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위튼의 논문을 소개하는 ‘사이언스’지의 트윗. 문화 현상을 보이는 다양한 종들이 사진에 보인다. ©트위터
‘인간은 무엇인가’는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철학적인 질문이기도 하지만 생물학적 질문이기도 하다.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나 ‘문화를 가진 동물’과 같은 인간을 정의하던 기존의 개념들은 도구를 사용하고 문화를 가진 다른 동물 종이 존재한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인간의 도구 사용은 어떻게 고유한지, 인간의 문화는 어떻게 고유한지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게 됐다. 최근 ‘사이언스’지에 실린 문화 연구 전문가 앤드류 위튼(Andrew Whiten)의 리뷰 논문은 문화 현상 관련 최근의 연구를 종합하고 인간의 문화 고유의 특징은 무엇인지를 짚었다.
예를 들어, 20세기 중반만 하더라도 배움을 통해 전승하는 ‘문화’는 인간에게서만 관찰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 생각은 크게 세 가지의 관찰에 의해 도전을 받게 되었다. 첫 번째는, 박새가 우유병 뚜껑을 뚫은 일이었다. 당시 영국에서는 종이 마개로 막은 우유병에 우유를 배달했는데, 박새들이 마개를 쪼아 열고 그 안의 우유 위로 생긴 지방질의 크림을 먹는 일이 영국 전역에서 관찰되었다. 우유 회사들은 곧 알루미늄 마개로 우유병을 막기 시작했는데, 박새들은 금방 이 마개를 쪼아 여는 법을 터득하고, 서로 배워 다시 영국 전역의 박새들은 우유병 속의 우유 크림을 쪼아 먹게 되었다. 이는 몇몇이 알루미늄 마개 쪼는 법을 터득했지만, 집단 내로 이 행동이 퍼지지는 않았던 울새와 대조되는 현상이었다.
두 번째는, 일본 고시마섬에 사는 원숭이들이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 행동으로, 이전에는 관찰되지 않던 이 같은 행동이 한 마리 원숭이에게서 관찰된 이후로 집단 내의 같은 세대와 이후 세대의 개체들에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세 번째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지역별로 억양이 다르고 이는 유전적으로 나타나는 형상이 아니라 ‘배움’을 통해 나타난다는 사실이었다. 인간의 언어와 유사성을 갖는 다른 동물들의 발성 문화에 대한 발견이었다.
이 같은 발견이 한 가지 ‘관습’에 관한 것이라면, 장기간에 걸친 야생의 침팬지, 오랑우탄, 고래와 돌고래 관찰을 통해서는, 이들이 도구 사용이나 털 고르기(grooming), 성적 행동(sexual behavior), 먹이와 관련된 기술과 관련한 수십 가지의 관습들이 지역 사회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관찰이나 실험이 쉽지 않은 고래와 돌고래에서 문화 현상을 관찰한 것은 흥미로운데, 예를 들어, 혹등고래(humpback)의 경우 이들의 발성을 녹음해 분석한 결과 새로운 노래 발성이 관찰된 이후에는 이 노래가 다른 집단들에게 빠르게 전파되었다고 보고되었다.
한편, 실험을 통해 문화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도 동물들의 문화현상을 이해하는데 일조했다. 예를 들어, 푸른박새(blue tit)와 박새(great tit)들의 알을 서로 바꿔 높았을 때, 둥지에서 부화한 아기 새들은 각각 종이 다른 양부모 새들이 선호하는 먹이를 사회적으로 배우게 된다는 것을 관찰했다. 이 같은 ‘문화의 전파’ 현상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침팬지와 개코원숭이, 사바나원숭이, 비둘기, 찌르레기, 닭, 심지어는 초파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동물종에서 관찰되었다. 초파리의 경우, 특정 색깔로 표시를 한 수컷이 다른 암컷과 짝짓기를 하는 것을 본 암컷들에게서 그 수컷과 짝짓기 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겨났고, 이후 이 경향이 다른 암컷들에게 이어져 관습이 되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 같은 관찰은 우리 인간의 문화가 오랜 진화적 토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우리와 진화의 뿌리를 가까이하는 다른 영장류에게는 인간에게 존재하는 여러 관습의 양상과 이들이 전파되고 집단 내에서 유지되는 양상 등 문화적 특징에 공통점이 특히 많다. 이를 토대로 인간 고유의 문화적 특징이 무엇인지도 점점 더 정교하게 이해되고 있다. 이는, 앤드류 위튼은 다른 리뷰 논문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그는, 인간에게서 관찰되는 문화는 관습들은 그 숫자가 셀 수 없는 수준으로 많다는 것, 세대를 거쳐 축적되는 문화의 진화 양상이 정교하고 점진적이라는 것, 관습을 학습할 때 모방의 수준이 매우 높고, 때로는 모방을 뛰어넘는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는 것 등을 꼽았다. 또한, 학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다른 이들에게 교육하고 적극적으로 전파하기도 한다고도 했다.
앤드류 위튼이 말처럼 다음 세대의 과학자들이 더 다양한 종들에게서 문화 현상을 발견하는 일이 기다려진다. 이는 ‘문화’의 기능과 그 진화의 역사를 이해하는 길이기도 하며, 인간의 문화의 고유성을 확인하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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