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 과학문화
  • 생활 속 과학
생활 속 과학
권예슬 리포터
2023-12-26

2024년에 주목할 과학 이벤트 네이처誌 선정, GPT-5·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 시대 본격 개막 등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과학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19일(한국 시간) 2024년 주목해야 할 과학계 이벤트 9가지를 뽑아 발표했다. 올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챗GPT 보다 성능이 대폭 높은 GPT-5 공개, 다양한 지상 망원경의 활동 시작, 불임 모기를 통한 질병 타개 전략 등이 이름을 올렸다.

 

스스로 진화하는 일반인공지능, GPT-5 공개

오픈AI는 챗GPT에 쓰인 AI 모델보다 고급 기능을 갖춘 GPT-5를 내년 말 공개할 예정이다. ⓒPexels

챗GPT의 등장은 과학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개발사인 오픈AI는 차세대 AI 모델인 GPT-5를 내년 말에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GPT-4의 파라미터는 1조 개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GPT-5는 이보다 125배 뛰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꿈의 AI’인 인공일반지능(AGI)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GPT-4 기반의 약 인공지능은 자연어 처리가 가능한 '챗GPT' 나 그림을 그리는 '달리(Dall-E)'처럼 특정 역할만 했다면, 강 인공지능인 AGI는 사람과 같이 거의 모든 분야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한편,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폴드’의 새로운 버전도 내년 공개된다. 올해 딥마인드 연구진은 알파폴드를 이용해 수개월 이상 걸리던 단백질 구조 분석 작업을 수일 이내로 단축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개선된 알파폴드는 원자 정밀도로 단백질 및 기타 분자 간의 상호 작용을 모델링 할 수 있어, 약물 설계 및 발견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상 망원경, 별을 향해 출항 준비 완료

칠레 북부 2,715m 높이 안데스 산맥 봉우리에 자리 잡은 베라 루빈 천문대는 내년 본격적인 우주 관측을 시작한다. 직경 8.4m 크기의 주경과 3,200만 화소의 카메라를 이용해 향후 10년간 남반구 전체 하늘을 관찰할 계획이다. 연구자들은 베라 루빈 천문대의 기기를 이용해 지구에 가까운 소행성을 발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위치한 사이먼스 천문대도 2024년 중순에 완공될 예정이다. ‘차세대 우주론 실험’으로 불리는 사이먼스 천문대에서의 연구는 우주의 마이크로파 배경에서 빅뱅의 잔상인 중력파의 흔적을 찾는 것이 목표다. 사이먼스의 천체 망원경은 현재 진행 중인 유사한 프로젝트보다 10배 많은 5만 개의 광원 감지기를 장착한다.

지상 망원경들의 데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공위성으로 인한 빛 공해는 천문학자들의 걱정거리다. 통신 등을 위한 위성이 많아지면서 대규모 데이터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상 망원경은 시야에 위성이 들어올 때마다 주기적으로 관측을 중단해야 한다. 위성에서 나오는 무선 신호와 적외선은 망원경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감염병 막기 위한 모기 50억 마리 푼다

세계모기프로그램(WMP)은 뎅기열 환자를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10년간 브라질에 불임 모기 50억 마리를 매년 퍼뜨릴 예정이다. WMP는 뎅기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에 볼바키아 박테리아를 감염시켰다. 볼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모기가 뎅기열에 걸린 사람을 물어도 모기의 몸속에서 뎅기 바이러스가 복제되지 않는다. 또한, 볼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가 암컷과 짝짓기를 해 태어난 알은 부화하지 않는다.

WMP는 앞서 2017년 인도네시아에서 볼바키아 감염 모기 500만 마리를 뿌리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3년이 지난 뒤 이 구역의 뎅기열 발병률은 다른 구역보다 77%나 낮았다. WMP는 이 전략이 뎅기나 지카와 같은 질병으로부터 최대 7,000만 명의 사람들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뎅기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 ⓒFlickr

 

팬데믹의 종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정부는 3가지 차세대 백신 시험을 지원하고 있다. 그중 두 가지는 ‘비강 백신’으로 기도 조직에서 면역을 생성하여 감염을 예방하는 전략을 쓴다. 다른 한 가지는 mRNA 백신으로 항체와 T세포의 반응을 증가시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변이에 대한 지속적인 면역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내년 5월 개최되는 제77차 세계보건총회에서 팬데믹 협정의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협정은 전 세계의 정부가 미래에 다가올 팬데믹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방어태세를 갖추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94개 WHO 회원국은 협정 조항 중 어떤 것이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지를 포함한 조약 조건을 결정한다. 협정에는 백신, 데이터, 전문 지식 등에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달 궤도에 가는 첫 여성 우주인

