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우리는 왜 행복할 때도 비명을 지를까

[금요 포커스] 비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진화적 기능

경기도 안산시의 일부 공원 내 공중화장실에는 비명를 감지해 경찰이 출동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비상벨이 설치되어 있다. 비상벨을 누르지 못할 상황에서 비명만으로 112 상황실과 연결해 여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사람은 누구나 두렵고 다급한 상황이 닥치면 비명을 지른다. 실제로 살려달라는 외치는 말보다 이 같은 외마디 비명에 사람들은 더 집중한다. 사람의 뇌는 비명에 실린 감정을 불과 0.1초 만에 파악할 수 있게끔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비명소리만을 들려주었을 때 사람들은 행복감과 공포감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아프리카에 사는 버빗원숭이들은 천적이 나타났을 때 지르는 동료들의 비명을 듣고 어떨 때는 덤불 속으로 숨고 또 어떨 때는 나무 위로 재빨리 몸을 피한다. 그 이유는 천적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비명을 내기 때문이다. 즉, 독수리가 출현했을 때 내는 비명에는 덤불 속으로 몸을 숨기고 반면 표범이 나타났을 때 내는 비명에는 나무 위로 올라간다.

사람이 내는 비명도 목소리 크기나 타이밍, 억양에 따라 다른 뉘앙스를 지니므로 복잡한 감정이나 처해 있는 상황 등을 전달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비명만 듣고도 거기에 담긴 분노, 좌절, 고통, 놀라움, 공포 등의 감정을 분별할 수 있다.

우리는 롤러코스터 같은 놀이기구를 탈 때도 비명을 질러댄다. 그러나 누구도 그 비명에 놀라지 않는다. 그들이 흥분되고 행복한 비명을 질러댄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놀이동산에서 나는 비명을 들으면 대개는 흐뭇한 미소를 짓곤 한다.

행복한 비명을 공포로 판단해

그럼 과연 그 같은 비명을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들으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이때도 우리는 그들이 행복한 비명을 질러댄다는 것을 눈치채고 흐뭇한 미소를 지을까?

영장류의 비명을 수십 년간 연구해온 미국 에모리대학의 해롤드 구줄레스(Harold Gouzoules) 교수는 비명의 기저에 숨어 있는 감정을 소리만으로 해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했다.

총 182명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분노, 좌절, 고통, 놀라움, 두려움, 행복 등 6개의 감정이 실린 30개의 비명을 각각 순서 없이 들려준 것. 그 후 실험 참가자들에게 그 비명이 6개의 감정과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를 점수로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은 비명에 담긴 감정들을 매우 능숙하게 분별해냈다. 그러나 행복할 때 내는 비명만은 공포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피어제이(PeerJ)’ 최신호에 발표됐다.

영장류 및 사람의 비명소리를 연구하고 있는 미국 에모리대학의 심리학자 해롤드 구줄레스 교수. ©Emory University

왜 사람들은 행복과 공포의 비명을 구분하지 못하는 걸까. 그 이유에 대해 구줄레스 교수는 인류의 조상들로부터 이어져 온 오래된 진화적 편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집단 구성원들과 싸울 때 지원자를 모집하기 위해 비명을 지르는 일부 원숭이와 유인원과는 달리 대부분의 동물은 포식자에 대해 반응을 할 때만 비명을 지른다. 갑자기 내는 고음의 큰 비명에 포식자가 깜짝 놀라 당황한 틈을 타서 도망치기 위해서다.

비명은 생존의 필수 반응

이처럼 동물의 비명은 생존에 있어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반응이다. 따라서 우리가 행복한 비명마저 두려울 때 내는 비명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주 작은 실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한 오래된 편견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어린이들이 왜 즐겁게 놀 때 비명과 같은 소리를 지르는지에 대한 오래된 질문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명은 강한 감정을 즉시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독특하고 일관된 음향 매개변수가 부족하므로 개인을 식별하는 요소로서의 이점은 부족하다.

그 때문에 아이들이 놀면서 흥분해 비명을 자주 지르면 지를수록 부모는 자기 자식의 비명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그만큼 발달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구줄레스 교수는 “아직 추측일 뿐이지만 아이들의 행복한 비명은 부모가 그 소리에 친숙해지게끔 만드는 진화적 기능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히말라야원숭이는 비명만으로 친족과 타 집단 구성원을 구별할 수 있다. 구줄레스 교수팀이 아무 상관없는 원숭이의 비명과 친족의 비명을 녹음한 후 히말라야 원숭이에게 들려준 결과, 친족의 비명이 나오는 쪽을 더 오래 바라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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