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은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그 존재는 중력을 통해서만 인식할 수 있을 뿐 여전히 미스터리에 싸여 있다.
이 암흑물질(dark matter)의 후보로는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인 윔프(WIMPs)나 아주 가벼운 액시온(axion) 같은 소립자가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액시온은 우리 우주의 물질-반물질 불균형과 관련된 강력한 핵력의 근본적인 대칭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가상의 입자다.
액시온은 우주에서 ‘누락된(missing)’ 질량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방대한 양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되고 있으나, 암흑물질을 찾는 일은 지금까지도 매우 어려운 과제에 속한다.
액시온의 존재와 정체가 구체적으로 밝혀진다면 우주의 표준 모델을 넘어서는 새로운 물리학 영역이 열릴 수 있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 과학자들이 경쟁적으로 액시온 찾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연구단(CAPP) 윤성우 박사팀이 2년간의 연구 끝에 ‘피자 캐비티(pizza cavity)’라고 불리는 새로운 다중-셀 캐비티를 개발해 액시온 검출의 선두주자로 나서게 됐다.
미국 물리학회(APS) 주요 저널인 ‘물리학 리뷰 레터’(Physical Review Letters) 11월 25일 자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액시온 검출을 기존보다 네 배 빠르게 수행하면서도 효율성과 신뢰성을 높임으로써 고주파 영역에서 오랫동안 염원했던 액시온 암흑물질 검출을 위한 최적의 설계로 평가되고 있다.

캐비티 볼륨을 피자처럼 수직으로 분할
과학자들은 액시온이 자기장과 상호 작용할 때 액시온의 에너지가 광자로 변환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 결과 탄생한 광자는 마이크로 주파수 범위 어딘가에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험물리학자들은 마이크로파 탐지기인 캐비티 할로스코프(cavity haloscope)를 사용해 액시온과 일치하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원통 코일인 솔레노이드에 원통형 공진기를 설치하면 통 속 공간을 채우는 자기장이 신호를 향상시킬 수 있다. 할로스코프도 또한 통 속 공간의 공진 주파수를 지속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미국 워싱턴대에서 시행하는 가장 민감한 액시온 검출 실험인 ‘액시온 암흑물질 실험(ADMX, the Axion Dark Matter eXperiment)’에서는 높은 주파수 영역을 스캔하려면 더 작은 공간 반경이 필요해 1GHz 아래의 저주파 영역을 탐색했으나, 상당한 볼륨 손실이 발생하고 신호도 적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과학연구원 윤성우 박사팀은 피자를 본 뜬 새로운 다중-셀 캐비티를 개발해 액시온 검출에 한층 용이한 접근을 시도했다.
피자를 여러 조각으로 자르는 것처럼, 캐비티 볼륨을 수직으로 동일한 조각(셀)으로 분할한 것. 이 다중-셀 할로스코프는 손실되는 볼륨이 거의 없어 고주파 영역에서도 의미 있는 출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논문 교신저자인 윤 박사는 “피자 캐비티 할로스코프는 기존의 다중 캐비티 설계에 비해 검출 볼륨이 더 클 뿐 아니라 더욱 간단한 검출기 설정과 고유한 위상-일치 메커니즘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민감도 더 높고, 속도 네 배 빨라
이 작업에서는 작은 캐비티들을 함께 묶어 개별 신호들을 동일 주파수에 맞춰진 모든 캐비티와 결합하려고 노력했으나, 복잡한 설정과 중요한 주파수 매칭 메커니즘이 병목현상을 초래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어려움을 넘어서 다중-셀 캐비티가 향상된 효율성과 신뢰성으로 고주파 신호를 감지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2K(켈빈온도, - 271 ° C) 온도에서 9T-초전도 자석을 사용한 실험 결과 연구팀은 미국 워싱턴대의 ADMX보다 4~5배 높은 영역인 200 MHz로부터 3 GHz 이상의 높은 영역을 빠르게 스캔해, 다른 실험실에서 도출한 이전의 실험 결과들보다 이론 모델에 대한 더 높은 민감도를 구현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캐비티 설계는 주어진 주파수 영역을 기존의 실험에서 행했던 것보다 네 배 더 빠르게 탐색할 수 있었다. 윤 박사는 “네 배 더 빠르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곳 박사과정생들이 다중-셀 캐비티 디자인을 사용해 다른 실험실 학생들보다 더 빨리 학업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개의 다중-셀 캐비티 통합 모색
이 다중-셀 디자인을 작동하기 쉽게 하는 것은 중간에 있는 파티션 사이의 간격이다. 모든 셀들이 공간적으로 연결되게 함으로써 단일 안테나가 전체 볼륨에서 나오는 신호를 수신할 수 있다.
윤 박사는 “피자 상자의 뚜껑을 받쳐주는 피자 세이버가 피자 토핑을 잘 유지해 주도록 하는 것처럼 피티션 사이 간격이 셀들이 작업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또한 단일 안테나를 통해 연구자들은 액시온-유도 전자기장이 캐비티 전체에 고르게 분포돼 있는가를 평가할 수 있고, 이는 최대 유효 볼륨을 달성하는데 중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윤 박사는 “그러나 캐비티 구축의 부정확성과 정렬 불량이 감도를 저해할 수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멀티-셀 디자인에서는 중간의 간격 크기를 조정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볼륨을 낭비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액시온 검색 대역을 현재보다 더 높은 주파수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해 CAPP의 기존 시스템에 여러 개의 다중-셀 캐비티를 통합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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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12-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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