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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은하수도 문명따라 달리 보여 퇴근길에 반달을 보았다. 파도 모양의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에 수줍은 반달이 마치 배처럼 떠간다. 동요 <반달>이 절로 떠오른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이 노래를 만든 윤극영은 은하수를 강물로, 반달은 그 물결을 타고 떠가는 조각배로 표현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은하수를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큰 강물로 생각한다. 다른 민족들도 그럴까? 그리스인들은 올림포스의 신들이 모여 사는 동네 한 가운데 난 큰 길을 은하수라 여겼다. 이 길은 밤이 되면 뿌연 젖(乳)빛으로 빛나는데, 거기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제우스의 아들인 헤라클레스가 젖먹이였을 적 이야기다. 아들을 끔찍이 사랑한 제우스는 헤라클레스에게 불사의 몸을 선사하고 싶었다. 그러나 일단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불사불멸은 불가능했다. 단 하나의 방법이 있긴 했다. 바로 헤라의 젖을 먹는 것이다. 하지만 헤라가 제우스의 혼외자식에게 젖동냥을 해줄 리 만무했다. 그래서 제우스는 헤라가 곤히 잠들었을 때 헤라클레스에게 헤라의 젖을 빨게 했다. 그런데 헤라클레스가 너무 세게 젖을 빠는 바람에 헤라는 아파 잠을 깼다. 그리고 헤라는 자신의 젖을 빠는 헤라클레스를 보았다. 깜짝 놀란 여신은 젖먹이를 손으로 쳐 내동댕이쳤다. 헤라클레스는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고, 헤라클레스가 빨던 헤라의 젖은 공중으로 분출된 후 바닥을 흠뻑 적셨다. 아니 그것도 모자라 신들의 동네에 난 큰 길을 흥건히 적셔버렸다. 때문에 밤하늘에 보이는 은하수가 젖빛으로 빛난다고 그리스인들은 믿었다. 그들은 젖으로 흥건한 그 길을 갈락시스 galaxias (γαλαξίας) 라 불렀다. galaktos (그리스어): 젖, 우유 galaxias (그리스어) :은하수 galactose: 갈락토스 그리스인들이 갈락시스라 부른 것을 로마인들은 라틴어로 비아 락테아(via lactea)로 불렀다. ‘젖의 길’이란 뜻이다. lac, lactis (라틴어): 젖, 우유 lactation: 젖먹이다. 수유(授乳) lactic acid, lactate: 젖산, 유산(乳酸) lactose: 유당(乳糖), 락토스 lactase 락타아제: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 우유 속의 락토스가 분해되면 글루코스(포도당)와 갈락토스(galactose)가 만들어진다. Lactobacillus 락토바실러스: 유산균. 당분을 발효시켜 유산을 만든다. prolactin 프로락틴: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젖분비를 촉진시킨다. 그리스인의 galaxias, 로마인의 via lactea는 영어로 번역되면서 원어의 뜻을 고스란히 살려 ‘milky way’ 가 되었다. galaxias → via lactea → milky way; 젖 길 galaxy: 우리말로는 은하수, 갤럭시 그런데 은하수를 젖으로 보는 그리스인들의 생각은 동방(정확히는 인도)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의 갈락시스는 힌두어로는 ‘카쉬라(Kshira)’라고 부르는데, 발음도 비슷하고 뜻(젖)도 같다. 하지만 산스크리트어로는 은하수를 ‘아카슈 강가(Akash Ganga)’라고 부른다. ‘하늘에 흐르는 갠지스 강’이란 뜻이다. 젖이 아니라 강 혹은 물로 보는 것이다. 이것의 영향을 받았을까? 중국에서는 은하수를 은한(銀漢), 은하(銀河), 은하수(銀河水)라고 쓴다. 모두 '은빛으로 빛나는 강'이란 뜻이다. 한자 문화권인 우리나라도 그렇게 부른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양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 이조년 지음, 고려말 우리 고유어 '미리내'도 있다. '미르(龍)가 사는 냇물'이란 뜻이다. 이 역시 물과 관련이 있다. 일본에서도 은하 혹은 하늘의 강이란 의미로 ‘아마노 가와(天の川)’라 부른다. 은하수의 어원이 고대 인도 문명에서 기원했다고 가정해 보면 서쪽으로는 '젖'으로, 동쪽으는 '물'로 퍼져갔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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