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야생동물에게도 영향 미친다?

오랜 내전 지역, 몸집 큰 포유류 급감

전쟁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은 인간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 개체 수 감소, 생태계 변화, 서식지 유형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지에 아프리카 남서부 지역의 내전이 야생동물의 개체군과 생태계, 생태환경 등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논문이 게재됐다.

이 논문은 장기간 내전이 발생한 아프리카 남서부의 사바나와 삼림 지역을 추적 관찰하여 야생 포유류와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쟁 후 사바나 지역의 포유류는 77%가 더 낮게 관찰됐고, 주요 원인은 과도한 사냥과 전쟁으로 인한 환경 변화로 지목됐다. 또 전쟁 후 사회·경제적 격변으로 인해 황폐화된 환경을 재건하거나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없게 된 비전술적 영향도 적지 않다는 결론이다.

전쟁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은 인간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 개체 수 감소, 생태계 변화, 서식지 유형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전쟁의 피해는 현재와 미래, 모두에 가해진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 보면 대규모 전쟁을 비롯하여 오랜 내전이나 기타 무력분쟁으로 과거 20년간 약 3000만 명 이상이 거주지를 잃고 피난민으로 전락했다.

규모와 상관없이 전쟁은 사람이 사는 거주지를 파괴하고, 폐허로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쟁과 관련된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이유로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 곳, 지뢰가 널려져 있어 접근할 수 없는 곳 등 전쟁은 수동적으로 노테이크(no-take) 지역을 양산했다. 하지만 전쟁이 사람들의 삶의 터전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 서식지, 개체 수, 생태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브라질 파라이바 연방대학(Universidade Federal da Paraíba)에 페레스(Franciany Braga-Pereira, Carlos A. Peres)박사 연구팀은 여전히 무력분쟁과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의 야생동물의 개체수를 시계열로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1946년부터 2010년 사이, 아프리카 지역의 무력분쟁은 열대보호지역의 71%, 다양한 생물군이 서식하는 핫 스폿의 80% 이상에서 발생했다. 이 중 군사적 폭력이 반복적으로 일어난 1970년부터 2005년 사이, 해당 지역의 아프리카 포유류는 59%가 감소했고, 69종 이상의 개체 수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무력분쟁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 이후 사회·경제 상황의 변화는 생태계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무력분쟁은 군사전술 및 군사활동을 통해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전술적 경로’와 무장집단과 관련된 광범위한 사회·정치·경제적 변화에서 기인하는 ‘비전술적 경로’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자연보호를 위한 재정적·인적 자원의 배분과 지원을 현저하게 감소시켜 사실상 전쟁의 전술적 영향보다 그 악영향이 더 광범위해질 수 있다는 것. 결국 무력분쟁은 전술적인 군사행동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로 지구상 야생동물의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주고 있음이 밝혀졌다.

무력분쟁이 야생생물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 빨간색은 마이너스 효과, 파란색은 플러스 효과를 의미한다. 무력분쟁은 군사전술 및 군사활동을 통해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전술적 경로’와 무장집단과 관련된 광범위한 사회·정치·경제적 변화에서 기인하는 ‘비전술적 경로’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Nature

내전 기간 몸집이 큰 포유류 개체 수 극감

이 논문은 오랜 기간 내전을 겪은 앙골라 지역에 대해 1975년부터 2002년까지의 영향을 시계열로 집중 분석했다.

앙골라 내전이 발생하기 전, 키아마 보호지역은 사바나 삼림의 양쪽에 걸쳐서 레드 버펄로의 최대 서식지였다. 그러나 내전 중 레드 버펄로는 남키아마 지역 일부에만 서식이 관찰돼 개체 수가 격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류, 여류, 파충류, 양서류, 무척추동물은 전쟁으로 인한 서식지가 전환되는 간접적 영향을 받는 종으로 구분된다.

대형 포유류는 전쟁 중에 사람의 생존에 보충 수단이 되고, 상업적으로 가치가 높기 때문에 수렵에 특히 취약한 종으로 조사됐다. 특히 몸집이 큰 포유류는 시야가 사방으로 트여있는 사바나의 개방적 환경에서 쉽게 식별돼 자동소총이나 장거리탄 등 전쟁 무기를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 지역의 야생 포유류 생태는 점차 몸집이 포유류로 이동한 것이 확인됐다.

키아마 국립공원 인근 지역은 적어도 32종의 포유류가 관찰되었던 곳이다. 그러나 전후 시계열을 살피면 이들 32종 가운데 26종의 개체 수가 급감하고, 단 6개 종만 개체 수가 안정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6개 종은 몽키(vervet malbrouck monkey), 제넷(genet), 토끼(african savannah hare), 텔라포인(talapoin), 갈라고(thick-tailed galago).

이러한 개체 수 감소는 분명히 종의 몸 크기와 관련이 있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예를 들어 무력분쟁이 오래 지속된 사바나 지역에서 코끼리의 개체 수는 2%, 삼림 환경에서는 1.5%가 감소했지만, 몸집이 작은 토끼는 양쪽 환경에서 모두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무력분쟁부터 미래까지 4단계 시계열의 잠재적 포유류 풍부도 차이. 주황색은 사바나 지역을, 녹색은 산림 환경에 대한 값을 나타낸다.
Early of War(1975년~1988년), End of War(1989년~2002년), Post War(2003년~2017년), Future(2019년 이후) ⒸNature

전 세계 36개국이 현재 내전을 겪고 있으며, 대부분의 분쟁은 군사적 파괴력을 행사한다. 이들 무력분쟁이 누군가, 어떤 집단에게는 사회·정치·경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인간과 자연, 생태계 모두에게 명백하게 마이너스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연구는 특히 정치적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지역, 내전이 장기화돼 국내외의 지원을 의지할 수 없는 지역의 경우 사람들의 삶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 대규모 감소, 생태계 파괴와 연결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결국 다시 인간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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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2)

  • 박한얼 2020년 9월 22일3:27 오후

    전쟁은 사람이나 동물, 모든 생명체에게 피해를 주는게 당연한거같아요.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정신적인피해가 크겠죠.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인류의 평화를 지켜나갈 수 있는 평화로운 공존 방법을 생각해야죠

  • 김종성 2020년 9월 22일5:24 오후

    전쟁은 백해무익..
    모든 것을 파괴하고 죽음을 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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