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동쪽에 위치한 이스라엘은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1/5에 달하는 작은 나라이다. 인구는 840만 명에 불과하다. 서울시 인구보다 적은 숫자이다. 그런데 이 작은 나라가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다. 무려 83개에 달한다. 2016년도 전미증권협회(NASD) 기준 일본과 우리나라의 나스닥 상장기업은 2개 뿐이다.
이스라엘은 전 세계 글로벌 IT 기업들이 가장 많이 눈독을 들이는 스타트업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특히 이스라엘이 세계적인 ‘스타트업 대국’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자율주행, 인공지능, 로봇 분야에 특히 독보적인 스타트업 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구글이 인수한 이스라엘 내비게이션 스타트업 ‘웨이즈’는 한화로 1조원이 넘는 돈에 매각됐다.
독보적인 스타트업 강국 이스라엘, 그 비결은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은 대략 5,200여개. 이곳에서 한 해 700여개의 스타트업이 새로 탄생한다. 인구가 810만 명인 것을 감안할 때 1인당 벤처 창업률은 단연 세계 1위이다. 이 중 이스라엘인들이 모여 사는 텔아비브 시에는 1400여개의 스타트업이 몰려있다. 이들은 텔아비브와 미국 실리콘밸리를 오가며 스타트업 사업을 진행한다.
촘촘한 정부 정책과 크라우드 펀딩시스템 등 투자 자금이 원활하게 선순환 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의 자본들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중동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세계적인 스타트업 왕국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스라엘만의 독특한 창업생태계가 그 뿌리라는데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이원재 요즈마코리아 대표는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강국이 된 배경에 대해 이스라엘만의 벤처 창업 생태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과학연차대회 2분과 심포지엄 ‘스타트업의 계곡을 넘어서’ 분야 연사로 나와 이스라엘이 창업 강국이 된 이유를 공유했다. 이 대표는 “지금은 전설이 된 이스라엘의 창업생태계는 사실 역설적으로 높았던 당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궁여지책’으로부터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으로 흩어진 후 다시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 모인 이스라엘인들은 혼란스러운 사회와 높은 실업률로 골머리를 앓았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정부는 과학자들과 기업가, 기술자들을 모아 새로운 프로세스를 가동했다.
오슬로 협정의 주역으로 꼽히는 시몬 페레스(Shimon Peres) 전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이 창업을 적극 지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1993년 정부가 40% 투자하고 민간이 60% 투자한 정부벤처펀드인 ‘요즈마펀드(Yozma Fund)’를 출시했다. 요즈마 펀드는 정부가 창업기업에 자금을 대면 민간도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이스라엘의 모태펀드이다. 1993년 설립 당시에는 1억 달러로 시작했으나 2013년에는 4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했다.
스타트업의 글로벌화, 기술 인큐베이팅 사업이 성공원인
이스라엘 정부는 수익이 발생하면 민간 기업이 정부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한 요즈마 펀드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글로벌 자금이 스타트업계에 유입되도록 활발한 정책을 펼쳤다. 글로벌 자금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의 M&A 등을 통해 각종 기업 경영 노하우를 수혈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으로 만들어진 기술 인큐베이팅 사업은 이스라엘을 벤처 국가로 발돋움 하게 하는 시발점이 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국가과학위원회를 통해 인큐베이터를 선정해 신생벤처를 지원했다.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 24군데에 기술 인큐베이팅 사업을 실시했고 과학자, 교수들이 학교와 연계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애를 썼다.
또 영세한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가정신 교육 센터를 설립했다. 요즈마 그룹은 글로벌 캐피털 유치, M&A를 통한 글로벌 R&D 센터를 유치하는 등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힘썼다.
국가의 안전은 ‘해외 투자’와 직결된다. 불안한 중동 정세를 미루어 보면 이스라엘에 포탄이 떨어져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해외 투자 자금은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았다. 정부가 기술창업에 대한 활발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세계 최상위권 수준의 과학 기술력을 기반으로 기술창업에 대해 활발한 투자를 추진했다.
인구 및 GDP 등 국가 규모대비 연구 인력과 R&D 투자 1위라는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이렇게 만든 스타트업 생태계로 인해 전 세계가 투자를 줄이는 기간에도 이스라엘 기업 투자는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인다. 이스라엘 기업의 세계 각국의 투자금은 2010년 꾸준히 증가해 2015년에는 44억3000만 달러에 이른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약진은 국내 스타트업계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이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들의 글로벌화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구글이 인수한 내비게이션 스타트업 ‘웨이즈’는 1조원 규모로 거래가 됐다. 이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에도 매우 유사한 회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바로 ‘김기사’로 불리는 내비게이션 스타트업 ‘록앤롤’이다. 1000만 명이 이용해 유명세를 탔던 이 스타트업은 다음카카오에 626억 원에 매각됐다.
이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이 이스라엘 스타트업과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 높은 기술력과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보다 공격적인 글로벌 전략이 미흡해 더 높은 가치를 인정 못 받는 부분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같은 개념, 같은 기술인데 이런 차이가 있다. 앞으로 국내 스타트업도 해외 시장을 무대로 더 나아간다면 이스라엘처럼 스타트업 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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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7-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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