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지구 자기장이 변화하고 있다

[별들의 후손이 들려주는 천문학 이야기] Living Planet Programme (8) - SWARM 미션

우리가 지구 자기장에 감사해야 하는 이유

지구 자기장(혹은 지자기라고 부름)은 커다란 자석과도 같은 지구가 방출하는 자기장을 뜻한다. ‘다이나모 이론’에 따르면 지각 아래 약 3,000㎞ 지점의 지구 외핵 내부에서 동위원소가 붕괴하면서 발생하는 열 때문에 온도 및 밀도 차이가 발생한다. 이들이 유발하는 대류 현상으로 인하여 액체 상태의 철과 니켈 등으로 구성된 유체가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되어 유도전류가 생성되며, 이로 인하여 결국 지구 회전축을 따라서 지구 자기장이 형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형성된 지구 자기장은 지구의 표면 근처뿐 아니라 우주 공간까지 뻗어 나가며 밴 앨런 대(Van Allen belt)를 형성한다.

지구 자기장의 상상도 ⓒSWARM/ESA

우리는 지구 자기장에 감사해야 한다. 지구 자기장은 우주에서 끊임없이 날아오는 방사선과 입자 등을 보호해주는 강력한 방패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최소 30억여 년 전부터 지구의 생명체를 지켜온 고마운 존재이다. 강한 자기장의 존재는 초기 지구의 물과 대기를 보호할 수 있었고 태양으로부터 오는 고에너지 복사를 막아 주었기에 생명체 탄생에 더없이 적합한 조건을 제공해주었다.

화성도 한때는 표면의 20%가 바다로 덮여 있었다고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 인해서 대략 40억 년 전 화성에서 자기장이 사라진 후 화성의 대기가 강한 태양풍에 의해서 날아갔다. 또한, 화성의 바다도 완전히 말라버리며 생명체의 씨앗이 소멸하였다. 이처럼 화성의 자기장 소멸은 화성이 제2의 지구가 됨을 방해했고 생명의 번창도 막아버리고 말았다.

지구 자기장이 변화하고 있다?

지구 자기장의 변화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뉠 수 있다. 지구 내부 변동이 주된 이유로 알려진 지구 자기장의 장기적인 변화는 최소 수십 년에 걸쳐서 천천히 변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쥴리엔 오버트 박사 (Dr. Julien Aubert) 박사가 이끄는 프랑스 및 미국 연구팀들이 예측한 시뮬레이션 관측 결과에 따르면 지구 자기장의 변화는 핵 안에서 방출되는 용융된 물질들로 인한 부력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매일 규칙적으로 지구의 자기장이 변하는 현상인 일변화와 수 시간에서 수일간에 걸쳐서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자기 폭풍 현상은 주로 태양으로 발생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우주 전파 환경의 변화에 의해서 나타나는 지자기 변화는 고에너지 대전 입자의 지구 유입을 발생시키며 결국 통신 설비 등에 전파장애를 일으키고 선박과 비행기 등의 항해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또한 우주 공간에서는 인공위성 등의 작동에 문제에 일으키게 된다.

지구 자기장은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의 시간을 거쳐 자기장의 극성을 바꾸기도 한다. 이를 지자기 역전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는 주로 외핵의 용융된 물질들이 방향을 바꾸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자기장의 변화가 일어났을 때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하지만 100여 년 전부터 전기에 깊이 의존하고 있는 현재는 다르다. 지구 곳곳에 조밀하게 퍼져있는 전력망을 고려한다면 자기장의 변화는 그야말로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유럽 우주국의 지구 자기장 연구 도전

지구에서 일어나는 가장 신비한 현상 중 하나인 자기장 연구를 위해서 유럽과 캐나다의 과학자 및 공학자들과 함께 유럽 우주국이 나섰다.

SWARM 미션은 유럽 우주국의 Living Planet Programme 중 유일한 지구 자기장 관련 미션으로 지구 내부에 관한 통찰력의 제공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지구 내부의 역학 및 내부와 맨틀의 상호작용, 암석권의 자기와 지질학적인 정보, 맨틀의 3차원정인 전기 전도도의 매핑, 그리고 해양 순환과 관련된 자기의 변화 및 특징에 관해서 연구하고자 한다. 위 모든 결과를 바탕으로 지구 시스템에 대한 태양의 영향을 연구할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자기권과 전리층의 전류 분석을 통하여 태양풍이 대기 상층부의 역학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자 한다.

SWARM 미션의 상상도 ⓒSWARM/ESA

SWARM 미션의 특징과 페이로드

SWARM 미션은 시작부터 독특한 3개의 위성으로 관심을 끌었다. 3개의 위성으로 구성된 ‘SWARM Constellation’은 긴 팔이 있는 사다리꼴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위성들은 로켓에 실린 단일 페이로드에 실린 후 궤도에 도착한 후 설치되었다.

SWARM 미션의 상상도 ⓒ SWARM/ESA

긴 팔 부분을 포함하여 길이가 약 9m이며 앞 표면의 넓이는 약 1제곱미터에 불과하다. 이는 공기 저항의 영향을 줄이고 올바른 고도에 머무르는 데 필요한 추진제의 양을 줄이기 위함이다. 참고로 긴 팔 부분은 약 4m의 길이로 뒤쪽으로 뻗어있는데, 이는 궤도 경로를 따라 입사되는 이온의 속도와 방향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측정 할 수 있기 위함이다. 또한, 위성에는 의도적으로 움직이는 부품들을 넣지 않았는데, 이는 위성의 중앙에 고정된 가속도계의 측정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기 위함이다. 마찬가지로 태양 전지판도 고정이 돼 있는 구조이다.

