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어린이에게 약한 이유는?

인체 세포 표면의 단백질인 TMPRSS2와 관련 있어

코로나19는 기존 전염병과는 좀 다른 특징이 하나 있다. 어린이가 성인보다 감염률이 낮고,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더 낮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 보통 어린이들은 성인보다 면역력이 약해 같은 질병이 걸려도 더 위험한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해 분명한 차이점이다.

실제로 지난 8월 미국의 학교들이 다시 문을 열었을 때 지역사회 감염률은 여전히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의 감염률은 약간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한 영국의 경우 학교 내 집단 감염 사례에서 첫 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성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코로나19가 성인과 노인을 우선적으로 감염시키고 힘들게 하는 반면 어린이들에게는 심하지 않은 이유를 밝힌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연구진이 코로나19로 입원한 성인 환자와 소아 환자 65명을 각각 비교 분석한 결과에서도, 성인은 기계호흡이 필요할 만큼 악화된 비율이 37%였던 데 비해 어린이는 8%에 불과했다. 사망률에서도 성인은 28%인 반면 소아는 3%에 그쳤다.

코로나19가 이처럼 성인과 노인을 우선적으로 감염시키고 힘들게 하는 반면 어린이들에게는 심하지 않은 이유가 드디어 밝혀졌다. 미국 밴더빌트대학병원(VUMC) 연구진은 소아의 경우 코로나19를 유발하는 RNA 바이러스인 ‘SARS-CoV-2’가 폐의 기도 상피세포를 침범하는 데 필요한 효소/공동 수용체 수치가 낮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나이 들수록 TMPRSS2 발현이 크게 증가해

연구를 주도한 제니퍼 수크레(Jennifer Sucre) 박사는 “우리의 연구는 특히 영유아와 어린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적거나 심각한 질병 증상이 왜 적은지에 대한 생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클리니컬 인베스티게이션(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11월 13일 자에 발표됐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폐로 흡입된 후 ‘스파이크 단백질’이라는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 단백질이 인체 세포 표면의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CE2)’라는 단백질을 인식해 달라붙으면서 침투를 시작한다.

이후 스파이크 단백질은 인체 세포 표면의 또 다른 단백질인 퓨린가수분해효소(TMPRSS2)에 의해 두 조각으로 갈라지고, 이렇게 갈라진 단백질이 세포 표면과 작용하면서 바이러스 유전물질(RNA)을 세포 안에 들여보내 증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를 주도한 밴더빌트대학병원의 제니퍼 수크레 박사. © Vanderbilt University Medical Center

2016년부터 미숙아와 성인의 폐 질환을 연구해온 수크레 박사와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 중 한명인 조나단 크롭스키 박사는 TMPRSS2가 어린이에 비해 노인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 코로나19 증상의 심각성과 관련이 있는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수크레 박사는 “우리는 폐 발달 과정에서 영아의 폐가 성인의 폐와 어떻게 다른지 연구해왔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그 반대의 접근법을 택해 발달하는 영아의 폐가 어떻게 SARS-CoV-2의 감염으로부터 보호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의 매력적인 표적

국제 휴먼셀아틀라스(HCA)의 회원인 연구진은 단일 세포 RNA 시퀀싱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실험 쥐의 폐 발달에 대한 데이터 세트를 구축했다. 이 기술은 폐와 같은 조직의 개별 세포에서 유전자의 발현을 감지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연구진은 코로나19에 대한 신체 반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의 발현을 추적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ACE2에 대한 유전자가 실험 쥐의 폐에서 낮은 수준으로 발현되는 반면 TMPRSS2는 발달하는 동안 발현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연령대가 다른 기증자로부터 수집한 인간 폐의 표본을 분석한 결과, TMPRSS2의 발현이 실험 쥐에서 발견한 것과 유사한 궤적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인간과 실험 쥐 모두 노화함에 따라 TMPRSS2의 발현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그런 현상은 유전자 수준과 단백질 수준에서 관찰되었다. 이후 연구진은 형광 탐침을 이용해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 세 명의 부검 시료를 분석한 결과, TMPRSS2를 발현하는 세 가지 유형의 세포에서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TMPRSS2는 전립선암의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전립선암 치료용으로 승인된 약물은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잠재적 치료제로 임상시험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19에 걸린 성인 및 노령자 환자들의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수크레 박사는 “TMPRSS2가 코로나19의 노출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위한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서 매력적인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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