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첫 번째 지구 관측 위성 ERS
ERS (European Remote-Sensing Satellite) 프로그램은 마이크로파를 기반으로 지구의 전반적인 환경을 관측하기 위해서 시작한 유럽 우주국의 첫 번째 지구 관측 프로그램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위 임무는 지구의 육지 및 지질학, 바다 및 호수의 수심 측량, 대기 및 기상 사건 등의 다양한 지구 과학적 현상들을 관측하도록 설계되었다. 위 임무는 1991년과 1995년에 각각 같은 궤도에 발사된 ERS-1과 ERS-2의 두 가지 임무로 구성되었다.

두 위성의 궤도는 같았다. 따라서 ERS-2 발사 이후, ERS-2는 ERS-1보다 하루 늦게 지상의 같은 지점을 통과했으며 자료 교환 임무가 수행되었다. 위 교환 임무('ERS tandem mission')는 레이더 고도계의 측정 지점 수를 두 배로 늘렸고, 지구 육지 표면의 보다 정확한 3차원 매핑을 성공적으로 해내어 디지털 지도의 시작을 알렸다.
ERS의 과학적인 장비들
ERS에는 총 8개의 최첨단 장비들이 탑재되었다. 구체적으로, 해수면과 구름의 최정상 부분 온도를 측정하는 ATSR(Along-Track Scanning Radiometer), 지구 대기 오존의 관측을 위한 천저 (nadir) 관측 자외선 및 가시광선 분광기 GOME (Global Ozone Monitoring Experiment), 마이크로파를 이용하여 바다와 얼음 표면 측정을 담당한 레이더 고도계(RA: Radar Altimeter), 레이더 고도계 신호의 보정용 기계로 탑재되어 수증기와 구름의 액체 수분 함량을 측정한 MWR(Microwave Radiometer), 해수면파의 2차원 지도를 매핑해 낸 SAR(Synthetic Aperture Radar), 해수면에서의 풍속과 방향에 관한 관측을 담당한 WS(Wind Scatterometer), 고출력 펄스 레이저를 사용하여 지상의 관측소(Ground-Based Satellite Laser Ranging) 반사기를 담당한 LRR(Laser Retro Reflector),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형의 양방향 마이크로파 위성 추적 시스템인 PRARE(Precise Range And Range-Rate Equipment) 등이 탑재되었다. 특히, 2006년 10월 19일 MetOp-A가 발사되기 전까지 오존 관측과 해수면 풍속을 관측한 위성은 ERS-2가 유일했다.
두 위성은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두 번째 발사된 ERS-2에는 GOME가 추가로 탑재되었다. 두 위성의 길이는 11.8m로 11.7 x 2.4m 크기의 태양 전지판을 탑재했으며, SAR 안테나는 10m의 길이로 구성되어있다.

첫 번째 위성인 ERS-1은 1991년 7월 17일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아리안 4(Ariane-4) 로켓에 과 함께 발사되었으며 약 780km 고도의 태양 동기 궤도(Sun-synchronous polar orbit)에서 지구를 촬영했다. 두 번째 위성 ERS-2는 약 3년 뒤인 1995년 4월 21일 발사되었다. 두 위성의 궤도 주기는 약 100분이다.

ERS-1과 ERS-2 임무의 전반적인 총괄은 독일 다름슈타트의 유럽 우주국 작전 통제 센터 (ESOC)에서 담당했으며 위성의 비행은 Earth Observation Dedicated Control Room (DCR)에서 담당하였다. 8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비행 제어팀은 ESCO를 지원하며 위성의 명령 및 제어 그리고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했다.
ERS-1는 애초 계획이었던 3년의 운영 기간을 훌쩍 넘기며 9년간 성공적으로 운영되었다. 제어 시스템의 고장으로 2000년 3월 임무를 종료하기 전까지 지구를 약 45,000번 돌면서 후속 임무들과의 협력 연구를 진행하였다. ERS-2 역시 매우 성공적으로 운영되었다. 남은 연료를 모두 소진할 때까지 16년간이나 운영되었으며 지구를 85,000번 이상 돌며 수많은 지구 관측을 수행했다.

