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학)도감] 영국 연구진들의 인류 유당 소화능력에 대한 연구
유당불내증(Lactose intolerance, 혹은 젖당불내증이나 유당분해효소 결핍증이라고도 부름)은 말 그대로 유당(lactose, 혹은 젖당이라고 부름)을 분해하거나 소화하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유당을 분해하는 락타아제(Lactase: 유당을 포도당과 갈락토스로 분해하는 효소를 뜻함)를 지속적으로 생성할 수 없는 사람들은 유당을 소화 시킬 수 없으며, 소화되지 않은 유당은 대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를 만나서 발효된다. 이로 인해 경련, 방귀 혹은 설사와 같은 불쾌한 부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모든 아기는 정상적으로 유당을 소화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유당 소화 능력은 모유를 떼고 나면 약해지기 시작한다. 오늘날 전 세계 성인의 1/3만이 유당을 소화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당이 들어 있는 우유를 완전히 소화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기존의 연구에 따르면 흥미롭게도 대부분의 인간들은 원래 유당 불내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원전 6,000년경 선사시대 인류가 우유를 마시기 시작하면서부터 서서히 유당을 소화하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알려져있다.
기존의 연구에 따르면 인류가 우유를 섭취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유당 소화 능력이 생기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 Gettyimagesbank
하지만 최근 브리스틀 대학교(University of Bristol)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연구팀이 공동으로 연구하여 네이처(Nature) 저널에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의 유당 소화 능력은 기존의 예상보다 거의 5,000년 후에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연구를 이끈 리차드 에버쉬드 박사(Dr. Richard Evershed)는 고대 도기 조각에서 유지방 잔류물을 발견했는데, 고대 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초기 축산농가 대부분은 유당 불내증이었으며 대략 5,000년 청동기 시대 이후까지도 유럽에서는 우유에 대한 내성이 일반화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존에 밝혀진 인간의 유당 내성 기원은 잘못되었다고 한다. ⓒ Gettyimagesbank
연구팀은 유당 내성 증가의 원인을 발견하기 위해서 1,700명 이상의 고대 유라시아인의 게놈을 활용하여 유제품 사용 및 인구 규모 증가와 같은 여러 요인이 락타아제 저항성의 증가를 설명할 수 있는지 시도했다.
연구팀은 유럽 전역의 550개 이상의 고고학 유적지에서 약 13,000개의 유지방 잔류물의 존재로 추정되는 도자기 파편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서 유당 내성의 급격한 증가와 우유 소비 사이에는 거의 연관점이 없음을 발견했다. 이를 기반으로 마크 토마스 교수(Prof. Mark Thomas)는 유당 내성의 기원에 대해서 기존에 생각하던 점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토마스 교수는 위 결과를 통해서 유당에 대한 내성 증가의 원인에서 우유 섭취는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락타아제 저항성은 지난 10,000년 동안 진화한 단일 유전자 형질(trait, 생명체가 지닌 신체적 특징을 뜻함)중 가장 강력하게 선택된 형질이라고 한다. 토마스 교수에 따르면 기원전 1,000년경, 유당 소화능력이 하나의 유전자에 암호화되어 있는 인간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인류의 우유 소비가 유당 소화능력을 얻게 된 원인이 아님을 암시해주는 또 다른 결과이다.
위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약 50만 명의 방대한 양의 영국인들 DNA를 분석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서 유당을 견딜 수 있는지의 여부가 사람들의 건강, 칼슘 수치 혹은 우유 섭취 여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즉, 우유 소비와 유당 내성 사이에는 거의 상관관계가 없음이 발견된 것이다. 또한 유당 불내증 참가자의 92%는 대체품보다 신선한 우유를 선호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연구팀의 결과는 유당 불내증에 대한 내성이 자연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는 명확한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위 결과가 선사시대 조상의 유제품 섭취 시도가 성인이 된 후 유당을 소화할 수 있는 유전적 변이의 진화로 이끌었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완전히 상반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에버쉬드 박사와 함께 연구를 이끈 마크 토마스 교수 ⓒ moc.media
위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모델링을 통해서 두 가지 가설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한가지 가설은 인간이 더 많은 병원체에 노출되면서 새로운 감염원과 결합된 유당 불내증의 증상이 치명상을 입었다는 가설이다. 사람들이 가축과 더 가깝게 살게 되면서 인구밀도는 점점 더 증가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서 지난 10,000년간 병원체 노출이 증가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 다른 가설은 기근과 관련이 있다. 선사 시대에 인류가 파종한 작물이 실패했을 때 우유와 유제품은 인류 영양을 위한 유일한 옵션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토마스 교수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이 설사를 한다면 당황스럽지만, 영양실조가 심하고 기근을 겪고 있는 사람이 설사를 하면 사망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올라간다고 한다. 특히 감염과 영양실조가 함께 일어난다면 위생이 열악한 곳에서는 사망률이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이는 유당 불내증을 겪더라도 건강한 사람만이 살아남게 됨을 암시한다.
또한 연구팀에 따르면 유당 불내증의 영향으로 사망하지 않더라도 유당 불내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보다 출산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기에 유당 저항성이 지속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모델링의 결과는 두 가설을 잘 설명하지만, 이러한 가설들도 기근과 감염에 노출되기 쉬웠던 초기 농업과 일부 청동기 시대 낙농 인구에서 유당 저항성 형질이 없거나 매우 드문 이유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위 연구는 주로 유럽 인구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여러 한계점이 존재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유당 불내증이 나타나는 정도가 인종에 따라 매우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인의 경우 유당 불내증을 보이는 사례가 매우 많으며 유럽인들은 위 사례가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아시아인들은 대략 90%가 넘는 비율이 유당 불내증을 겪고 있으며, 히스패닉 인종은 50 ~ 80% 정도의 유당 불내증 발현율을 보인다. 반면, 유럽에서는 단 2%만 유당 불내증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같은 유럽 내에서도 이탈리아는 50% 정도의 유당 불내증을 보이고 있지만, 덴마크인들은 대략 2% 정도만 유당 불내증을 보이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인종들에 관해서는 유전학 연구가 매우 힘들다는 한계점이 있다. 열은 DNA의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매우 큰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한계점들은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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