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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유령, ‘암흑물질’을 찾아서 우주 미스터리 ‘암흑물질(Dark Matter)’ 실체 규명 위한 연구 경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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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이 다가오며 거리 곳곳에는 유령 인형이 눈에 띈다. 유령의 존재를 실제로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데 전 세계 과학자들은 우주의 유령을 찾겠다며 거대 연구 시설을 짓고, 경쟁적으로 연구를 펼치고 있다. (관련 기사 보러 가기 - “우주의 비밀을 풀어내는 지하 1,000m 거대 실험실”)

사실 할로윈 유령과는 조금 다르다. ‘암흑 물질(Dart Matter)’이라고 불리는 물질이다.

▲ 총알 모양 은하단은 암흑물질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다. 분홍색은 눈에 보이는 질량, 푸른색은 보이지 않는 질량을 나타낸다. 암흑물질이 없다면 분홍색과 푸른색 영역이 일치해야 한다. ⓒ NASA

암흑물질이라는 우주의 유령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우주에 인간이 만질 수도 관측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증거는 1930년대부터 꾸준히 제시됐다. 하지만 강산이 9번도 넘게 변한 현재까지도 인류는 그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했다. 암흑물질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각국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여 이 유령 같은 물질을 찾아내려 하는 걸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지구, 태양, 달, 수성, 금성, 화성… 우리가 아는 우주는 전체 우주의 4.9%에 불과하다. 밤하늘을 무수히 메운 별뿐만 아니라 생명, 물질 등을 모두 합쳐도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반면, 암흑물질은 우주의 26.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아는 모두 물질보다 5배 이상 많은데도 눈에 보이지 않아 ‘우주 유령’이란 별명이 붙었다.

▲ 은하의 회전속도가 은하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영역에서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왼쪽)과 멀리 떨어진 은하를 관측할 때의 중력렌즈 현상은 암흑물질의 존재를 설명하는 간접적 증거다. ⓒ 기초과학연구원(IBS)

이 보이지도 않은 존재를 왜 과학자들은 있다고 이야기하는 걸까. 줄에 구슬을 매달고 돌린다고 생각해보자. 힘을 세게 주면 구슬이 빠르게, 약하게 주면 구슬이 천천히 돌아간다. 태양계에서는 태양이 줄을 돌리는 손의 힘,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이 구슬에 해당한다. 태양이랑 가까울수록 강한 힘을 받아 태양 주변을 빠르게 돈다. 은하도 마찬가지다. 은하의 중심에 가까운 별일수록 더 빠르게 공전한다.

그런데 은하계를 관측해보니, 별들의 공전 속도가 과학자들의 계산과 달랐다. 은하의 중심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질수록 공전 속도가 느려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중심에서 멀어져도 공전 속도가 비슷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힘이 은하의 공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은하를 관측하면 마치 도넛처럼 왜곡된 상으로 나타나는데, 이 또한 암흑물질의 존재를 설명하는 간접적 증거다. 매우 먼 광원으로부터 온 빛은 은하 등을 거치면서 굴절되어 지구에서 관측된다. 굴절되는 정도는 은하의 질량에 비례한다. 그런데 지구에서 은하의 질량을 토대로 계산한 수치보다 수십 배가량 더 많이 굴절된 모습으로 관측된다. 은하의 질량이 눈으로 관측한 것보다 크다는 것이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 암흑물질이다.

 

‘유령 같은’ 암흑물질의 특성

암흑물질의 특성은 은하가 충돌하는 순간에 잘 드러난다. 우주에서는 빛과 빛이 부딪힐 때, 가스와 가스가 부딪힐 때,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과 암흑물질이 부딪힐 때 각각 다른 반응을 낸다. X선 우주망원경을 이용하면 이 장면을 포착할 수 있다.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찬드라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총알 모양 은하단의 충돌 장면. 은하의 충돌로 인해 달궈진 가스를 붉은색, 암흑물질을 푸른색으로 나타냈다. 가스는 은하가 충돌한 지점에 머물러 있지만, 암흑물질을 충돌지점을 지나쳐 서로 멀어지고 있다. ⓒ NASA

위 사진은 X선 우주망원경으로 은하단의 충돌 과정을 관찰한 모습이다. 푸른색은 암흑물질, 붉은색은 충돌로 인해 달궈진 가스를 나타낸다. 충돌 이후 암흑물질과 가스의 위치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볼 수 있다. 가스는 은하가 충돌한 지점에 머물러 있지만, 암흑물질은 충돌지점을 이미 지나쳐 서로 멀어지고 있다. 영화에서 유령이 벽이나 우리 몸을 그냥 통과하는 것처럼, 암흑물질은 웬만하면 서로 부딪히지 않기 때문이다.

