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6월 30일 아침, 시베리아 지역에서 운행되던 열차가 심한 땅울림으로 인해 갑자기 전복됐다. 땅울림의 원인은 거기서부터 450㎞나 떨어진 포트카멘나야 퉁구스카강 부근의 밀림에서 일어난 엄청난 폭발 때문이었다. 그 폭발의 위력은 약 60㎞ 떨어진 마을의 은식기를 녹일 만큼 대단했다.
사방 25㎞ 내에 있는 약 8000만 그루의 나무를 비롯해 숲에 살던 모든 동물들을 순식간에 재로 변화시킨 범인은 바로 지름 약 37m, 무게 약 10만t의 소행성이었다. 초속 15㎞의 속도로 돌진해오다 지상 8.5㎞ 지점에서 폭발한 이 소행성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185개에 해당하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인류의 관측 역사상 우주물체의 최대 폭발사건으로 기록된 퉁구스카 대폭발이 일어난 지 정확히 107년이 되는 오늘,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23개국에서 '제1회 소행성의 날’ 행사가 공동 개최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우주방위 프로그램을 통해 ㎞급 ‘지구 근접 천체(NEO)’의 95%를 이미 목록화했다. 하지만 태양계에는 퉁구스카 대폭발을 일으킨 소행성과 크기가 비슷하거나 그보다 큰 소행성이 100만 개쯤 있으며, 그 대부분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너무 작고 어두워 지상망원경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소행성의 날’은 이 같은 소행성들이 지구에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 인식하고, 그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우리가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전 지구적 이벤트다. 즉, 소행성 검출과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라이브 콘서트 및 지역 행사, 강연 프로그램 등의 크고 작은 이벤트가 펼쳐진다. ‘소행성의 날’ 100x 선포는 향후 10년 동안 10만개의 소행성을 발견, 추적하는 노력을 전개할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행사의 첫 시작은 한 편의 영화에서 비롯되었다. 영화감독 그레고리 리히터가 제작해 오늘 전 세계에서 시사회를 여는 ‘북위 51°’가 바로 그 주인공. 지구에 날아오는 소행성으로 인한 위협을 주제로 다룬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맡은 이는 전설적인 록밴드 ‘퀸(Queen)’의 리드기타리스트이자 천문학자인 브라이언 메이 박사다.
'소행성의 날' 기념 국내 웹사이트 오픈
그는 '북위 51°'가 완성된 후 아프리카에서 열린 한 천문학 축제에서 영화를 상영해 갈채를 받았으며, 과학계 명사들과 함께 전 세계에 소행성의 위협을 알리는 기념일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그 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으며, 지난해 말 2015년 6월 30일을 '제1회 소행성의 날’로 정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천문연구원의 문홍규 박사와 박상준 SF평론가, 이명현 한국SETI 사무국장 등이 주축이 돼 한국의 참여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2015년 초, 그들의 제안을 들은 한국천문연구원 한인우 원장은 ‘소행성의 날’을 연구원 차원으로 추진하기로 했으며 한국천문학회, 한국우주과학회, 한국천문우주과학관협회, 국립과천과학관이 대열에 합류했다.
애초에는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소행성의 날’ 선포식, 기념 강연, 해외 저명인사들의 동영상 축하메시지 상영, 한국천문우주과학관협회의 워크숍을 열기로 계획됐다. 또한 주말인 7월 4일에는 일반인들을 위해 영화 ‘북위 51°’ 상영과 토크쇼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메르스(MERS)로 인해 모든 기념행사는 취소되고, 포럼과 일반인을 위한 행사는 잠정 연기됐다. 대신 그동안 준비했던 프로그램의 일부를 인터넷 공간에서 제공하기 위해 6월 18일부터 웹사이트를 구축, 지난 27일 오픈했다. 이 웹사이트(ad2015.kasi.re.kr)에 접속해서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누구나 전 지구적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웹사이트는 ‘소행성의 날’ 제정 배경과 국내외 선포문 및 서명자, 국내외 이벤트, 영화 ‘북위 51°’에 대한 상세 정보, 기타 소행성 관련 자료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핵무기로 위협 소행성 제거 프로젝트 추진
현재 소행성의 위협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기관은 NASA이다. NASA는 1992년 미 의회의 사정조사를 바탕으로 기획된 우주방위 프로젝트를 통해 1998년부터 NEO 탐사 관측을 시작했다. 또한 2009년 말 발사된 광시야적외선탐사우주망원경(WISE)을 2013년부터 NEO 전용 연구장비로 활용해 NEO의 물리적 특성 규명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20년경에는 어두운 소행성을 검출할 수 있는 우주망원경도 발사될 계획이다. 2개의 열적외선 파장을 채택한 0.5m의 ‘NEOCam’이 바로 그것으로서, 지구에서 태양 방향으로 150만㎞ 떨어진 지점에 고정돼 4년간 140m급 이상의 NEO를 검출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NASA는 유럽우주기구(ESA)와 공동으로 ‘AIDA’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구와 충돌 위험이 있는 소행성에 우주선을 발사해 궤도를 바꿈으로서 충돌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NASA와 ESA는 2022년 지구에 근접하는 지름 170m의 소행성을 대상으로 탐사선 및 우주선을 발사해 직접 궤도 변경 실험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의하면 NASA는 핵안전보안국(NNSA)과 공동으로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핵무기로 파괴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지구로 날아오는 소행성에 핵무기를 발사해 산산조각내거나 궤도를 바꾸기 위한 계획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외계행성탐색시스템(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 KMTNet)을 통해 ‘딥 사우스(DEEP-South)’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KMTNet는 지난 3월 칠레에 처음 설치된 데 이어 남아공 및 호주에 2․3호기가 설치되었는데, 이를 이용해 천문연구원은 올 하반기부터 24시간 연속으로 소행성을 감시․연구할 계획인 것.
딥 사우스는 행성과 소행성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인 황도대를 집중적으로 탐사한다는 뜻으로서, 한국천문연구원은 이를 통해 다른 국가에서 손을 놓고 있는 남반구 하늘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게 된다. 딥 사우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NEO의 자전주기 및 3차원 형상, 표면의 개략적인 광물학적 특성 등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15-06-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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