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개발한 우주망원경 중 가장 크고 강력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발사 3년 만에 엄청난 관측 성과들을 쏟아내며 천문학계의 기존 우주론을 뒤엎고 있다. 우주론을 뒤집은 우주 초기 은하부터 이론을 넘어선 블랙홀, 기존에 찾을 수 없던 외계행성까지 속속 발견냈으며, 앞으로 십수년간 더 지구의 가장 '밝은 눈'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웹 우주망원경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우주망원경이다. 2022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아침 발사돼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지점에서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초기 우주 관측과 은하 형성·진화, 별의 생애, 외계행성 관측 등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으며 특히 적외선 감도가 높아 초기 우주 관측에서 독보적 성과를 내고 있다.
웹 우주망원경을 운영하는 미국 우주망원경연구소(STScl) 손상모 수석연구원은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주망원경의 가장 큰 목표인 초기 우주 은하들에 대한 연구는 인력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자료가 쌓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빅뱅 이후 2억9천만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의 은하를 포착,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전 은하의 기록을 깬 사례다. 137억년 전 별빛이 담긴 이 은하는 기존 우주론이 예측한 우주 초기 은하보다 훨씬 밝아 관측이 가능했으며, 우주 진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음을 시사하는 결과로 평가받았다.
계속되는 관련 성과에 미국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도 이례적으로 2022년에 이어 올해도 '10대 올해의 혁신'으로 웹 망원경을 꼽으며 "가동 몇 달 만에 우주 초기 은하 후보를 예상보다 1천배 많이 관찰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결과들은 초기 우주에 크고 밝은 은하들이 기존 우주론에서 예측하는 것보다 더 많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설명하기 위해 우주론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손 수석연구원은 설명했다
웹 우주망원경은 외계행성의 대기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외계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을 찾는 데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독일 막스 플랑크 천문학 연구소(MPIA) 엘리자베스 매튜스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웹 우주망원경으로 12광년 떨어진 별 주위에 있는 차가운 가스행성을 처음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스형 외계행성은 질량이 목성 6배에 온도는 섭씨 2도 정도로 낮아 지금까지는 관측이 어려웠지만 웹 우주망원경은 고성능 중적외선 관측 장치인 MIRI를 통해 포착했다.
손 수석연구원은 "(웹 망원경이) 외계행성계의 대기 성분을 높은 정밀도로 알아낼 수 있다는 증거가 속속 발표되면서 태양계 내 행성들과 비슷한 대기 성분을 가진 외계행성을 찾는 작업이 활발하다"며 "관측되는 외계행성이 늘면서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조건을 가진 행성이 발견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웹 우주망원경을 이용하기 위한 천문학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우주망원연구소에 따르면 웹 우주망원경 관측 시간을 천문학계에 배정하기 위해 지난 10월까지 진행한 4주기 모집에서는 2천377개 프로젝트가 제안돼 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우주 초기 은하 관측 연구가 19%로 가장 많았고 외계행성 대기 관측과 별 및 항성계 관측이 16%로 뒤를 이었다.
양성철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 초기 만들어진 가장 어린 은하와 최초의 별들에 대한 후속 연구들이 계속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외계행성 분야에서도 태양계 밖에 존재하는 외계행성을 더욱 자세히 분석해 지구와 같은 생명현상이 가능할 것인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연구자들도 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고 있다. 이석영 연세대 교수팀은 웹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초기 우주에서 이론적 한계보다 40배 이상 빠르게 물질을 흡수하고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발견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공개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연구자 최초로 웹 우주망원경 이용 시간을 직접 배정받아 활용하는 사례도 나왔다.
우주망원연구소에 따르면 이정은 서울대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둔 국제공동연구팀은 지난해 10월 5일과 올해 5월 9일 두 차례에 걸쳐 총 11시간가량을 배정받아 별 탄생 영역인 뱀자리 아기별 'EC53'을 관측했다.
웹 망원경은 당초 설계수명이 5년이었지만, 현재는 20년 이상 '현역'으로 활동할 계획으로 더 오랜 기간 우주의 비밀을 풀 전망이다.
손 수석연구원은 "3년간 운영팀이 여러 방안을 통해 관측 효율을 극대화하는 작업을 하며 매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현재 수명 20년이 목표로 별다른 돌발 상황이 없다면 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학계에서는 웹 우주망원경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도 우주망원경을 구축하는 사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천문학계는 한국형 우주망원경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 개발 관련 아이디어를 모은 보고서를 내년 초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양 책임연구원은 "우주망원경 프로젝트는 발사체, 우주망원경 자세제어, 관측기기, 통신 및 데이터센터 등 엄청난 기술력과 인프라가 동원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여러 산업 분야에 최첨단 기술력과 노하우가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4-12-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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