미션의 과학적인 발견들
영국의 리즈대학교 (University of Leeds) 연구팀은 ERS와 이후 진행 중인 Envisat(Environmental Satellite), Copernicus Sentinels 등의 후속미션들의 인공위성 데이터 결과를 종합하여 전 세계 얼음 손실에 관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연구팀은 지구 전체에서 전반적으로 얼음이 사라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를 이끈 리즈 극지 관측 및 모델링 센터의 과학자 토마스 슬래터 박사 (Dr. Thomas Slater)는 지구 주위에 퍼져 있는 215,000개의 산악 빙하,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의 극지 빙상, 남극 대륙 주위에 떠 있는 빙붕, 북극과 남극해에 떠도는 해빙의 얼음에 관해서 관측을 실시한 결과, 23년 동안 전체적으로 얼음 손실 비율이 65% 증가했으며 이는 주로 남극 대륙과 그린란드의 극지방 빙상으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1994년부터 2017년 사이에 28조 톤의 얼음이 손실되었으며 이는 영국 전체를 덮고 있는 100미터 두께의 얼음판과 같은 양이다.

빙상과 빙하에서 녹은 얼음은 해수면을 높이고 해안 지역 사회의 홍수 위험을 증가시켜서 환경은 물론 사회 및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토마스 슬래터 박사는 빙상은 최악의 기후 온난화 시나리오를 따르고 있으며 이 규모의 해수면 상승은 금세기 해안 지역 사회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캐나가 워터루 대학교, 토론토 연구소 그리고 이탈리아의 유럽 우주국 지부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겨울철에 북부 알래스카 호수의 얼음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티나 수르두 박사 (Dr. Cristina Surdu)는 ERS-1과 ERS-2의 위성 레이더 이미지를 통해서 지난 20년 간의 기후 변화가 고위도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였는데, 특히 1991년에서 2011년 사이에 호수 바닥까지 얼어붙은 얼음이 22% 감소했음을 보였다. 이는 같은 면적의 얼음이 21 - 38cm 정도 얇아지는 것과 같다. 그녀는 연구를 진행하기 전 지난 50년 동안의 기온과 강수 기록의 조사를 통해서 얼음 두께와 바닥 얼음의 감소를 이미 예상했으나 불과 20년 만에 극적인 빙하 감소를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가장 큰 변화는 늦은 겨울에 해당하는 4월에서 5월 사이에 관찰되었으며 1991년부터 2005년까지는 점진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마지막 6년 동안 급격한 감소가 진행되어 2011년에 가장 낮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30주년을 맞이한 ERS 미션
지난 7월 17일 유럽 우주국의 첫 번째 지구 관측 프로그램인 ERS 미션 프로그램은 30주년을 맞아 화제가 되었다. 이들은 첫 번째 유럽 우주국의 지구 관측 위성이었음에도 훌륭하게 이들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해내었으며 이들의 후속 임무인 ESA의 지구 관측 위성 Envisat 및 Copernicus Sentinels 시리즈 위성들의 선구자가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ERS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위 분야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위 임무가 사용했던 고도계 (altimeter), 복사계(radiometer) 및 합성 조리개 레이더 (SAR: Synthetic Aperture Radar)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ESA’s Heritage Space Programme의 일환인 고도 측정을 위한 기본 데이터 기록(FDR4ALT: the Fundamental Data Records for Altimetry) 프로젝트를 들 수 있는데, 이는 바다, 해안, 내수, 빙상, 해빙 및 대기와 같은 다양한 지구 표면에서의 장기간 데이터 활용을 위해서 시작되었다. FDR4ALT 임무의 결과는 2022년 최초 공개될 예정이다. ERS 임무의 이러한 후속 활동은 유럽 우주국의 첫 번째 지구 관측 임무의 데이터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진행될 임무들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음을 나타낸다.
- 김민재 칼럼니스트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1-08-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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