SWARM미션의 기기 모식도 ⓒSWARM/ESA

SWARM 미션에 탑재된 페이로드들로 먼저 핵심 장비인 벡터장 자력계 (Vector Field Magnetometer)가 있다. 위기기는 Ørsted, CHAMP 및 SAC-C 위성에 있는 것과 유사하며 자기장의 크기와 방향을 매우 정밀하게 측정한다.

SWARM 미션에 탑재된 벡터장 자력계의 모습 ⓒSWARM/ESA

벡터장 자력계를 보정해주며 상당히 높은 정확도로 자기장의 강도를 측정하는 절대 스칼라 자력계 (Absolute Scalar Magnetometer)도 탑재되었다. 전자 밀도, 전자 온도 및 우주선의 포텐셜을 측정하는 Langmuir Probe 와 고해상도로 이온 속도를 측정하여 지구 주변의 전기장을 결정하는 Thermal Ion Imaged 등의 두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전기장 기기 (Electrical Field Instrument)도 탑재되었으며, Star Tracker는 우주에서의 정확한 위성 방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마지막으로 공기 항력, 바람, 지구의 반사도, 그리고 우주선에 직접적으로 닿는 태양의 복사압과 같은 비중력 가속을 유발하는 요인에 관해서 연구하기 위한 가속도계(Accelerometer) 그리고 GPS 수신기도 탑재되었다.

SWARM 미션에 탑재된 절대 스칼라 자력계의 모습 ⓒSWARM/ESA

위 최첨단 기기들은 지구 깊숙한 곳에서 발생하는 지구 자기장에 관한 이해는 물론이며 우주 날씨부터 지구 자연환경에 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해줄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구의 자기장이 약해지고 있는 이유에 관해서도 큰 힌트를 줄 수 있으리라 기대를 품고 출발하였다.

총 3개월간의 시운전을 거쳐서 4년간 지구 궤도를 돌 계획으로 시작된 SWARM은, 첫 3개월간의 시운전에서 위성들이 태양을 바라볼 때 노이즈가 커지는 현상이 나타났고 3번째 위성의 예비 자력계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독일 위성 CHAMP에서 받은 데이터와 거의 일치되는 결과를 보내옴으로써 성공적인 시운전 및 미션의 정식 시작을 알렸다.

SWARM 미션은 계속된다

예상되었던 4년의 미션 기간을 넘어서 이미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지구를 돌고 있는 SWARM 미션은 현재도 의미 있는 결과들을 보내고 있다. 물론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션의 첫 2년 동안 GPS는 166번이나 끊겼는데, 위성의 고해상도 관측을 통해서 GPS 정전과 전리층의 뇌우 사이의 연관성을 밝히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대략 지난 100년 사이 지구 자기장의 세기가 5% 정도 약해졌다고 추측하고 있었지만, SWARM 미션이 보내온 정교한 결과를 통해서 이미 10년 사이에 자기장의 세기가 5% 정도 약해졌음을 알게 되었다.

2016년 5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Living Planet 학술회에 모인 과학자들은 북아메리카 고위도 지역에서의 자기장 감소가 아시아 대륙 부분보다 빠름을 밝혔고 자기장이 가장 약한 남대서양 이상 현상 (South Atlantic Anomaly) 부분은 꾸준히 서쪽 방향으로 이동했음을 알렸다. 같은 해 12월 과학자들은 SWARM 위성의 결과를 통해서 연간 약 50km/yr로 빠르게 움직이는 액체 철분의 제트 기류 등을 밝히며 지구 외핵의 새로운 특징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과학적인 사실로 2016년 말 캐나다 앨버타에 하늘에 나타났던 오로라 현상이었던 보라색과 녹색 빛 좁은 리본 형태로 나타나는 대기 광학 현상인 스티브 (STEVE : Strong Thermal Emission Velocity Enhancement)는 이전에 관측되던 현상이 아니며 오로라가 아님을 밝혀내기도 했다. 스티브는 대략 위도 60도 이상인 지역에서 나타나기에 오로라보다 저위도에서 나타난다. 이는 대략 지구 자기장으로 인한 전자들과 이온의 빠른 이동으로 인한 열 발생으로 인해서 야기되는 현상으로 예측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 현상인 스티브 ⓒCiaran McGrath

아름다운 자연 현상인 스티브 ⓒElfiehall

최근에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의 지구 자기장 변화 분석을 통해서 아프리카부터 남미까지 뻗어있는 지역의 지구 자기장이 점차 약화되며 이는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에 기술적 장애를 일으킬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SWARM미션의 2014년 지구 자기장 측정 결과 ⓒSWARM/ESA

SWARM미션의 2020년 지구 자기장 측정 결과 ⓒSWARM/ESA

다재다능한 SWARM 미션

최근에 발표된 SWARM의 결과를 이용해서 분석한 다른 흥미로운 연구에 따르면 극저주파의 번개는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폴란드 국립 과학 연구소와 협력하고 있는 에바 슬로민스카 박사(Dr. Ewa Slominska)에 따르면, 위 등급의 번개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발광 현상에서 생성된 에너지는 자그마치 800대의 차량을 충전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위 연구는 물론 자기장의 느린 변화를 측정하는 SWARM 위성의 본래 취지와는 어긋나지만, 미션의 또 다른 잠재력을 보여준다. SWARM 위성 중 하나가 활성화된 뇌우에 근접해있으며 극저주파의 번개 현상이 존재할 때는 자기장의 빠른 변동도 감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말 놀라운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는 이제 지구 표면뿐 아니라 지구 내부도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지구 안팎의 자기장은 지구의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 때문에 지구의 자기장은 연구 가치가 이미 충분하다. 지구 자기장에 관해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면, 지구 대기와 해양 순환 패턴의 예측에도 용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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