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경북 포항시에서 실시된 2014 한·미 연합 상륙훈련에서는 첨단의 군사용 장비들이 투입되었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해병대원들을 육지로 수송할 특이한 모양을 가진 비행기가 선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거대한 프로펠러 2기를 가진 오스프리(Osprey) MV-22라는 이름의 이 수직 이·착륙 수송기는 그 날 현장에서 해병대의 상륙돌격 장갑차가 해안에 상륙 중인 가운데 빠른 속도로 내륙을 비행했다. 앞서 상공을 지나간 우리 해군의 헬기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기동성을 선보여 군 관계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수직 이·착륙 수송기는 고정익기와 헬리콥터의 장점만을 따서 만든 하이브리드형 비행기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오스프리 MV-22는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성능의 수직 이·착륙 수송기다. 하지만 이처럼 탁월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미 국방부는 지난해부터 방위 고등 연구 계획국(DARPA)을 통해 현재의 오스프리가 가진 능력을 뛰어넘는 차세대 수직 이·착륙 비행기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정익기와 헬리콥터의 장점을 딴 하이브리드 비행기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Discovery는 DARPA가 추진 중인 차세대 수직 이·착륙 수송기 개발 프로젝트 VTOL X-Plane이 최근 3단계 개발 일정을 공개했다고 보도하면서, 장거리의 고속 비행과 수직의 이·착륙을 원활하면서도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비행기들의 등장으로 항공 산업의 오랜 꿈이 이루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Discovery의 보도에 따르면 VTOL X-Plane 프로젝트는 현재 여러 회사들이 내놓은 다양한 디자인 컨셉을 비교하고 타당성을 검토하는 1단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회사들은 보잉과 시코르스키, 그리고 록히드 마틴 등과 같은 유명 항공기 제작사들을 포함하여 오로라 비행 사이언스와 같은 무인기 제작 전문 업체들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에서 시코르스키사가 공개한 한편 수직 이·착륙 수송기는 일반적인 고정익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착륙은 헬기처럼 하는 컨셉을 가지고 있다. 이전에도 이런 개념의 이·착륙 비행기들이 있기는 했지만 사실 이·착륙 작업이 매우 어려운 관계로 실패했는데, 개발 중인 차세대 이·착륙 수송기는 다를 것이라는 게 시코르스키사 관계자의 말이다.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회사들에게 DARPA가 제시한 요구 사항들은 속도와 호버 효율(Hover efficiency), 그리고 양항비 및 적재량 등으로서, 우선 속도의 경우 현재 최고의 성능을 가진 오스프리 MV-22의 시속 509 km보다 높은 시속 555km에서 시속 740km의 수준의 속도를 만족시켜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고 호버의 효율은 75% 이상을 요구했는데, 75% 이상이란 기체가 아주 효과적으로 공중에 정지하거나 느리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서, 잠시 동안만 호버링(hovering)이 가능한 기체가 아니라 현재의 헬리콥터만큼이나 효율적으로 하늘에 떠있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밖에도 양력과 항력의 비율을 뜻하는 양항비(lift to drag ratio)는 적어도 10이상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이 비율이 커질수록 양력이 커서 쉽게 비행이 가능하다. 그리고, 적재량의 경우는 전체 중량의 40% 정도를 차지해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적재량에 대해서는 DARPA의 관계자가 “비행기의 무게에 비해서 적재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 위의 목표를 다 충족시킨다고 해도 본래의 개발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한 조건”이라고 강조한 것처럼 수직 이·착륙 비행기 개발의 핵심 사항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인기에도 수직 이·착륙 비행 시스템이 적용돼
고정익기와 헬리콥터의 장점이 합쳐진 수직 이·착륙 비행기의 개발이 사람이 탑승하는 비행기에만 적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DARPA는 지난 2009년부터 무인기인 드론을 이용한 새로운 공중 수송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수직 이·착륙 비행 시스템이 이 프로젝트에도 적용되고 있다.
현재도 사람이 탑승하는 수송기와 헬기에 의해 대형 화물의 공수와 신속한 물자 수송은 널리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수송기의 경우는 넓은 착륙장이 필요하고 헬기는 물자 수송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육로를 통한 수송 차량의 경우는 이를 노리는 급조폭발물(IED, Improvised Explosive Device)의 공격에 항상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이보다 훨씬 더 안전하면서도 신속하게 필요한 물자를 각 단위 부대에 보낼 수 있는 수송 시스템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었다.
따라서 DARPA는 그동안 무인기인 드론을 이용해서 소량의 물자를 저렴하고 신속하게 전장까지 이동시킬 수 있는 시스템 개발 계획을 진행해 왔고, 그 결과 록히드 마틴 등 유명 항공기 제작사들이 참여하여 무인 수직 이·착륙 비행기의 컨셉을 공개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되었다.
DARPA가 추진 중인 ARES(Aerial Reconfigurable Embedded System)라는 명칭의 이 무인 수직 이·착륙 비행기 개발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460km 정도의 항속거리와 최대 1.4톤 정도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수송 능력, 그리고 수직 이·착륙 능력을 지닌 무인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ARES를 통해 개발되는 비행체는 기본적으로 물자 수송용 무인기이면서도 다른 다양한 임무 모듈을 장착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정찰 임무에도 투입시킬 수 있고, 부상병 후송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일부 모듈은 일종의 플라잉 카(Flying Car)와 같은 컨셉으로도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RES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록히드마틴사는 프로토 타입의 모델을 개발 중에 있다고 발표했는데,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다면 군용은 물론이고 민수용으로도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예를 들면 아마존 같이 육로로는 배달이 어려운 장소의 화물 택배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 저작권자 2014-04-09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