내년에는 아폴로 프로젝트의 마지막 임무인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2년 만에 인류가 달 궤도를 비행하게 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아르테미스 2호를 이르면 내년 11월 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테미스 2호에는 4명의 우주비행사가 탑승하는데 이 중에는 여성과 흑인이 포함됐다. 이들은 달 궤도에서 유인용 우주선인 ‘오리온’ 선체의 생명유지장치 등 성능을 검증하고, 인간이 우주에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능력과 기술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편, 중국은 창어-6호를 내년 발사할 예정이다. 2020년 12월 달의 표본을 가지고 돌아온 창어-5호 미션 이후 3년 반만의 달 탐사다. 창어-6호의 목표는 달 뒷면 표본 2kg을 채취해 지구로 귀환하는 것이다. 성공하면 역사상 최초로 달 뒷면 토양을 회수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편, 태양계의 다른 ‘달’을 탐사하는 미션도 내년 펼쳐진다. NASA의 ‘클리퍼’ 탐사선은 내년 10월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 헤비’에 실려 우주로 발사된다. 목성의 얼음 위성 유로파를 탐사하는 것이 목표다. 유로파에 방대한 양의 물이 숨어 있다면 인간이 생활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있을 수도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화성의 두 위성(포보스, 데이모스)에서 표본을 수집해 지구로 가져오는 엠엠엑스(MMX) 프로젝트를 내년 추진한다.

미국 항공우주국 연구진이 탐사선 ‘클리퍼’를 살펴보고 있다. ⓒNASA/JPL-Caltech/Johns Hopkins

 

우주 비밀, 한층 더 벗긴다

암흑 물질의 후보인 ‘액시온’을 탐지하기 위한 실험 결과가 내년 발표될 예정이다. 현대 물리학의 정수인 표준모형(Standard Moedel)은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와 중력을 제외한 세 가지 힘, 그리고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이다. 표준모형은 과학자들에 의해 실험적으로도 검증됐다. 하지만 표준모형이 설명할 수 있는 물질은 우주 전체에서 고작 5%에 불과하다. 우주의 26.8%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 물질의 존재는 표준모형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액시온은 암흑 물질의 후보로 거론되는 물질이다. 태양에서 방출되고 강한 자기장과 만나면 빛(광자)으로 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민감한 도구와 강력한 자기장을 필요로 하는 실험의 난이도 때문에 아직까지 실험으로 관측되지는 않았다. 독일 연구진은 ‘BabyIAXO’라 불리는 실험을 통해 하루 12시간 동안 태양의 중심을 추적하며 액시온이 광자로 변환되는 현상 포착을 시도하고 있다.

한편, 중성미자의 질량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2022년 물리학자들은 중성미자의 질량을 0.8eV(전자볼트) 미만일 것으로 범위를 좁혔다. 삼중수소의 베타 붕괴를 측정하는 방식을 토대로 도출된 결론인데, 이후 추가 분석이 2024년 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표준 모델을 넘어선 새로운 물리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간의 의식이 만들어지는 곳 밝힌다

인간의 의식이 어디서 만들어지는지를 두고는 오랜 논쟁이 있었다. 25년 전 두 과학자는 ‘전역 작업 공간 이론’과 ‘정보 통합 이론’이라는 가설을 내놨다. 전자는 기억이나 행동과 같은 정보가 상호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뇌의 영역으로 보내지면 의식이 발생한다는 가설이다. 후자는 뇌의 뒤쪽에 위치한 후측 피질에서 의식이 만들어진다는 주장이다. 크고 작은 경험들로 만들어진 정보가 통합되는 곳에서 의식이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첫 번째 라운드에서는 ‘정보 통합 이론’이 더 설득력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구체적 입증을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두 가지 가설을 검증해보는 대규모 프로젝트 결과를 2024년 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기후 위기 손 놓은 국가 법적책임 지게 될까

1950년대 이후 세계는 100억t 이상의 플라스틱을 생산했으며, 이중 70억t 이상이 폐기물이 됐다. ⓒGettyImages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거나, 인위적 탄소 배출로 기후변화를 유발한 국가에 국제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유엔은 각국 정부가 기후 위기에 따른 위험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할 국제법적 의무가 있는지, 또 그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ICJ에 권고적 의견을 물었고, 그 결과가 내년 발표될 예정인 것이다. 물론, ICJ의 판결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판소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각 국가들이 기후 목표를 강화하도록 격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플라스틱 오염을 없애기 위한 구속력 있는 국제 합의를 확립하는 UN 플라스틱 조약 협상도 내년 마무리된다.

 

엑사 스케일 슈퍼컴퓨터 시대 본격 개막

내년 초 유럽 최초의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인 ‘주피터’가 가동될 예정이다. 주피터는 초당 1조 번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주피터를 통해 인간 심장과 뇌의 ‘디지털 트윈’ 모델을 만들고, 지구 기후의 고해상도 시뮬레이션을 실행할 계획이다. 한편, 미국도 2024년 2개의 엑사케일 컴퓨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아르곤국립연구소에 설치된 ‘오로라’와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에 설치된 ‘엘 캐피탄’이다. 오로라는 뇌의 신경 회로도를 만드는 연구에, 엘 캐피탄은 핵무기 폭발의 효과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3-12-26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발행인 : 조율래 / 편집인 : 김길태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길태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