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4400년 전 빵 유적 발굴

농경사회 출발점 놓고 논란 예고

1만4400여 년 전 살았던 집터 화로 유적에서 숯으로 변한 빵조각들이 다수 발견됐다. 고고학자들은 이 빵조각들이 농업이 시작되기 전 인류 조상들이 어떤 식으로 빵을 만들어 먹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가디언’ 지에 따르면 수 mm 크기의 숯으로 변한 빵 조각들이 발견된 곳은 요르단 북동쪽  블랙 데저트(Black Desert)다. 화로를 발견한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연구팀은 방사성연대측정법에 의해 이 화로가 1만4400여 년 전에 사용됐음을 확인했다.

고고학자들은 그동안 발견된 빵 유적들이 정착 사회(settled societies)가 형성된 후 이뤄진 농업 생산의 결과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고든 차일드(Gordon Childe)와 같은 학자들은 농업혁명의 기원을 수메르 인으로 보았다.

요르단 블랙 데저트에서 발겨난 1만4400여 년 전 살았던 인류 조상의 집터 화로 유적. 이곳애서 발견한 빵 조각 유적들을 통해 인류 농경 역사가 새로 써질 전망이다.  ⓒAmaia Arranz-Otaegui

고대 인류가 1만4400여 년 전 살았던 요르단 블랙 데저트의  집터 화로 유적. 이곳애서 발견한 빵조각들을 통해 인류 농경 역사가 새로 써질 전망이다. ⓒAmaia Arranz-Otaegui

“농경시대 발원시기 조정할 필요 있어”

고고학자들은 지금까지 수메르인들이 기원전 9500년경에 농업을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이 경작 방식이 외부로 전파되면서 기원전 7000년경 인도, 기원전 6000년경 이집트, 기원전 5000년경 중국, 기원전 2700년 전 중앙아메리카로 퍼졌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정설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빵 유적 중 가장 오래된 것은 터키 차탈회위크 신석기 유적지(Neolithic Site of Çatalhöyük)에서 발견된 것으로 기원전 9100년 전(1만1100년 전)의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것은 1만4400년 전의 것으로 차탈회위크 유적보다 3300년 앞선 것이다.

논문 공동저자인 코펜하겐대 토비아스 리히터(Tobias Richter) 박사는 “이번에 요르단에서 발견한 빵 조각들이 1만4400여년의 것임이 확인됨에 따라 농경시대 발원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히터 박사는 “빵 유적을 기준으로 농경시대 발원시기를 추정한다면 기존의 1만1100년 전(기원전 9100년)보다 2500년 이상 앞당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고대인들이 수렵·채집 시대에 이미 빵을 만들어 먹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관련 논문은 16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됐다. 덴마크, 영국 과학자들이 참여해 공동으로 작성한 논문 제목은 ‘Archaeobotanical evidence reveals the origins of bread 14,400 years ago in northeastern Jordan’이다.

연구팀은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탐사를 통해 수렵·채집인으로 알려진  ‘나투프인(Natufians)’ 유적을 발굴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구근류(tubers), 콩류(legumes), 채소류, 밀·보리 등 곡물류 그리고 642개의 숯이 된 덩어리 흔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중 24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 빵조각들(breadcrumbs)이 지금의 일반 가정에서 볼 수 있는 토스터기 밑바닥에 떨어져 있는 빵조각들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열, 혹은 강한 압력을 받아 부서진 모습이 흡사했기 때문이다.

“빵의 역사 더 오래됐을 수도…”

연구팀은 24개의 조각 중 15개를 정밀 분석했고 그 안에 곡물 세포들이 포함돼 있음을 확인했다. 밀(wheat)과 보리(barley), 귀리(oats), 그리고 작은 이삭에 열매가 한 알씩 열리는 외알밀(einkorn) 세포가 포함돼 있었다.

분석 결과 빵조각 안에는 곡물 외에도 구근류와 같은 다른 식물 성분도 들어 있었다. 또한 나투프인 빵을 만들기 위해 곡물을 갈아 가루로 만들었으며, 반죽을 만들어 돌로 만든 화로 안에 넣어 재와 함께 구은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발견된 빵 유적들은 이스트가 들어가지 않은 발효되지 않은 빵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당시 발효 기술이 전수되지는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논문 제 1 저자인 코펜하겐대 아말리아 아란츠-오타이구이(Amaia Arranz-Otaegui)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2만5000년 전 구석기 시대에도 인류 조상이 빵과 유사한 음식을 해먹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쟁점이 되는 것은 나투프인들이 농업을 통해 생산한 곡물을 사용했는지 아니면 채집을 통해 수집한 곡물을 사용했는지 여부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농경을 통해 곡물을 생산했을 가능성도,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도 모두 존재한다”고 밝혔다.

리히터 박사는 “빵조각 유적들을 발굴한 화로에서 포유류 동물인 가젤(gazelle) 뼈가 다수 발견된 점, 화로 근처에 수십 마리의 토끼와 새 등 다른 동물 흔적이 발견된 점에 비추어 많은 사람들이 축제(feast)와 같은 의식을 진행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로 발견한 유적들은 행사 과정에서 폐기된 음식들로, 이들 음식이 농업을 통해 생산됐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류가 만든 최초의 빵의 역사가 3000년 이상 앞당겨짐에 따라 농경 역사 전반에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옥스퍼드 대학의 고고학자 에이미 보가드(Amy Bogaard) 교수는 아말리아, 리히터 교수팀 연구 결과에 대해 “신석기 시대 곡물을 갈아 빵을 만들어 먹었다는 추정은 있었지만 유적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보가드 교수는 “특히 이스트가 들어가지 않은 납작한 빵을 만들어 먹은 사실이 중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농경문화 시작을 어느 시점으로 봐야할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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