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자 혈액이 코로나19 치료 비법?

각국 연구진 ‘회복기 혈장’으로 치료제 개발 추진

최근 미국 뉴욕헌혈센터(NYBC)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람들의 혈액을 기부받아 코로나19의 중증 환자 치료에 이용하는 시험에 나섰다. NYBC가 완치자의 혈액을 기부받는 이유는 그들의 혈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혈장이란 혈액에서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을 제외한 액체 부분인데, 완치자의 혈장에는 다량의 항체가 들어 있어서 중증 환자에게 투여하면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방법을 과학자들은 ‘회복기 혈장 치료’ 혹은 ‘수동적 항체 치료’라고 부른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의하면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지난주 초 회복기 혈장을 사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뉴욕주는 현재 코로나19 최다 확진자 발생국인 미국 내에서도 전체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할 만큼 가장 많은 확진자를 내고 있는 주다.

완치자의 혈액을 이용해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회복기 혈장 치료법이 주목을 끌고 있다. ⓒ skylarvision(Pixabay)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회복기 혈장을 코로나19의 연구용 신약으로 분류한 후 중증 환자에 대해 이의 사용을 긴급하게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각 병원에 소속된 100여 명의 연구원들이 자율적으로 실험 조직을 구성해 코로나19의 회복기 혈장 치료 실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부속병원, 워싱턴대학 부속병원 등에서는 이미 회복기 혈장을 검사하기 위한 위약 통제 실험 계획서를 FDA에 제출한 상태다. 이외에도 미국 전역의 대형병원들은 위약 통제 실험을 실시해 회복기 혈장 치료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수집할 계획이다. FDA는 그중에서 어떤 접근법이 가장 효과가 있는지 파악해 사례 보고서를 발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등에 비해 개발 기간 짧아

회복기 혈장 치료법의 최대 장점은 개발 기간이 매우 짧다는 점이다. 그에 비해 다른 치료제나 백신은 개발하는 데는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린다. 또한 이 치료법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방법도 간단해 선진국이나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어떤 국가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네이처’에 의하면 완치자의 혈액을 치료제로 활용하는 의학적 방식의 기원은 18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중에서 가장 큰 연구 사례 중 하나는 1918년에 전 세계를 강타한 스페인 독감이었다. 이때 약 1700명 이상의 환자가 생존자의 혈액을 이용했다. 하지만 현재의 과학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도록 설계된 연구 결과이므로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회복기 혈장 치료법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에볼라 발병 때도 일부 성공을 거둔 적이 있다. 2002년 사스 발병 다시 홍콩에서 약 8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실험에서 증세가 나타난 지 2주 이내에 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퇴원할 확률이 더 높았다.

또한 이 치료법은 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발병했을 때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때의 연구 사례는 한정된 대상으로만 실시되었으며, 위약 통제 실험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단점을 지닌다.

코로나19에 대한 회복기 혈장 실험 추진은 미국이 처음은 아니다. 코로나19가 제일 먼저 유행한 중국에서는 지난 2월 초부터 회복기 혈장을 이용한 여러 연구가 시도됐다. 중국 저장대학 연구진은 코로나19의 중증 환자 13명에 대해 회복기 혈장을 투입한 결과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의 경우 호전 상태를 보이다가 다시 상태가 악화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추가 수단 확보

중국생물기술유한공사 소속 연구진의 연구 결과도 출판전 논문 형식으로 공개됐다. 이들은 코로나19 중증 환자 10명에게 회복기 혈장을 투여한 결과 최종적으로 모두 치료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실험에서는 혈장 투여 이후 환자들의 염증 수치는 줄어들고 면역계를 구성하는 림프구 수치는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탈리아 다음으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스페인(3월 29일 오전 기준)에서는 혈장유래 의약품 전문기업 그리폴스 사가 FDA 등 미국의 보건 관련 기관들과 공식 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에 개발에 나섰다.

이에 따라 그리폴스 사는 미국의 혈장기증센터에서 얻은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해 과다면역 글로불린을 생산한 후 전임상 및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그리폴스 사가 미국 기관들과 협약을 체결한 이유는 스페인에서 자체 혈장기증센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완치 환자의 혈장을 이용한 혈장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지난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추경예산 40억 원을 확보해 항체 치료제와 혈장 치료제를 이용한 임상시험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혈장 치료제를 개발하는 이유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백신의 개발에 더해 아주 위중할 경우를 대비해 면역이 떨어지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더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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