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산 강화 식품이 정신질환에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990년대 미국에서 유아의 신경관 결함을 예방하기 위해 출시한 엽산 강화 식품이 초기 성인기 조현병 같은 심각한 정신질환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것.
미국 하버드의대 수련병원인 매서추세츠 종합병원(MGH) 연구진은 임신부 엽산 섭취를 권장하는 보건당국의 지시를 기준으로 전후에 태어난 아동들의 뇌 영상을 비교했다. 그 결과 자궁 내에서의 엽산 노출 증가가 그 이후의 뇌 발달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울러 이러한 뇌 변화는 정신병 발병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학협회 정신과 저널’(JAMA Psychiatry) 3일자에 발표됐다. 관련 동영상
“엽산은 일종의 정신질환 예방백신”
논문 시니어 저자인 하버드의대 부교수 겸 MGH 정신과 전문의인 조수아 로프먼(Joshua Roffman) 박사는 “어린이나 젊은 성인들에게 타격을 주는 자폐증이나 조현병 같은 심각한 정신질환은 치명적이고 만성적이다. 하지만 아직 예방이나 치료법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런 병들은 자궁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염병 예방을 위해 백신을 투여하는 것처럼 정신질환을 막기 위해 임신기간 동안 활용할 수 있는 예방 수단이 필요하다”며 “엽산에 대한 이번 연구 결과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밝혔다.
태아 때 모체가 엽산을 섭취한 자녀와 그렇지 않은 자녀가 자라면서 연령에 따라 나타나는 대뇌 피질 두께 차이 동영상. Credit: Eryilmaz H, Dowling KF, Huntington FC, et al. JAMA Psychiatry
1996년 미국 식약청(FDA)은 국민들이 많이 소비하는 빵과 밀가루, 옥수수, 쌀과 파스타에 1998년 1월까지 엽산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엽산은 척추가 척수 주위를 완전하게 막지 않아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척추이분증 같은 신경관 장애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관 결함은 임신 전에 생길 수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임신하려는 여성들에게 엽산 보충제 복용이 권장됐다. 더불어 이런 위험을 폭넓게 예방하기 위해 공급되는 식품에 엽산을 강화하는 방식이 고안됐다. 이 같은 조치로 미국 여성들의 혈중 엽산 수치가 빠르게 두 배로 증가했고 척추이분증 발생도 전국적으로 줄어들었다.
한편 임신 중 산모의 영양 결핍은 조현병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최근 장기 관찰 연구에서 태아기의 엽산 섭취가 아동의 자폐증 위험을 50% 가까이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태아기의 엽산 섭취와 정신질환 발병과의 인과관계를 뒷받침하는 생물학적 증거가 포함되지는 않았다.
엽산 강화 정책 전후의 청소년 뇌 영상 비교
연구팀은 이런 증거를 찾기 위해 1996년부터 98년까지 2년에 걸쳐 엽산을 강화하라는 미 정부의 이행명령에 따른 ‘자연 실험’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1993년부터 2001년 사이에 태어난 8세부터 18세 사이의 아동과 청소년들의 뇌 자기공명 영상(MRI)을 검토했다. 한 세트는 MGH에서 임상진료의 일환으로 촬영한 292명의 정상적인 뇌 이미지로 구성됐고, 다른 한 세트는 ‘필라델피아 신경발달 코호트’에 참여한 861명의 어린이 청소년들의 이미지를 가져왔다. 필라델피아 신경발달 연구프로젝트에는 정신질환을 포함한 정신과 증상에 대한 평가도 포함됐다.
엽산은 척추이분증 등 신경관 결함 예방을 위해 임신부들에게 권장됐으나 최근 연구 결과 태아기 때 모체의 엽산 섭취는 자폐증이나 조현병 등 정신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Credit: Pixabay
두 그룹 모두 태아기 엽산 노출 가능성에 따라 분류됐다. 하나는 엽산 강화가 시작된 1996년 7월 1일 이전에 태어난 그룹, 다른 하나는 이행명령이 완료된 1998년 7월 1일 이후에 태어난 그룹 그리고 나머지는 그 중간 2년 사이에 태어나 엽산 노출 정도도 중간으로 예상되는 그룹이었다. 한편 세 번째 이미지 세트는 여러 곳에서 수행한 국립보건원(NIH) 연구 참가자 217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촬영시 나이는 8~18세 사이였으며 엽산 강화 정책이 시행되기 전이었다.
“정신병 위험 감소와 현저하게 관련돼”
MGH와 필라델피아 코호트의 영상에서 엽산 강화 정책의 완전 시행 이후에 태어난 청소년들은 이 정책 시행 이전에 태어난 참가자들에 비해 대뇌 피질 성숙 패턴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이후 태어난 청소년들의 두뇌 조직은 현저하게 두꺼워지고 조현병과 관련된 영역의 대뇌 피질은 얇아짐이 지연되는 특징을 보였다. 정책 시행기간에 태어난 청소년들의 피질 두께는 두 그룹의 중간 정도였다.
학령기 아동의 대뇌 피질이 얇아지는 것은 뇌 성숙의 정상적인 과정으로 아마도 뉴런 사이의 불필요한 연결을 제거하는 과정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이전의 연구들은 조기에 가속적으로 피질이 얇아지는 것은 자폐증 및 정신병 증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필라델피아 코호트로부터 얻은 정신과적 증상 자료에 따르면 엽산 강화 시행 이후 탄생한 청소년들에게서 보여지는 피질의 얇아짐 지연(delayed cortical thinning)은 정신병 위험의 감소와 현저하게 관련이 있었다. 엽산 강화에 노출되지 않은 NIH 코호트 이미지들은 다른 두 그룹의 엽산 노출 참가자들에게서 나타나는 피질 얇아짐 지연과 관련한 아무런 증거도 없었다. 이는 태아기 엽산 노출과 피질 얇아짐 지연과의 관계를 나타내 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많은 곡물 식품에 엽산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임신부는 하루에 0.4밀리그램의 엽산을 더 섭취하도록 권장하며, 대체로 시민들이 일반적인 섭취량의 53%는 식품으로, 35%는 보충제로 섭취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엽산은 비타민의 일종인 비타민B9으로 녹황색 채소와 간, 랜틸콩 등에 많이 들어있다. Credit: Wikimedia Commons / Scott Bauer
“엽산 강화 미실시 국가, 적극 시행 필요”
로프먼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태아기 엽산 강화 노출이 피질 발달에서의 변화 및 정신병 스펙트럼 증상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지만, 엽산 노출이 직접 조현병 위험 감소와 연결되지는 않는다”며 “그 이유는 조현병의 전형적인 발병 연령이 20대 초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소년기의 정신병적 증상들이 조현병과 같은 연속체에 속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조현병 예방에도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참가자는 양극성 장애나 우울증 같은 여러 정신질환의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연령대에 접근하고 있다. 태아기 때의 엽산 노출이 이런 질환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큰 관심을 모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래의 연구에서는 실제 산모의 엽산 수치가 출산한 태아의 뇌 발달과 그 뒤에 이어질 수도 있는 심각한 정신질환 위험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프먼 박사에 따르면 현재 세계 81개국이 식품에 엽산을 강화하고 있으나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그런 혜택을 받지 못 하고 있다. 그는 “결론적으로 태아기의 엽산이 척추이분증 예방은 물론 뇌 건강에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는 증명은 아직도 엽산 강화 정책을 채택하지 않은 국가들이 이를 시행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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