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기원, 갈수록 미스터리

[금요 포커스] 박쥐나 천산갑보다 인간 감염에 가장 적합해

2019년 12월 30일 중국 우한시 보건위원회는 시 의료기관에 긴급 공지를 하달했다. 우한시의 화난 수산물시장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폐렴 사례가 보고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후인 2월 3일에는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작성한 보고서가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은 박쥐라는 연구 결과였다. 그 후 중국의 과학자들은 코로나19가 박쥐에서 발원해 중간 숙주인 천산갑을 거쳐 인간에게 전염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기원은 여전히 불명확하다.

코로나19의 바이러스는 박쥐나 천산갑의 세포보다는 인간 세포를 감염시키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최근에 코로나19의 바이러스는 박쥐나 천산갑의 세포보다는 인간 세포를 감염시키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이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미스터리가 깊어지고 있다.

호주 플린더스대학과 라트로브대학의 과학자들은 박쥐, 천산갑, 고양이, 개, 소, 양, 돼지, 말 등 12가지 동물 종의 게놈 데이터를 사용해 각 종에 대한 주요 ACE2 단백질 수용체의 컴퓨터 모델을 만들었다. ACE2는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체 세포에 감염될 때 인식해 결합하는 단백질이다.

이렇게 구축한 고성능 컴퓨터 모델을 사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인간과 12종 동물의 감염 능력을 예측한 결과, 놀랍게도 박쥐와 천산갑을 포함한 어떤 동물 종보다 인간의 세포에서 바이러스가 더 단단하게 ACE2에 묶여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만약 동물이 인간 감염의 초기 원인이라면 이는 매우 놀라운 결과다. 기원 동물로 꼽히는 박쥐의 ACE2와 결합하는 능력이 인간 세포를 결합하는 능력보다 떨어진다는 것은 이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인간으로 직접 전달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기원, 원점에서 다시 조사해야

따라서 만약 이 바이러스가 자연적인 근원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중간 숙주의 동물 종을 통해서만 인간에게 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이 연구 결과는 출판 전 논문·자료 저장소인 ‘아카이브(arXiv, arxiv.org)’에 등록된 후 동료 검토를 거쳐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그에 의하면 코로나19의 바이러스는 박쥐보다 천산갑의 ACE2에 상대적으로 강하게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간을 제외하고 연구진이 관찰한 12종의 동물 중에서 가장 높은 스파이크 결합 에너지를 보인 것.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일부 과학자들은 천산갑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오해로 인한 것이다. 그들이 기술한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는 SARS-CoV-2와 유전적 유사성이 90% 이하여서 그 조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호주 플린더스대학의 니콜라이 페트로프스키(Nikolai Petrovsky) 교수. ©Flinders University

이번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인 니콜라이 페트로프스키(Nikolai Petrovsky) 플린더스대학 교수는 SARS-CoV-2가 천산갑의 ACE2에 잘 결합되는 이유에 대해 “수렴진화 과정, 바이러스 간의 유전적 재조합 또는 유전공학을 통해 유사점을 진화시켰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의 요점은 천산갑의 ACE2 결과보다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을 감염시키도록 매우 잘 적응했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SARS-CoV-2가 박쥐로부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중간 숙주 동물을 통해 인간에게 전염되었을지 모르지만, 바이러스 실험실에서 우연히 방출되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증거를 기반으로 한 철저한 과학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초 발병일은 11월 17일?

연구진은 SARS-CoV-2가 어떻게 그리고 어디서 적응해 이처럼 효과적인 인간 병원체가 되었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며, 이 병의 기원을 찾는 것이 미래의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성 전염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려는 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과학자 18명도 이와 유사한 주장을 한 바 있다. 지난 5월 14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보낸 편지에서 그들은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사고로 유출됐거나 동물원성 감염증이 퍼졌다는 주장 모두 여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중국에서 코로나19의 첫 사례가 발생한 시기는 2019년 10월 초에서 11월 중순 사이며, 가장 유력한 기원일은 11월 17일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켄트대학의 연구진이 보존과학의 방법을 이용해 발표한 이 연구 결과는 면역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플로스 패소전스(PLOS Pathogens)’에 게재됐다.

코로나19가 최초로 발병한 시점은 여전히 불명확하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첫 사례는 2019년 12월 초로 알려져 있지만, 증거가 쌓일수록 첫 발병일이 훨씬 더 일찍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 결과 역시 코로나19가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더 빨리 발생했으며, 더 빠르게 확산하였다는 설을 뒷받침한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가 중국 이외의 국가에 언제 최초로 확산되었을지도 분석했다. 그에 의하면 2020년 1월 3일 일본에서 중국 외 지역의 첫 사례가 발생했으며, 2020년 1월 12일에는 스페인에서 유럽의 첫 사례, 그리고 2020년 1월 16일에는 미국에서 북미의 첫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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