 

숨바꼭질 중인 암흑물질을 찾는 세 가지 방법

정리하자면, 우주의 26.8%를 차지하는 암흑물질은 우리 주변에 항상 있다. 하지만 다른 물질과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느끼거나 관찰하지 못한다. ‘물질’인 만큼 우리가 아는 다른 물질처럼 질량이 있고, 질량이 있기에 중력에 의해 모인다. 암흑물질의 존재를 증명하는 증거는 속속 등장하는데, 특성이 이렇다 보니 암흑물질을 찾아내기가 도무지 어렵다.

과학자들은 숨바꼭질 중인 암흑물질을 찾아내기 위한 특별한 실험 방법들을 고안했다. 산꼭대기에 거대한 망원경을 설치해두고 육안보다 자세히 우주를 들여다보거나, 우주망원경으로 우리 은하보다 더 먼 은하에 존재하는 암흑물질을 관측하는 방법이 있다.

▲ 암흑물질을 탐지하기 위한 세 가지 방법(왼쪽). 국내에서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지하 깊은 곳에 실험실을 마련하고, 암흑물질을 탐구하고 있다(오른쪽). 인공 불빛이 없는 시골 밤하늘에서는 무수히 많은 별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다른 불빛들이 사라진 지하 공간에서 암흑물질의 신호만을 탐색하기 위해서다. ⓒ 기초과학연구원(IBS)

또 다른 방법으로는 지하 깊은 곳에 굴을 파고, 특수한 장치로 암흑물질을 탐색하는 것이 있다. 국내에서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이 강원도 정선도 예미산 지하 989m에 지하실험실 ‘예미랩’을 구축하고, 암흑물질 탐색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우주에서 매 순간 지구로 들어오는 입자는 수백 가지나 된다. 그러나 지하 깊은 곳까지 들어올 수 있는 입자는 뮤온, 암흑물질, 중성미자 등 몇 가지에 불과하다. 뮤온 등의 입자가 지하에서 어떤 신호를 내는지 포착하는 기술은 이미 개발됐다. 지하에서 관측되는 신호들을 분석하고, 이중 이미 아는 것들을 걸러내면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이 1년에 1~2전 정도 지구 상의 물질과 충돌하며 신호를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왜 우리는 암흑물질에 대해 알아야 할까

▲ 이탈리아 그랑사소 국립연구소(LNGS)는 지하 1,400m 위치에 세계 최대 규모의 지하실험 시설을 구축하고, 이곳에서 암흑물질을 탐색하기 위한 다마(DAMA)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 LNGS

세계 각국은 저 먼 우주와 지하 깊은 곳에서 암흑물질을 찾기 위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왜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걸까. 암흑물질의 발견은 차기 노벨상의 유력후보로 꼽힌다. 암흑물질의 발견은 곧 노벨상 수상으로 여겨지지만, 이들의 연구 목적이 노벨상에 있지는 않다.

암흑물질은 작은 입자들을 뭉치게 하여 최초의 별을 만드는 등 우주의 탄생 그리고 인류의 존재를 가능하게 한 물질이다. 즉, 암흑물질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와 같은 인류의 기원에 대해 대답할 수 있는 핵심열쇠다.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데 목적을 둔 기술과 달리, 과학의 목적은 물리적 세계를 관찰하고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지식을 발전시키는 데 있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결국 암흑물질은 ‘1+1=2’와 같은 상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정체가 파악되지조차 않은 26.8%가 당연해지는 순간까지, 과학자들은 우주의 유령을 탐구하는 연구를 계속할 것이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2-10-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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