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기록하기 위한 상징체계를 문자(文字)라고 한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대부분 음성 언어를 기록하기 위해 생겨나거나 만들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많은 언어들이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문자체계(writing systems)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글씨가 쓰여지는 방식을 문자체계라고 하는데,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히 키릴 문자, 아랍어, 산스크리트어 등 113개 언어의 문자체계(writing systems)가 세계적으로 매우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겉으로 언뜻 보기에는 매우 다른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로 획과 세로 획 등에서 구조적인 공통적인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독일 예나에 있는 막스플랑크 인류사 연구소의 연구 결과 밝혀졌다.
문자모양이 진화해온 것이 아니라 특정 목적에 의해 초기의 특징을 3000여년 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증거가 과학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문자의 역사에 진화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내용이다. ⓒWikipedia
언어적 특성… 수직과 수평, 사선에 집중
17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인류사연구소 연구팀은 3000년의 인류역사에서 나타난 116개 언어를 대상으로 그 특성을 분석했다. 이들 문자들은 알파벳 체계를 지니고 있는 음절문자들이다. 그중에는 한국어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각 단어나 형태소의 독특한 상징을 사용하고 있는 표어문자 체계(logographic system)는 제외시켰다. 여기에는 중국어, 고대 수메르 쐐기문자 등이 포함된다. 이들 문자들은 매우 복잡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 시각적으로 분석이 어려운 문자들이다.
컴퓨터, 영상장치 등 첨단 장비를 동원한 분석과정을 통해 연구팀은 5500여개의 특성을 찾아냈으며, 113개 문자들의 그 특성이 수직(vertical)과 수평(horizontal), 그리고 사선 라인(oblique line)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전체적으로 인류는 곡선(curve) 형태의 문자체계를 거부해온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신 좌우, 상하가 대칭되는 거울상(mirror images)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울상이란 거울에 비춰진 것처럼 상(像)이 서로 대칭돼 있는 것을 말한다.
이번 연구를 이끈 연구원들은 인지인류학자인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의 올리버 모린(Olivier Morin) 박사를 비롯 다수의 암호 전문가들이다. 연구원들은 인류학자들에 의해 표준화된 초기 문자들을 대문자·소문자로 나누어 집중 분석했다.
연구 결과 조사 대상 문자들 라인 가운데 61%가 수직이거나 수평적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이런 특징들은 라틴 알파벳의 경우 70%까지 늘어났다. 현재 영어가 라틴어 형태로 쓰여져있는 만큼 영어 역시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모린 박사에 따르면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인류가 오랜 기간 동안 진화하는 대신 유사한 특징을 보전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다른 언어와 영향을 주고받은 93개 언어를 선별해 그 진화과정을 정밀 분석했다.
“문자체계는 진화하지 않고 보존돼 왔다”
그리고 이들 문자들이 초기 문자와 비교해 더 수직적이거나 수평적이란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인류 조상들이 초기에 등장한 언어의 기본적인 형태를 그대로 고수해왔으며, 현대인들 역시 지금까지 그 형태를 보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논문 제목은 ‘The Structures of Letters and Symbols throughout Human History Are Selected to Match Those Found in Objects in Natural Scenes’이다. 지난달 국제학술지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지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본 피츠버그 대학의 뇌과학자이면서 심리학자인 줄리 피에즈(Julie Fiez) 교수는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은 문자 진화 과정에 심미적인(assthetic) 방식이 작용해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인간 뇌는 시각적으로 사람 얼굴과 유사한 수직적 좌우대칭(vertical symmetry)을, 풍경과 같은 수평적 상하대칭 형태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왔는데, 이번 연구 결과가 그런 주장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류가 보다 더 또렷하고 특징적인 문자체계를 선호한다는 주장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피에즈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로 문자가 민족, 혹은 지역성에 따라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는 주장에 의문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교수는 “향후에는 각 단어나 형태소에 독특한 상징을 사용하는 쓰기 체계인 표어문자체계가 알파벳 문자처럼 고정적인 문자패턴을 유지해나갔는지 그에 대한 후속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파벳 형태의 문자들과는 달리 표어문자들은 주변 환경과 문화상황에 따라 매우 복잡한 형태를 취하고 있어 알파벳 문자와는 다른 다양한 진화과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이 그럴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보고 있는 중이다.
독일 뒤스부르크 에센 대학의 언어학자 플로리안 코울마스(Florian Coulmas) 교수는 “표어문자 체계에 있어서도 진화가 있었따는 이론이 적용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그동안 많은 언어학자들은 문자의 역사에 진화는 없다는 주장을 지지해왔다.
문자 체계는 자연적인 경로를 거치면서 저절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목표를 이루려는 인간 의도에 따라 기본적인 형태가 결정되어지고, 이후 더욱 정교해지면서 변화해왔다는 것이 대다수 이론이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부재해왔다. 그러나 이 문제를 최근 첨단 과학이 해결하고 있다. 문자가 진화하기보다는 오랜 전통을 보존해왔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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