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을 달 표면으로 보내는 ‘월면장’ 시대 열리나?

내년 7월 ‘아서 C. 클라크’ DNA 실은 민간 달 착륙선 발사

죽은 사람의 유골이나 DNA 샘플을 캡슐에 담아 우주로 보내는 추모 행위를 ‘우주장(宇宙葬)’이라 부른다. 이러한 우주장의 범위가 월면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지난 17일 항공우주매체 ‘스페이스닷컴’은 일부 우주장례업체들이 2021년 발사될 민간 달 착륙선에 고객의 유골을 담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약은 이미 마감된 상태로, 본격적인 ‘월면장’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 7월 발사될 ‘페레그린’ 달 착륙선 상상도. ⓒ Astrobotic Technology

우주장은 의외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미국의 셀레스티스(Celestis)사는 1997년 이래 지금까지 16번이나 우주장을 실시했다. 서비스의 종류도 다양하다. 유골이 탑재된 소형 로켓을 수직 발사해서 우주권에 도달시킨 뒤 회수하거나, 아예 인공위성처럼 지구 저궤도를 몇 년간 돌다가 대기권에 재진입하여 불타 사라지게 한다.

지구를 한참 벗어난 곳에서 우주장을 치른 사례도 있다. 1998년 발사돼서 이듬해 달 남극에 충돌한 ‘루나 프로스펙터(Lunar Prospector)’ 탐사선에는 저명한 행성 지질학자 유진 슈메이커의 유골이 담겨 있었다. 또한 2015년 명왕성을 근접 통과한 뉴호라이즌스호에는 명왕성 발견자인 클라이드 톰보의 유골이 실려 있기도 했다.

NASA의 지원받은 민간 달 착륙선 이용

미항공우주국(NASA)은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3개 민간 기업을 선정해서 달 착륙 기술을 개발토록 지원하고 있다. 그중 애스트로보틱 테크놀로지(Astrobotic Technology)사가 개발 중인 ‘페레그린(Peregrine)’ 달 착륙선이 월면장에 이용된다.

애스트로보틱은 라틴어로 죽음의 호수를 뜻하는 ‘라쿠스 모티스(Lacus Mortis)’ 지역에 2021년 8월 착륙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명부터 월면장 장소로 제격인 셈이다.

페레그린은 달 앞면 북동쪽(빨간 원)의 ‘죽음의 호수’에 착륙할 예정이다. ⓒ Celestis

최대 90kg의 화물을 달 표면까지 운반할 수 있는 페레그린 착륙선은 NASA가 지정한 14개 탑재물과 다른 고객을 위한 14개의 탑재물을 싣게 된다. 그중 6개를 셀레스티스가 예약했고, 각 컨테이너에는 10~13개의 캡슐이 들어간다.

셀레스티스 홈페이지에는 월면장 비용이 1g 캡슐당 1만 2500달러부터 시작해서, 최대 3g의 경우 2만 5000달러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기존 제공하던 지구 저궤도 우주장에 비해 2배가 넘는 가격이다.

SF 소설가 아서 클라크(왼쪽), 천문학자 마레타 웨스트(오른쪽)의 유골과 DNA가 달로 간다. ⓒ Celestis

월면장 참가자들의 유형도 다양하다. 항공우주 엔지니어부터 철강 노동자, 항공사 임원, 영국과 미국의 교사를 비롯한 60여 명의 유골과 DNA 샘플이 페레그린 착륙선에 탑재된다.

그중에는 2008년 사망한 SF 소설가 아서 C. 클라크의 머리카락이 포함되어 있다. 이 모발 샘플은 릭 플리터(Rick Fleeter)라는 기술자가 말년에 스리랑카에 머물던 아서 클라크로부터 훗날 우주장을 위해 직접 건네받은 것으로, 셀레스티스의 CEO인 찰스 차퍼(Charles Chafer)에게 전달되어 고인의 업적을 기리게 되었다.

또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사용된 달 지도를 작성한 천문학자 마레타 웨스트(Mareta N. West)의 유골도 함께 월면으로 향한다.

차퍼 CEO는 “우리는 지속적인 우주 탐사와 평화로운 우주 활용에 기여한 사람들을 기념하고자 한다. 인류의 영역이 단일 행성의 한계를 넘어 우주로 확장함에 따라 의식, 축하 및 추모하는 데 적합하다”라고 사업 의의를 밝혔다.

엘리시움 스페이스도 월면장 추진

페레그린 달 착륙선에는 셀레스티스 이외에 또 다른 우주장례업체의 화물도 실리게 된다. 2018년부터 우주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엘리시움 스페이스(Elysium Space)는 최초 50명의 월면장 참가자에게 9950달러씩, 다음번부터는 1만 1950달러를 받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민간 달 착륙선을 활용한 월면장 사업이 성과를 거두면 앞으로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우주장이 데브리를 양산할 우려가 있는 만큼,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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