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베이스캠프를 높이 올리는 일, 그 일이 제가 할 일이죠.”
예비창업자 정금종씨는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에베레스트 산 위에 베이스캠프를 짓는 일로 비유했다. 그는 부친이 물려준 탄탄대로의 중소기업을 폐업 처리하고 골방에서 절치부심하고 다시 일어섰다.
과거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불가능에 도전한다’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에베레스트는 더이상 정복 불가능한 고지가 아니다. 많은 일반인들이 정상을 정복하고 있다.
정금종씨는 그 이유를 ‘베이스 캠프’에 있다고 설명했다.
재기를 위한 베이스캠프, 가장 높고 가장 힘들게
“예전과 다르게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일이 수월해졌어요. 그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전 가장 큰 이유가 베이스 캠프에 있다고 봐요. 정상을 가기 위한 베이스캠프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근데 이 베이스캠프가 설치되는 곳의 고도가 점점 높아졌거든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좀 더 쉽고 빠르게 정상에 다가갈 수 있게 된 거죠. 저는 이제 재창업에 있어서의 베이스캠프를 지금 편하자고 낮게 잡지 않으려고 해요. 정상에 가까운 높은 베이스캠프를 지으려 합니다.”
재기를 위해 한 단계 물러서 있는 예비 창업자 정 대표는 지금 절실한 마음이다. 지난 2014년 선친이 물려준 중소기업 ㈜한국악기를 폐업 정리할 때의 고통이 아직까지 상당하다.
1980년 부친이 창업한 이래 30여 년간 한국악기는 국내 기타 OEM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잡고 있었다. 정 대표가 2002년 회사를 물려받아 취임한 후에는 더욱 번창했다. 57개국에 수출하고 누적 매출액이 1,000억 원에 달했다. 국내에서 기타 OEM 업체 하면 한국악기로 통할 정도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안정적인 매출 구조가 달성되자 새로운 꿈이 생겼다. 정 대표는 국내 OEM 기술로 다져진 기타 제조기술을 해외 시장으로 넓혀나가고 싶었던 것. 특히 일렉 기타라는 특화 분야에서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승부를 걸고 싶었다. 그간 다져온 기술력으로 우리나라에도 해외 명품 기타 브랜드 못지 않은 하이브리드 전자 기타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처음 시작은 쉽지 않겠지만 자체 국내 기타 브랜드로 해외 정상에 서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렇게 커스텀 일렉 기타 ‘크라켄’이 만들어졌다.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그동안 OEM 주문을 해오던 국내 대형 기타 바이어들은 “밥 줄 끊겠다”고 협박했다. 소비자들은 “우리나라가 무슨 명품 전자 기타냐”며 일축하고 무시했다. 여기서 멈추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무리한 투자가 매출 천억대 회사 한순간에 삼켜 버려
정 대표는 크라켄을 홍보하기 위해 전 세계 박람회를 돌아다녔다. 수많은 해외 바이어를 만나 국내 토종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힘썼다. 점점 해외에서도 직접 손으로 만들어 낸 커스텀 일렉기타 크라켄을 눈여겨 봐주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매니아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지난 2009년은 미국 모기지론 사태로 인해 미국 내수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최악의 경제상황이었다. 미국 시장을 목표로 하던 차라 타격이 컸다. 하지만 미국 내수 시장이 경색되었다고 투자를 멈출 수는 없었다. 이 후에도 계속 투자를 계속 진행해나갔다. 결국 이 때의 무리한 투자가 화근의 단초를 제공했다. 정 대표는 “지나친 자신감이 있었다. 아마도 자만이었을 지도 모른다. 계속 된 무리하고 방만한 투자가 문제였다”고 자책했다.
2014년 폐업 처리를 하고 돌아서며 살아갈 희망을 잃었다. 그저 죽고 싶은 마음만 뒤로 한 체 하루하루 살아갔다. 그러던 중 실패경영인을 돕는 창업캠프에 참가했다가 정 대표는 다시 한 번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또 ‘중용 23장’의 글귀에서 희망을 꿈꾸게 되었다.
“중용 23장을 보면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정성이 겉으로 배어 나와 결국 감동을 주게 된다고해요. 그래서 오직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화시킨다고요. 그 말에 용기를 얻었어요.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정성을 다할 생각입니다. 정말 하기 싫은 일도 찾아서 하려고 하고 있어요.”
한번 크게 죽어 다시 살아나야 변한다
정 대표는 실패 이후 ‘대사일번 절후소생 (大死一繁絶後蘇生)’이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살고 있다. ‘크게 한번 죽어서 다시 살아나야 완전히 변한다’는 말이다. 정 대표는 이 말을 하루에도 몇번씩 되새긴다. 그래서 매시간 매분이 아쉽고 소중하기만 하다. 그는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사용하려 하고 있다.
작은 일부터 정성을 다해 시작하라는 중용의 말을 되새기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실패담과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엮어 공모전에도 냈다. 그의 이야기는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새로 구상한 사업 아이디어는 고객들과 악기의 장인들이 한 자리(플랫폼)에서 만나 서로 상생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뮤직 플랫폼. 이 기획안들을 통해 ‘2015 창조경제 혁신적 실패사례 공모전’ 대상을 수상하는 동시에 ‘2015 창조경제대상 : 아이디어·창업 경진대회’에 선발되어 창업 지원도 받게 되었다.
정 대표는 앞으로 수십년간 바닥에서 쌓아 온 제조의 메커니즘을 활용해 앞으로 ‘사운드 조합 컨텐츠’를 전개해 나갈 생각이다. 또 앞으로 예전에 실패했던 일렉트릭 기타 분야도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손이 작은 동양인을 위한 특별 주문제작기타, 여성을 위한 기타, 어린이용과 헤비메탈용 등 아주 세분화해서 타켓별로 맞춤 공략을 할 생각이다. 또 전자 우클렐라와 바이올린을 3D 프린터와 결합한 신개념의 전자악기를 선보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실패를 재도약의 기회로, 한번 크게 죽고 새롭게 다시 태어나 변화한 정금종씨의 ‘뮤직 컨텐츠’가 앞으로 국내 음악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게 할 지 기대된다.
- 김은영 객원기자
- binny98@naver.com
- 저작권자 2016-01-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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