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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2004-07-30

'필즈-온 과학관' 시대의 도래 조숙경 한국과학문화재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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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대부분은 과학에 무관심하거나 혹은 과학을 잘 알지 못한다. 과학은 단지 학교 다닐 적에 배웠던 여러 교과목 중에 하나로, 괴팍했던 선생님의 목소리나 실험 중에 일어났던 사소한 에피소드로 기억될 뿐이다. 과학은 또한 과학이 우리의 일상 곳곳을 급속하게 발전 혹은 변질시키고 있다는 무성한 양 극단의 주장과 연결되지만 실상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에는 소재로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들로 하여금 과학에 조금 관심을 갖게 하거나 또 과학을 조금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할 방법은 없는가? 현대의 과학기술이 우리 삶을 급속하게 변모시킨다고 하는데 진짜로 그러한지, 과학적 사고가 확산되면 보다 잘 살게 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러한지를 알아보려고 나서게 할 방법은 없을까? 과학을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 할 교과목 중 하나가 아니라 흥미와 지적 자극의 원동력으로 받아들이게 할 수는 없는가?


과학박물관(Science Museum) 혹은 과학관(Science Centre)은 사람들이 과학을 접하고 또 과학을 이야기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해외 선진국은 한결같이 자국의 과학기술을 내보이는 과학관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영국의 런던과학박물관, 독일의 도이체스 박물관, 미국의 스미소니언, 프랑스의 시테 데 시앙스, 호주의 퀘스타콘, 캐나다의 온타리오 사이언스 센터, 일본의 동경미래관이 있다.


과학박물관이라는 아이디어는 17세기에 프란시스 베이컨(F. Bacon)의 이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참된 과학적 지식을 얻는 방법으로 실험을 주창하면서 실험적 도구와 그 결과물을 모아둘 것을 주장하였는데, 이 것은 곧 영국에서는 ‘호기심의 상자(Cabinet of Curiosities)’로, 독일에서는 ‘놀라운 방(Wonder-Room)’으로 정착되었고 1851년 세계 최초의 런던 대박람회(Great Exhibition)로 이어졌다. 대박람회는 이후 영국과 프랑스에서 교대로 개최되면서 런던과학박물관과 프랑스의 ‘꽁세르바투와르 다르 에 드 메티에(기예박물관)’를 확대·발전시켰으며, 국가주의와 상업주의가 결합된 19세기를 지나면서 독일을 비롯한 서구 국가에는 물리과학과 자연사과학을 다루는 두 종류의 과학박물관이 과학과 문화를 위한 대중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20세기 들어 과학박물관은 대중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서기 위해 다양한 개념적 변화를 거쳐 왔다. 맨 먼저 시기에는 특이하고 기이한 것들을 모아 관람객에게 전시하는 ‘눈으로 보는 과학(Eyes-On)’이 표방되었다. 이른바 수집품의 시대에 적절했던 ‘아이즈-온’ 개념 하에서는 관람객들이 선별된 전시물이 의도적으로 배치된 경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공급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수동적 입장에서 받아들여야 했다. 이 때는 과학박물관의 무게 중심이 수집 및 보관에 놓여 있었고, 전시는 부차적 기능으로 이해되었다.


20세기 중반에는 관람자의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이른바 ‘체험하는 과학(Hands-On)’이 출현하였다. ‘핸즈-온’ 개념 하에서는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작동 전시물들을 던져주고 관람객이 스스로 작동물과의 체험을 통해 이해하도록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익스플로라토리움에서 완벽하게 실현된 이 개념은 만지고 조작하는 놀이를 통해 과학을 배우는 이른바 ‘과학 오락의 시대(The Age of Entertainment)’를 열었으며, 이후 전 세계 과학박물관을 과학관으로 옮겨 놓았다.


1980년대 ‘이해하는 과학(Minds-On)’, 즉 ‘마인즈-온’은 작동 전시물을 그냥 던져두었을 때 작동 전시물을 통해 관람객이 이해하는 정도에는 한계가 있음을 자각하면서 출현한 개념이다. 관람객이 작동물을 체험하면서 이해할 수 있도록 작동 전시물에 숨어있는 과학적 원리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도우미를 활용하거나 보조 강연을 병행하는 기능을 첨가한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주로 북아메리카 대륙의 영향을 받아 변모된 런던과학박물관의 발사대(Launch Pad)나 미국 항공우주박물관 및 동경미래관의 자원봉사대의 도입으로 나타났다. 바야흐로 과학관이 ‘대중을 위한 과학 교육(The Age of Popular Education)’의 주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우리에게 과학은 단순히 보고 즐기며 이해의 수준에서 끝나야 할 대상만이 아니다. 과학은 불치병이 극복된 미래를 약속하기도 하며,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어린이를 만들기도 한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에어컨을 보장해주기도 하지만, 알 수 없는 각종 환경 호르몬을 방출하게도 한다. 이로부터 새롭게 ‘느끼는 과학(Feels- On)’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필즈-온’ 개념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의 과학, 우리 사회 속에서의 과학, 인류의 미래 속에서의 과학이 갖는 다양한 측면들을 과학만이 아닌 인문·사회·문화·예술과 어울러 제시함으로써 과학관이 대중의 생활문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할 것을 권고한다. 전시와 체험이 어우러지고(Exhitivity: Exhibition + Activity), 다양한 문화와 매체를 통해 교육과 즐거움이 함께하고(Edutainment: Education + Entertainment), 사회 속에서의 과학기술이 갖는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고 그것이 개인적 삶에서의 실천으로 이어지는(Understanding +Committment)과학관, 21세기 우리대한민국 과천에 ‘필즈-온 과학관’이 들어서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2004-07-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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