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둘러싼 대기는 생명체가 생존하는 데 있어 필수적 조건이지만, 우주를 관측하는 작업에 있어서는 엄청난 방해요소다. 빛이 대기를 통과할 때 빛이 흔들리도록 방해를 하므로 천체의 모습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망원경이 바로 ‘우주망원경’이다. 우주망원경이란 지상이 아닌 우주 공간에 인공위성처럼 망원경을 띄워 천체를 관측하는 방식의 망원경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는 지난 1990년에 발사된 허블(Hubble) 망원경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관측의 선명도에 있어서 지상의 그 어떤 망원경보다도 뛰어난 방식이 우주망원경이지만, 제작비용 및 발사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이다. 또한, 고장이 났을 때 수리를 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도 우주망원경이 가진 단점으로 꼽힌다.
미국과 캐나다의 천문학자들은 이런 우주망원경이 가진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우주망원경을 개발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았다. 그 결과 발사 비용은 기존 우주망원경의 0.1%도 안 되면서 관측 선명도는 근접한 수준의 우주망원경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바로 ‘슈퍼비트(superBIT)’ 우주관측 시스템이다.
거대한 헬륨 풍선에 매달린 천체망원경
슈퍼비트는 거대한 헬륨 풍선에 매달린 채 행성이나 은하를 관측할 수 있는 우주망원경과 부속품의 세트를 의미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캐나다 우주국(CSA)의 천문학자들로 구성된 합동연구진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거대한 풍선’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만큼 헬륨 풍선의 크기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거대하기 때문이다. 풍선이 일정한 고도로 올라가면 완전히 펼쳐지게 되는데, 그때의 풍선 크기가 자그마치 축구경기장에 맞먹는 53만 2,000㎥에 달한다는 것이 공동연구진의 설명이다.
지상에서의 슈퍼비트 크기는 얇고 가벼운 소재로 만든 풍선이기 때문에 헬륨을 빼면 일반적인 옷감처럼 차곡차곡 접어서 보관할 수 있다. 따라서 보관 장소가 아무리 협소해도 충분히 수납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헬륨이 풍선에 주입되어 뜨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망원경을 매단 채 풍선이 대기권의 99% 정도 높이에 해당하는 40km 상공까지 오르게 되면 축구경기장 정도 크기의 풍선으로 변하면서 망원경의 관측을 도와주게 된다.

풍선에 달린 채 우주로 날아오르는 망원경은 구경 50cm 정도 크기의 천체 망원경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구경인 2.4m보다는 많이 작지만, 기존의 우주망원경에 비하면 슈퍼비트가 가성비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40km 고도의 높이에서 관측하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대기권의 거의 끝인 이 높이에서는 관측을 방해하는 구름이나 대기가 거의 없어서 슈퍼비트는 매우 선명한 관측을 할 수 있다.
슈퍼비트 풍선은 크기만 큰 것이 아니다. 재질도 기존 열기구에 사용하는 소재와 다른 초고압용 풍선 소재를 사용한다. 일반적인 풍선은 조금만 높이 올라가도 압력에 의해 터지기 때문에 실험용으로는 사용하기 어렵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가 희박해져서 외부 압력이 낮아지므로 풍선 내부가 팽창하며 터지는 것이다.
하지만 슈퍼비트는 NASA가 최근 개발한 초고압용 풍선 소재를 사용하므로 고고도에서도 안정적으로 떠있을 수 있다. 특히 초고압 풍선 속에 충전된 헬륨가스는 다른 기체와 달리 수개월 동안 기존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슈퍼비트가 풍선을 이용하여 관측하는 만큼 로켓을 이용하여 대기권 밖으로 나가는 기존의 우주망원경과는 비용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고고도용 풍선과 천체망원경, 그리고 이를 운용하는 비용이 500만 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이 공동연구진의 설명이다.
저렴한 비용에 관측 선명도는 탁월한 가성비 최고 망원경
NASA와 CSA의 과학자들이 슈퍼비트처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우주를 관측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는 높은 고도에서는 관측을 방해할 구름이나 대기가 거의 없어서 선명하게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수십 억 광년 동안 우주 공간을 이동한 빛이 지구의 대기에 의해 순간적으로 왜곡된다면 학문적으로 볼 때 커다란 손실이다. 따라서 천문학자들은 왜곡되는 요인을 최대한 줄여 있는 그대로의 이미지를 관측하기를 원한다.
현재로서는 기존 우주망원경들보다 관측 환경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기술이 보완될수록 슈퍼비트가 허블우주망원경보다도 더 뛰어난 성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령 현재는 망원경의 구경이 50cm 정도 크기이지만, 앞으로는 3배 정도 확장된 150cm 정도로 관측할 예정이다.

이 정도 크기라면 지상의 그 어떤 천체망원경과 선명도를 비교할 때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관측 선명도는 기존 천체망원경들보다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비용은 훨씬 저렴한 만큼, 풍선망원경이 향후 천체망원경의 발전 모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존의 우주망원경에 비해 슈퍼비트가 경쟁력이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신속한 수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 우주망원경은 한 번 발사하면 수십 년 같은 장비를 써야 하고 고장이 나더라도 기술자를 우주로 보내야 하므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슈퍼비트는 풍선을 조정하여 지상에 착륙시킨 다음에 고장 난 부분을 수리하여 다시 띄우면 그만이기 때문에, 신속하면서도 최신의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슈퍼비트는 오는 2022년 하반기에 발사될 예정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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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8-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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