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 변경 약으로 코로나19 잡는다

이버멕틴, 48시간 이내에 바이러스 성장 멈춰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응급환자를 살릴 수 있는 ‘긴급 용도변경 치료제’를 찾는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용도변경(repurposing) 치료제가 확진 환자들에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개발에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백신이나 ‘직접 치료제’ 출시 전까지 사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긴급 사용허가를 받은 약이 부작용이 적고 다수 환자에게 효과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면 직접 치료제로 정착될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됐다 대머리 치료약으로 바뀐 발모제 프로스카와, 협심증 치료약으로 임상시험 중 나타난 부작용을 활용, 발기부전 치료제로 변신해 대성공을 거둔 비아그라가 이런 용도변경 약품의 대표적 사례다.

호주 모나쉬대 생물의약품 발견 연구소(BDI)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최근 기생충 약 이버멕틴(Ivermectin)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의학저널 ‘항바이러스 연구’(Antiviral Research) 3일 자에 발표했다.

이버멕틴은 1970년대 토양 샘플에서 발견된 방선균의 한 속(Streptomyces avermitilis)이 분비하는 물질로 만든 약품으로, 30년 가까이 동물과 사람의 여러 기생충 치료에 사용돼 왔다.

오랜 기간 동안 회충, 편충, 사상충, 머릿니나 진드기 같은 체내외 기생충 구제에 사용되었으나 특별한 약물 저항성이 없어 ‘기적의 약’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람과 동물의 안전한 기생충 약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버멕틴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사진은 이버멕틴 정. © 24NEWSHD

“48시간 이내에 바이러스 성장 멈춰”

연구를 주도한 모나쉬대 BDI의 카일리 와그스타프(Kylie Wagstaff) 박사는 이 약물이 실험실 시험에서 48시간 이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의 성장을 멈추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번 투약으로 48시간 안에 본질적으로 모든 바이러스 RNA를 제거하고, 24시간 안에도 실제 상당한 감소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버멕틴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한 기생충 약으로, 실험실 실험 결과 에이즈(HIV)와 뎅기열, 독감 및 지카바이러스를 포함한 광범위한 바이러스에 대해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안전하고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양을 투여해야 코로나19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내는 게 과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이버멕틴의 작용 기전은 아직 미지수다. 와그스타프 박사는 다른 바이러스들에 대한 작용에 근거해, 바이러스가 호스트 세포의 바이러스 제거 능력을 약화시키는 작용을 멈추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논문 제1저자인 호주 왕립 멜버른 병원의 레온 칼리(Leon Caly) 박사는 “지난 1월 중국 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SARS-CoV-2 분리와 공유에 참여한 바이러스 학자로서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료 약물로 사용된다는 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와그스타프 박사는 2012년 이번 논문 공저자인 모나쉬대 데이비드 잔스(David Jans) 교수와 함께 이버멕틴의 항바이러스 작용에 대해 획기적인 발견을 한 바 있다. 이들은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자 이버멕틴이 SARS-CoV-2에 대해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조사해 왔다.

국내 방역당국자들은 이버멕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정은경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아직은 세포 수준의 실험실 연구”라며, ‘안전성,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임상 적용은 무리’라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도 ‘임상시험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해 개발 현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는 이버멕틴 성분이 함유된 구충제는 허가되지 않았고, 수출용 한 개 품목만 식약처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버멕틴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는 발 빠르게 베트남산 이버멕틴 구충제 해외 직구품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치료에 적합한 용량과 용법이 정해지지 않아 개인적 복용에는 위험이 따를 수 있다.

클로로퀸의 3차원 구조 모형 © Wikimedia / BaptisteGrandGrand

클로로퀸, 국내에서도 5월 말까지 임상시험

한편 이에 앞서 지난 3월 말에는 말라리아 치료약으로 개발된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의 긴급 치료제로 등장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19일 기자회견에서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이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줬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계자들에게 이 약의 효능을 살펴보고 보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인구 13억 5000만의 인도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6일 현재 3600명(존스홉킨스대 조사) 정도로 인구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러나 약 100의 사망자가 생겨나면서 대량 전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인도는 3월 29일 미국 FDA가 클로로퀸의 긴급 사용을 허가한 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요가 급증할 것을 우려해서인지 5일 자국에서 클로로퀸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1930년대 독일 바이엘 사가 개발한 클로로퀸은 약간 변형된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함께 현재 말라리아와 루푸스,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약 등으로 쓰이고 있다.

프랑스 지중해 감염병 연구소는 지난 3월 초부터 16일까지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 병용 요법으로 코로나19 확진자 36명을 치료한 결과 효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뒤 중국 상하이 공중보건 임상센터에서 30명의 확진자를 대상으로 항생제를 이용한 표준치료법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대조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별다른 치료 효과가 없었다는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서울아산병원에서 경증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5월 말까지 클로로퀸 관련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의 주요 부작용인 심장 QT연장 점검이 주요사항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 독감약 ‘아비간’ 자체 표준치료제로 모색 중

일본은 후지필름 자회사인 도야마 케미컬에서 개발해 2014년에 승인받은 독감약 아비간(Avigan)을 조만간 코로나19 긴급 치료약으로 승인하고, 일본의 공식 코로나19 치료제로 지정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위해 필요한 과정 중 하나인 임상시험은 오는 6월 시행할 예정이다. 따라서  현재까지 아비간이 코로나19 치료제로서의 효과를 증명하는 세부 데이터는 없으나, 중국에서의 시험 사용 결과가 일단 고무적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17일 중국 과학기술부 간부가 RNA 바이러스를 선택적으로 강력하게 억제하는 아비간의 제네릭 버전인 플라비피라비르(Favipiravir)가 우한과 셴젠 병원에 입원한 35명의 코로나19 환자 치료에서 ‘매우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3월 22일 이탈리아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시험 승인했고, 현재 30여 개 국이 일본 정부에 외교 경로를 통해 아비간 공급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세계 여러 의료기관과 제약사에서는 상기 약품 외에 인터페론 베타, 렘데시비르(Remdesivir), 비타민C 정맥주사, 아지트로마이신(azithromycin), 시클레소니드(Ciclesonide) 등의 용도 변경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같은 치료약이라도 환자의 연령이나 성별, 건강 상황에 따라 효과가 달리 나타나거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용도 변경을 통해서라도 치료제가 많이 확보될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지므로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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