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 곳곳에서 몇 종류의 코로나19 백신이 접종되고 있는 가운데, 접종 효과가 90%가 넘기도 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영국과 남아공 등에서 새로운 코로나19 변종이 발생해, 현재 접종되고 있는 백신 효과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대의대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원인 바이러스인 SARS-CoV-2는 반복되는 진화 패턴에서 유전자 서열의 작은 조각들을 선택적으로 삭제해 면역반응을 회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유전자 염기 서열의 결실(deletions)은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형태를 암호화하는 서열의 일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연구팀은 변이 이전의 중화 항체로는 바이러스를 잡을 수 없다고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3일 자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또 SARS-CoV-2 자체의 복제 과정에서 통상 오류를 포착하는 분자 ‘교정자(proofreader)’가 결실 수정에는 ‘맹인(blind)’이어서, 이 결실들이 변종의 유전물질에 결합된다고 밝혔다.
여러 항체(녹색와 빨강)는 SARS-CoV-2 유전자 서열에서 결실된 것이 없을 때 세포(파란색) 안에서 SARS-CoV-2와 결합하는 모습(사진 왼쪽). 유전자 서열 결실로 인해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실이 생기면 항체 중화 결합이 중단되지만(녹색 항체 부재), 다른 항체(빨강)가 여전히 잘 결합해 바이러스를 중화시킨다(사진 오른쪽). 그러나 바이러스에서 유전자 서열 결실이 반복 진화되면 항체 중화로부터 회피가 가능하다. © Kevin McCarthy and Paul Duprex
항체 결합 부위 사라져 면역 회피
논문 시니어 저자이자 피츠버그대 백신 연구 센터장인 폴 듀프렉스(Paul Duprex) 미생물학 및 분자유전학 교수는 “없는(안 보이는) 것은 교정할 수 없다”며, “항체가 ‘볼 수 있는(sees)’, 바이러스의 중요한 부분에 있는 대상이 사라져버린다면 이는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논문이 지난해 11월 예비 논문으로 처음 제출된 이래, 이런 패턴이 여러 우려되는 변종으로 나타나 전 세계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영국과 남아공에서 처음 확인된 변종들은 유전자에 이 같은 서열 결실을 가지고 있었다.
듀프렉스 교수팀은 처음으로 면역 저하 환자의 표본에서 이런 중화 저항성 결실을 발견했다. 이 환자는 코로나19에 74일 동안 감염돼 있다 결국 사망한 사람이다.
이 기간은 바이러스와 인체 면역계가 ‘고양이와 쥐처럼’ 쫓고 피하는 게임을 하는 오랜 시간으로, 전 세계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바이러스 유전체에서의 우려할 만한 돌연변이의 공동 진화를 촉발할 충분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SARS-CoV-2 스파이크 단백질 서열(수평 청록색 막대)에서의 결실은 단백질의 다른 부분(청록색) 모양에 영향을 미친다. 왼쪽의 막대그래프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해당 색상 부분에서 반복적 결실(삭제)의 상대적 빈도를 보여준다. 결실은 바이러스 감염이 시작될 때 바이러스가 세포에 결합하는 부위 바깥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 Kevin McCarthy and Paul Duprex
자체적으로 진화 반복
듀프렉스 교수팀은 논문 제1저자로 참여한 피츠버그대 분자생물학 및 분자유전학 조교수이자 면역 회피 전문가인 케빈 매카시(Kevin McCarthy) 박사의 도움을 받아, 이 환자에 침범한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에서의 결실이 바이러스가 몰고 올 더욱 큰 경향의 일부인지를 살펴봤다.
매카시 박사팀은 SARS-CoV-2가 처음 인간에게 감염된 이후 전 세계에서 수집된 이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했다.
2020년 여름 연구 프로젝트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SARS-CoV-2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매카시 박사가 데이터베이스를 면밀히 조사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결실이 발견되고, 이와 관련한 한 패턴이 나타났다.
결실은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해 자신을 복제하는 능력을 잃지 않으면서 형태 변화를 견딜 수 있는 유전자 서열의 동일한 지점에서 계속 발생했다.
매카시 박사는 “진화가 자체적으로 반복되고 있었다”고 말하고, “이 패턴을 살펴보면 예측이 가능한데, 진화가 몇 번 일어났다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피츠버그의대 폴 듀프렉스 교수(왼쪽)와 케빈 매카시 교수. © University of Pittsburgh School of Medicine
매카시 박사가 이런 결실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한 유전자 서열 중에는 ‘영국 변이종(B.1.1.7)’도 있었다. 사실 이 변종은 이름조차 없었으나 데이터세트에는 들어있었다.
2020년 10월에 들어와서도 이 B.1.1.7은 외부로 확산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 바이러스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당시에는 아무도 중요성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매카시 박사팀은 유전자 서열에서의 패턴을 살펴보고 이를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피츠버그 환자에게서 확인된 바이러스 균주는 여전히 회복기 환자의 혈장에 있는 항체군에 의해 중화되기가 쉬워, 돌연변이로 인한 면역 회피가 항상 일어난다든가 혹은 안 일어난다는 양자택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바이러스 퇴치 도구를 개발할 때는 이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 2월 3일 자에 실린 논문. © AAAS/ Science
“면역 회피 감안, 백신 재구성 염두에 둬야”
듀프렉스 교수는 “다양한 방법으로 바이러스를 쫓는 것이 바이러스의 변신을 이기는 방법”이라며, “서로 다른 항체의 조합, 나노체와 항체의 조합, 서로 다른 백신의 조합이 그것으로, 위기가 닥친다면 이런 예비 대책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문은 SARS-CoV-2가 기존 백신과 치료제로부터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으나, 그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접종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이 앞으로 6개월, 1년 혹은 5년 동안 계속 높은 수준으로 인체를 보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매카시 교수는 “바이러스의 이런 유전자 서열 결실이 백신의 보호막을 언제 가서 깨뜨릴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어느 시점에서는 우리가 백신 재구성을 시작하거나, 적어도 그런 게 필요하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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