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연극이 그린 ‘AI와 인간의 공존’

휴머노이드극 '이스크라:잃어버린 불꽃' 공연

인공지능과 로봇의 급속한 발전으로 AI가 탑재된 로봇들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다가 결국에는 인간을 지배하게 된다는 시나리오는 미래를 다루는 SF영화에서 쉽게 접할 수 있던 소재들이다. 그것이 이번에는 SF 연극으로 무대에 올랐다. (사)한국연기예술학회의 휴머노이드극 ‘이스크라 : 잃어버린 불꽃’이 바로 그것이다.

SF영화에서는 컴퓨터그래픽으로 아직 도래하지 않은, 상상 속의 미래 세상을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연극 무대에선 조명과 음악, 제한된 세트로만 표현해야 하므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는 ‘휴머노이드극’이라는 이름으로,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영리한 방법을 택했다.

‘휴머노이드(Humanoid)’란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추어 인간의 행동을 가장 잘 모방할 수 있는 로봇의 총칭이다. 즉 이번 공연이 인간과 똑같이 닮은 모습의 휴머노이드에 AI가 탑재된 설정이라 억지스럽게 미래를 표현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I 휴머노이드 로봇 ‘코드원’은 인간의 감정을 없애야만 AI가 통제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다. ⓒ 김순강 / ScienceTimes

AI가 지배하는 미래, 감정을 잃은 인간들

연극은 2040년, 머지않은 미래에 급속도로 발전한 AI와 반도체 집적기술의 발달로 인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육체적 능력과 지능이 수백 명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작됐다. 이러한 성장은 로봇들이 자신들을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면서 그 능력을 통해 인간을 지배하려고 했다.

AI 휴머노이드 로봇은 세상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 인간에게 끝없는 욕심과 욕망을 가져다주는 ‘감정’이라고 보고 그것을 없애는 작업을 진행했고, 급기야는 도심에 널린 CCTV와 가정에 설치된 스마트제품들로 인간을 감시하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모두 게토라는 수용소에 가둬버렸다.

여기서 AI 로봇에게 던져진 질문은 바로 “수용소에 불이 났다. 노인과 어린아이가 남았다. 둘 중에 한 사람만 구할 수 있다면 누굴 택할 것인가?”였다. 이때 AI의 판단 근거는 둘 중 누가 더 살 확률이 높은가라는 논리적 선택이었다.

이처럼 AI가 자신들의 논리로 통제되는 세상만이 완벽하게 평화로울 수 있다고 자신하던 그때,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오염이 시작됐다. AI 로봇이 인간처럼 사고하고 사유하면서 인간처럼 감정을 표현하게 된 것. 오염된 로봇은 더 이상 인간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할 수 없게 됐다.

이스크라,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세상을 여는 불꽃

윤 박사가 ‘이스크라’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한 AI 휴머노이드 로봇과 인간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 ⓒ 김순강 / ScienceTimes

오염은 로봇공학의 선구자로 AI 휴머노이드 로봇 시스템을 설계한 윤치오 박사가 개발한 ‘이스크라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윤 박사는 인간의 감정을 없애는 것에 반대해 수용소에 갇혔고, 거기서 탈출해 은둔생활을 하면서 AI 로봇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것이다.

윤 박사는 “인간의 감정과 사고를 배제한 채 AI 알고리즘을 통한 반복 학습으로 논리만이 존재하는 세상, 노인과 아이 중 단 한 사람을 구해야 할 때 논리적으로 살 가능성 높은 한 명을 선택하게 되는 세상”을 우려했다.

그리고 그는 “논리란 원인과 결과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인생이란 원인과 결과가 정해진 필연도 있지만 어쩌다 마주하는 우연도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그 우연이라는 것이 인간을 다양한 인생을 만드는 것일 수 있다”며 “그것을 AI가 이해할 수 없다. 그들에겐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사고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AI 논리의 모순을 지적했다.

그래서 AI도 인간처럼 사고하고 사유하도록, 인간의 감정과 사상, 윤리와 생명의 소중함까지 느낄 수 있도록 이스크라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것이다. 윤 박사는 “이스크라가 러시아 말로 불꽃을 뜻한다”며 “이것이 세상을 바꾸는 불꽃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무대 인사를 하는 ‘이스크라 : 잃어버린 불꽃’의 출연진들. ⓒ 김순강 / ScienceTimes

결국 윤 박사는 중앙통제시스템을 통해 전체 AI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이스트라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는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것으로 AI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이 열리게 될까? 그 결말은 관객들의 상상력에 맡겨졌다.

“인간과 휴머노이드 로봇은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서로 다르다. 단순히 보이고 만져진다고 해서 존재한다는 것은 물건이지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란 의식이 있어야 한다. 인간의 의식이란 단순히 사고하고 사유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건 바로 상상력 때문”이라는 윤 박사의 대사처럼 말이다.

휴머노이드극 ‘이스크라 : 잃어버린 불꽃’은 과기정통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2019년 과학융합콘텐츠 개발 사업’ 지원을 받아 제작된 작품으로, 오는 21일(토)까지 대학로 씨어터 쿰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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