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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요금은 인하, 유통은 혁신

IMEI 블랙리스트 도입, 왜 필요한가 (하)

기획재정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TF(태스크 포스)에서 발표할 예정인 통신요금 인하 방안에 IMEI(단말기식별번호) 블랙리스트 도입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통사와 제조사를 비롯, 많은 이용자들의 관심이 블랙리스트 도입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그렇다면 블랙리스트 도입 이후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까?

아마도 통신요금이 다소나마 인하되는 동시에 이동통신 유통시장의 구조가 혁신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무엇보다 IMEI 블랙리스트 도입 시 통신요금이 최소 3% 인하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정액요금제 중 올인원 45 기준으로 음성, 데이터 및 문자 사용량을 동일하게 최적요금제에 적용 시 최소 월 1천540원의 통신요금이 인하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정액요금제 중 올인원 45의 사용량은 음성 253분, 데이터 106MB, 문자 224건(2010년 7월 기준)으로 총 5만6천324원(부가세 포함)이 나오는데 반해, 블랙리스트가 도입되면 동일 이용자가 약정에 따른 제한 없이 최적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면 총 5만4천784원(부가세 포함)으로 1천540원(약 3.0%)의 통신요금이 절감된다.

제대로 된 시장경제 원칙 준수

이처럼 블랙리스트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단말기를 구입한 뒤 원하는 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종전처럼 보조금을 받으려면 통신사의 약정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되고, 약정이 싫어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구입한 뒤 자신에게 맞는 통신사와 요금제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제조사가 직접 소비자들과 만나서 판매를 하기 때문에 출고가의 거품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 또한 단말기 제조사들도 통신사의 요구에 맞춘 단말기를 개발하기보다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단말기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즉 품질과 가격 경쟁력, 마케팅 역량, 그리고 유통 등의 역량만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블랙리스트의 도입에 따라 기존의 이통사 중심의 유통구조가 제조사로 넘어감으로써 이동통신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통사들도 기존의 단말기 지배력에 따른 왜곡된 시장 구조의 원흉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매출의 20%가 넘는 기형적인 마케팅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한 이통사가 인기 단말기를 독점하며 가입자를 끌어 모을 수 없고 서비스 품질과 요금 상품만으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통신요금도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돌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통사의 경쟁력이 서비스 품질과 요금제라는 통신산업의 본질로 돌아가는 셈이며, 이통사들의 요금인하 정책 반대 논리대로 제대로 된 시장경제 원칙이 준수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 시민단체 역시 요금을 인하하라는 압박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가격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블랙리스트의 도입에 대한 기대효과가 크다.


해외에서는 IMEI를 어떻게 관리할까?

해외의 경우 일반적으로 IMEI는 개별 이통사가 아닌 이통사 협회나 국가기관 등에서 관리(화이트리스트)하고, 문제가 있는 단말기는 이통사에 통지하여 전파질서에 대한 위해를 차단(블랙리스트)하는 경향이 대세다. 다만, 유럽의 경우 각국간 활발한 교류로 USIM 이동성이 높아, IMEI 블랙리스트 및 선불요금제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GSMA(GSM Associtaion)처럼 이통사 협회가 IMEI를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GSMA는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사업자 협회로 219개 국가의 800여 이동통신사와 200여 단말기 제조업체·소프트웨어 업체·인터넷 업체·콘텐츠 제작업체 등이 참여하고 있는 협회이다.

GSM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단말기 IMEI의 DB를 구축하고 있으며 GSMA의 멤버 등은 DB 접속을 통해 어느 기기가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여 소비자에게 탄력적인 최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분실, 도난, 고장 등의 문제가 있는 단말기의 IMEI가 중앙단말기 등록기관(CEIR: Central Equipment Identity Register)에 접수되면 CEIR에서 관리하는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이를 통해 각 이통사는 블랙리스트 정보를 얻게 되고 해당 단말기의 망 접근을 차단하게 된다. 우리나라와 함께 유이하게 블랙리스트가 아닌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터키의 경우에도 국가기관에서 IMEI를 관리하고 있다.
 
다만 터키의 IT 주무부처인 정보통신기술부(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 Authority)는 통신주무기관에 의해 시장에 공급되도록 허용된 제품은 화이트리스트로 올리고, 식별번호가 변경되거나 분실, 밀수, 도난된 제품은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있다. 이처럼 화이트리스트에 오른 제품만 시장에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점은 한국과 동일하지만, 공공기관에서 리스트를 작성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블랙리스트 도입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

물론 IMEI 블랙리스트 방식으로 전환하기까지는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많다. 지금껏 통신사의 유통 역량에 의존해왔던 제조사들은 자체 유통망을 확보해야 하며, 휴대폰 오픈마켓을 활성화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이통사들도 새로운 제도에 맞게 관련 시스템과 요금 정책을 개선해야 하며, 도난 및 분실 휴대폰을 관리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IMEI 블랙리스트가 실시되더라도, 단말기 유통채널과 통신서비스 제공업체들이 다양해지지 않는다면 이통사 위주의 수직적 결합을 완화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MVNO 등 신규 사업자를 적극 지원하여 이동통신시장의 경쟁구도를 조성할 때만이 IMEI 블랙리스트의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이와 함께 이통사에게 IMEI 블랙리스트를 강제하는 것은 이통사에 대한 규제를 신설하는 것이 될 수 있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에 근거하여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 법률 정비도 필요하다.

종합하면 IMEI 블랙리스트의 도입 논의는 IMEI 관리권한과 책임을 이통사에게 부여할 것인지, 이용자에게 부여할 것인지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이통사에게 권한을 부여하면 상대적으로 도난과 분실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고, 안정적인 통신 환경 조성에 유효한 측면이 있는 반면 이용자에게 권한을 부여하면 단말기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장점이 있으며, 해외 단말기 제조업체의 시장 진입을 원활하게 하여 단말기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이통사 위주의 수직적 결합이 강하게 나타나는 시장 상황에서, 블랙리스트 도입을 통한 이용자 선택권의 확보가 다른 무엇보다 더욱 높은 가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본 원고는 국회의 공식입장이 아니며, 국회의 입장과 배치될 수도 있는 순수한 사견임을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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