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과학자가 마르크 앙드레 슬로스(Marc-André Selosse)가 쓴 ‘혼자가 아니야’(Jamais Seul)는 우리가 미생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뒤표지에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전과 같은 눈으로는 세상을 바라보지 못할 것’이라는 표현은 상투적인 광고 문구 이상이다.
책을 읽다 보면 갑자기 외계인이 사는 동네를 돌아다니는 듯한 기분을 든다. 잘 들어보지 못한 미생물의 종류가 쉴 새 없이 등장하는데, 저자는 그 생소한 이름을 마치 이웃 동네 아저씨같이 친근하고 능숙하게 설명해 준다.
‘혼자가 아니야’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미생물이 동식물과 문명에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책의 부제 역시 ‘식물 동물 그리고 문명을 구성하는 이 미생물(Ces microbes qui construisent les plantes, les animaux et les civilisations)’이다.
우주의 별 보다 많은 박테리아 숫자
사람들은 토끼가 검은콩 같은 변만 배설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따금씩 짙은 빛깔의 물렁하고 작은 알갱이 똥을 싼다. 사람들이 이것을 모르는 이유는 토끼가 바로 씹지도 않고 먹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똥은 점액으로 감싸인 박테리아로 가득 차 있다.
1그램당 1억 개의 박테리아가 들어있으니 영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일반 식품보다 단백질이 2~3배에 달할 정도로 풍부하다. 맹장 청소에서 비롯되는 이 특별한 똥은 맹장변 혹은 식변이라고 한다. 식변을 통해서 토끼는 풍부한 비타민을 섭취한다.
세계 식량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콩의 뿌리에 분홍빛을 띤 백색의 작은 돌출부위인 ‘뿌리혹’은 수억 개의 박테리아가 들어 있어서 대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키는 고난도의 효율적인 공장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지구상에는 박테리아가 1만×10억×10억×10억 개, 그러니까 10의 34승 개쯤 존재한다고 추정된다. 이는 지금까지 발견한 우주에 있는 모든 별의 숫자보다도 당연히 많은 숫자이다. 토양 1그램에는 10억 개 이상의 박테리아가 서식하고 있다. 바닷물 1㎖당 1만에서 100만 개의 박테리아가 산다.
이렇게 박테리아가 어마 무지하게 많은 것은 그만큼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테리아가 있어야 진핵세포의 호흡이 이뤄지고, 광합성도 일어난다. 갯벌이나 심해의 밑바닥에서 박테리아들은 제일철 메탄 또는 황화수소를 산화시켜 유기물질을 만들어낸다.
박테리아는 지구상에 나타나는 생물의 도도한 진화 과정에서 식물, 동물 그리고 사람들이 생존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토대를 형성한 아주 고마운 일꾼들이다.
알기 쉬운 미생물의 역할은 물론 음식에서 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요구르트나 치즈, 빵 혹은 와인 한 잔 모두 다 미생물에 의한 발효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는다. 김치, 된장, 고추장 같은 식품 역시 마찬가지이다. 커피나 코코아 역시 미생물의 발효 때문에 독특한 맛을 낸다. 식탁에 앉을 때마다 미생물은 사람의 미각을 높여주고, 살아갈 힘과 에너지를 공급한다.
미생물은 인간의 모든 소화과정을 함께 하는 연합세력이고, 필수 아미노산을 비롯해서 비타민과 엽산, 바이오틴, 티아민, 리보플라빈, 피리독신 등을 만들어낸다. 사람이 숨을 쉬는 것도 박테리아 덕분이고, 식물이 푸른 것은 푸른 박테리아를 가졌기 때문이다.
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언급되는 단어는 공생(共生)이다. 왜냐하면 공생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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