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이 구부러지는 휴대폰이나 둘둘 말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노트북 등은 그동안 뉴스를 통해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던 미래 디지털 기기들의 모습이다. 이처럼 고정관념을 깨는 디지털 기기를 만드는 데에는 여러 첨단 기술이 집약되어야 하지만 그중에서도 핵심적인 기술로 ‘인쇄전자(PE, printed electronics)’ 기술이 꼽힌다.
인쇄전자가 전자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로 평가받는 데는 전자부품을 만드는 소재가 바뀐다는 점도 또 하나의 이유이다. 반도체의 경우 현재까지는 실리콘을 기반으로 만들지만 인쇄전자 기술에서는 필름을 사용하게 된다. 또한, 인쇄전자 기술은 반도체에 조성되는 회로의 경우도 전자소자를 나노 단위로 쪼갠 특수 잉크를 사용한다.
렉테나를 활용한 새로운 인쇄전자 기술
이처럼 인쇄전자 기술이 미래기술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국내 연구진이 ‘렉테나(rectenna)’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인쇄전자 디바이스를 선보여 전자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과학전문 매체인 'Sciencedaily'는 최근 한국의 순천대학교 연구진이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의 정보교류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면서도, 효과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인쇄전자 기술인 ‘렉테나 디바이스’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렉테나는 ‘정류기(rectifier)’와 ‘안테나(antenna)’의 합성어인데, 정류기는 보통 교류와 직류 간 전환에 이용되고 안테나는 무선 송수신용도에 쓰인다. 따라서, 두 기능을 합한 렉테나는 무선으로 정보나 동력을 주고받는 데 이용할 수 있다.
흔히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통신기술)’ 기술로 알려져 있는 렉테나는 IC칩과 무선을 통해 다양한 개체의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차세대 인식 기술인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전자태그)’의 하나로, 약 10c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서 단말기 간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이다.
NFC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자주 접하게 되는 QR 코드와 사용방법이 비슷하다. 다만 QR 코드의 경우는 포스터나 광고에 나오는 사각형 모양의 2차원 바코드 이미지를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사용하는 반면에, NFC의 경우는 DC 전원으로 작동하는 소형 컴퓨터칩이나 디지털 정보를 포함시킬 수 있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저렴하고 강력한 인쇄전자 디바이스
순천대 인쇄전자공학과에서 개발한 렉테나 인쇄 디바이스는 NFC 기술 중에서도 스마트폰에서 방출되는 라디오파 동력을 이용하여 인쇄된 디지털 회로를 경유한 다음 다시 스마트폰 쪽으로 정보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렉테나 디바이스는 ‘롤투롤(roll-to-roll)’ 방식으로 대량 생산하게 되는데, 1분당 8m씩 플라스틱 호일에 인쇄된다. 여기에는 5가지 종류의 전자잉크가 사용되는데, ▲Ag 나노입자 기반의 전도 잉크 ▲ZnO 기반의 반도체 잉크 ▲Al 기반 전도 잉크 ▲BaTiO3 나노입자 기반 하이k 유전 잉크 ▲에폭시 기반 잉크 등이 사용된다.
현재 렉테나 디바이스에 대한 연구는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교류의 라디오파를 직류로 변환시켜 직접적인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올라 왔다. 여기서 생성된 렉테나는 13.56MHz 주파수의 교류에서 적어도 0.3W의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순천대 인쇄전자공학과의 조규진 교수는 “렉테나는 1개의 디바이스 당 약 18원 정도하는 저렴한 인쇄 디바이스이지만, 스마트폰을 제품에 한 번만 슬쩍 갖다 대기만 해도 해당 제품의 가격표나 재료, 규격 등 다양한 상품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정보전달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디바이스”라고 정의했다.
순천대 연구진은 저가에 대량으로 롤투롤 방식의 인쇄가 가능하다는 점과 수율이 높고 환경 친화적이라는 강점을 들어 가까운 장래에 렉테나 디바이스와 스마트폰이 연계된 새로운 NFC 기술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의료 산업과 국방 산업, 그리고 항공우주 산업 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BioMEMS에도 적용되는 렉테나
한편, 렉테나 기술이 과거에는 인쇄전자 분야 외에 '생체기반의 초소형기계전자시스템(BioMEMS)'에 적용된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어, 과학자들은 렉테나 기술의 확장성 및 응용성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하대의 생체모방 종이작동기 연구단은 과거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종이작동기 위에 마이크로파를 받아 직류 전원으로 공급하는 장치인 렉테나를 개발했는데, 이 장치를 붙이면 무거운 배터리 없이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어릴 적에 접어 날렸던 종이비행기를 원격으로 조정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현재, 인하대 연구진은 렉테나를 바로 셀룰로오스 종이 위에 통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연구 중인 생체모방 종이작동기가 앞으로 공해 여부나 교통량의 파악 등 일상적인 업무는 물론 해충이나 테러 감시, 군사이동 등의 감시정보를 채취하는 초소형 비행체 및 행성 탐사에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 저작권자 2012-08-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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