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가속기에서 유령입자 최초 탐지

새로운 검출기 가동되면 1만 개 이상 탐지 기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캠퍼스(UC 어바인)의 물리학자들이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입자가속기 내부에서 중성미자의 징후를 최초로 탐지하는 데 성공했다. 유령입자로 알려진 이 작은 입자들은 스위스 제네바 근처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대형강입자가속기(LHC)에 설치된 새로운 소형 검출기의 시험 운행 중에 발견됐다.

인간이 만든 입자가속기 내부에서 중성미자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발견은 과학자들이 아원자 세계를 조사할 수 있는 새로운 창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험 운행 기간 동안 6개의 중성미자 상호작용을 관찰한 이 연구 결과는 미국 물리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D(Physical Review D)’ 11월 24일 자에 발표됐다.

FASER 팀은 ‘FASERnu’라고 불리는 새로운 검출기를 FASER 장치와 결합하고 있다. ⓒCERN

UC 어바인의 물리학 교수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조나단 펑(Jonathan Feng) 박사는 “이 프로젝트 이전에는 입자가속기에서 중성미자의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번 결과는 이해하기 어려운 입자와 우주에서 그들이 수행하는 역할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진전시키기 위한 첫걸음이다”고 말했다.

우주를 이루는 기본 입자 중 하나인 중성미자는 다른 입자와 반응을 거의 하지 않고 대부분 물질을 그대로 통과해 ‘유령 입자’로 불린다. 하지만 중성미자는 태양의 핵융합 반응, 초신성 폭발, 우주선 및 방사선 붕괴, 그리고 원자력발전소의 핵분열 반응에서도 나오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한다.

LHC에 소형 에멀션 검출기 설치

우리 몸의 1㎠ 면적에 매초 약 1000억 개의 중성미자가 통과할 정도. 그럼에도 중성미자는 전하가 없고 질량이 거의 없을뿐더러 다른 종류의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으므로 발견하기 어렵다.

그러나 발견하기 어렵다고 해서 중성미자를 전혀 검출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슈퍼카미오칸데,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의 미니 중성미자가속실험(MiniBooNE), 남극의 아이스 큐브 등 유명한 중성미자 검출실험에서는 체렌코프 복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태양에서 생성된 중성미자를 검출했다.

음속보다 빠른 비행기가 소닉붐을 일으키듯 빛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입자는 물 같은 빛 감속 매질을 통과할 때 희미한 푸른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그 빛을 찾음으로써 중성미자가 남긴 입자 부산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FASER은 LHC의 ATLAS IP에서 480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CERN

하지만 그러한 실험은 태양에서 지구를 통해 흐르는 중성미자의 신호를 감지할 순 있으나 입자가속기 내부에서 입자가 서로 충돌할 때 생성되는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탐지하긴 어렵다. 이 같은 중성미자를 탐지하기 위해 CERN의 FASER(Forward Search Experiment) 프로젝트팀은 2018년 LHC에 소형 에멀션 검출기를 설치했다.

이 파일럿 기기는 납, 텅스텐 판, 에멀션층으로 번갈아 구성되어 있다. LHC에서 입자가 충돌하는 동안 일부 중성미자는 밀도가 높은 금속의 핵을 부수고 입자를 생성하여 에멀션층을 통과하고 눈에 띄는 표시를 남기게 된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세 종류의 중성미자, 즉 타우중성미자, 뮤온중성미자, 전자중성미자 중 어느 것을 탐지했는지도 알아낼 수 있었다.

중성미자 VS 반중성미자 차이 연구

9개국 21개 기관 76명의 물리학자로 구성된 FASER 팀은 ‘FASERnu’라고 불리는 새로운 검출기를 FASER 장치와 결합하고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파일럿 소형 검출기의 무게는 약 29㎏이지만, FASERnu 장비는 1,088㎏ 이상이 될 예정이다.

연구진은 이 새로운 검출기가 중성미자를 발견하는 데 훨씬 더 민감할 뿐만 아니라 중성미자와 중성미자의 반물질인 반중성미자(antineutrino) 간의 차이를 탐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에 LHC가 다시 가동되면 연구진은 FASERnu를 이용해 입자가속기 내부에서 생성되는 중성미자를 심층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UC 어바인의 데이비드 캐스퍼(David Casper) 박사는 “새로운 검출기의 성능과 CERN의 주요 위치를 감안할 때 2022년부터 시작되는 LHC의 다음 가동에서 1만 개 이상의 중성미자 상호작용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는 인간이 만든 기기에서 생산된 가장 높은 에너지의 중성미자를 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새로운 검출기는 중성미자만 검출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우주 물질의 약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암흑물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물리학자들이 믿고 있는 ‘암흑광자(dark photons)’를 탐지하기 위한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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