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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06

[정일화] '유레카'의 참뜻 정일화 한국과학문화재단 객원석좌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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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가까이 한국과학문화재단과 동아일보사가 공동주관하는 과학대사 사업에 참여하여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서 과학강연을 하는 동안 발견한 놀라운 일의 하나는 초등학교 학생으로부터 고등학교 고급 과학반에 이르기까지 유레카라는 말의 뜻을 모르는 곳이 없었다는 것과,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말을 의미하는 내용을 정확히 설명하는 학생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공계 진학을 결심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유레카(eureka)가 “나는 찾아냈다”(I have found it)는 뜻이라는 것은 아는 것은 그럴 만 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학생까지 이 말 뜻을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놀라움이 아닐 수 없었다. 학교의 영어시간에서 배운 것인지 아니면 게임놀이를 하는 동안에 자연히 알게 된 것인지 모르지만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역사책에서는 그리스의 철학자요 수학자요, 물리학자인 아르키메데스(BC 287~ 212)가 시라큐스 왕 히에로 2세(Hiero II)로부터 “이 금관이 순금으로 제작된 것인지 아니면 은을 섞어 만든 것인지를 알아내라”는 명령을 받고 고민에 빠져 있던 중 어느 날 목욕탕에서 물이 넘치는 현상을 보고 그 숙제를 풀 아이디어를 찾아내어 eureka를 외쳤다고 쓰여 있다.

이 위대한 학자는 이 아이디어를 찾아낸 것이 얼마나 기뻤던지 알몸 그대로 목욕탕을 나서 집으로 유레카, 유레카, 유레카라고 하면서 뛰어 갔다고 한다.


가득 채운 목욕탕 물 속에 사람이 들어갔을 때 물어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찾아냈다는 부력(浮力)의 원리는 분명 위대한 발견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원리는 거대한 문명을 창조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아르키메데스는 히어로 왕에게 ‘문제의 금관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부력의 원리를 이용하여 어떻게 설명했겠는가’ 라고 물었을 때 그 설명을 우리 학생들은 해내지 못했다. 마치 소리의 속도와 빛의 속도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천둥의 이동방향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과 같은 것이다.


아르키메데스가 알아냈던 것은 금 일정량과 은 일정량은 같은 무게일 지라고 부피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낸 것, 다시 말해서 물질은 제 각기의 다른 밀도(density)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아르키메데스는 때문에 왕이 갖고 있는 그 금관을 물에 담갔을 때 밀어내는 물의 양과, 같은 무게의 순금을 물에 넣어 그 순금이 밀어내는 물의 양을 비교하면 금관이 순금으로 되어 있는지 아니면 은이 들어간 합금인지를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이 금관사건을 계기로 부력의 현상을 세밀히 조사하여 아르키메데스 원리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부력을 재는 공식이다. 즉 일정한 물체를 물속에 담갔을 때 그 물체가 밀어내는 물(또는 다른 액체)의 무게만큼 그물질의 무게가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가벼워지는 그 무게가 바로 그 물체의 부력의 크기이다.


아르키메데스가 이 원리를 발견한 후 쇠(철)로 배를 만드는 법까지 제시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물체가 밀어낸 물의 양만큼 가벼워지는 것이 물의 부력의 성격이라면 이 부력을 이용한다면 쇠라도 바다에 띄울 수가 있을 것이 아닌가. 배를 바다에 띄운 경우 물 속에 가라앉은 곳이 밀어낸 물의 부피의 무게는 물위에 떠 있는 물체의 무게와 갔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나무로 배를 만들든, 쇠로 배를 만들든 물위에 올라와 있는 부분의 무게가 바로 부력의 총량인 것이다. 이 원리를 이용하여 서양인들은 일찍부터 쇠로 배를 만드는 것을 알게 되었다.


1853년 미국 해군제독 매튜 페리가 8척의 쇠로 만든 군함을 이끌고 일본의 동경 앞 바다에 나타나 통상을 요구했을 때 일본인들은 위로 임금으로부터 아래로 일반백성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서양인들은 쇠로 배를 만들어 거대한 함포와 선원을 싣고 대양을 누빌 수가 있는가에 대해 너무 놀랐고 그 결과 미국과 통상조약을 맺음은 물론 전 일본이 서양의 과학을 결사적으로 배워오는 열풍을 일으켰다. 일본은 서양과의 수교후 불과 30년도 안되어 나무배 대신 시로 만든 군함을 모아 거대한 해양국가로 떠올랐으며 이에 대한 첫 희생으로 1910년 조선이 식민지로 바쳐졌다.


가짜 금관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부터 세계의 해양대국에 이르게 하는 아르키메데스 원리를 공부방에서 실험해 보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목욕탕에 가지 않더라도 말이다. 간단한 방법은 손저울을 갖고 어떤 물체를 목욕탕 물 속에 넣어 달아보고 물 밖에서 달아보면 된다, 분명한 차이가 난다.

그러면 같은 바다 물인데도 소금기가 많은 사해(死海)는 왜 사람이 뜰 정도로 부력이 강한가. 소금의 무슨 성질 때문에 그런 부력을 증가시키는 것인가. 부력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단순히 외우는 공부가 아닌 나의 지식으로 환원할 수 있다면 이 문제는 당연히 풀 수 있어야 한다.


마치 소리의 속도와 빛의 속도를 알면 우외의 방향을 금방 알아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과학은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호기심이 의문으로 바뀌고 그 의문을 과학이 풀어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 때 과학도는 초등학생이든 중 고등학생이든,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대 과학자든 유레카를 외치게 될 것이다. 우리 과학교육은 유레카라는 단어는 가르치고 있지만 하늘을 날아 올라갈 것같이 즐거운 유레카의 마음을 가르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이 점을 조금씩 고쳐 가는 것이 우리 과학교육 개혁의 핵심이다.

저작권자 2003-12-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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