6촌 관계까지 추정할 수 있게 됐다.

가령, 5,000년 전 유라시아에서 1,500km 떨어진 곳에 묻힌 두 화석이 5촌 관계임을 규명한 연구도 나왔다. 사이언스는 “유전 정보만으로는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없지만 유골의 나이, 묘지의 위치 등 고고학적 정보와 결합하면 최대 8대에 이르는 가계도를 재구성할 수 있다”며 “두 분야의 협력을 토대로 결코 알 수 없었던 과거 사회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4-12-31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