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 대사)
하지만 사랑은 변한다.
깊은 사랑의 달콤함이 어느새 가혹하다 할 만큼 쓴 이별로 변했던 경험을 해 본 사람은 안다. 서로 남이었던 남녀가 호르몬의 특별한 화학작용으로 사랑하는 관계로 바뀌게 된 것처럼 이별 또한 뇌는 사랑이 이별로 변해가는 여러 행동을 명령한다.
그리고 사랑과 이별은 똑같이 흔적을 남긴다. 특히, 이별을 깨닫기 몇 달 전에 연인 사이에서 사용되는 작은 단어에서부터 이별이 임박했음을 알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연인과의 이별은 언어 사용에서도 징후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연인 사이에 ‘불쑥’ 찾아오는 이별의 고통은 지독하다. 하지만 이별이 과연 ‘불쑥’,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별은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적어도 연인 중 한 명은 이별을 계획하면서 모종의 신호를 남겼기 때문이다.
감정의 변화는 언어 사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별을 기준 시점으로 봤을 때 최대 3개월 전부터, 그리고 이별 후 길게는 1년 정도까지 언어 사용에 특이점을 보인다. 특히 ‘I(나)’, ‘We(우리)’ 단어의 사용은 연인의 사랑에서 이별까지의 서사를 보여주는 언어적 표지임이 밝혀졌다.
텍사스 대학 심리학 연구소는 SNS Reddit 사용자 6천8백 명의 게시물을 100만 개 이상 분석해 얻은 이 같은 결과를 지난해 말 국립과학원(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했다.
제1 저자인 사라(Sarah Seraj) 박사는 “Reddit에 이별 소식을 공유한 사용자들의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이별 3개월 전에 그들의 언어가 변하기 시작했고, 이별 후 약 6개월까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변화 패턴은 이별 당일 최고조에 달했고, ‘이별’ 외에 다른 주제로 대화 및 토론할 때에도 언어 변화 현상은 최대 6개월가량 유지됐다.
이별 전후 Reddit 사용자의 언어 패턴 변화 ⓒPNAS
(※ 0주차는 Reddit 사용자가 자신의 이별을 공개한 시점. 붉은색 선에는 이별에 관계된 포스트를 포함하고 있으며, 파란색 선은 모든 비 관계 게시물임)
이별은 복잡한 사회적, 인지적 과정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별 전·후에 사용하는 언어에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UT Austin 연구진들은 이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이별 게시물 전후 1년 이내의 게시물, 그중에서도 25단어 이상을 기록한 게시물에 대해 텍스트 분석을 수행했다. LIWC(Linguistic Inquiry and Word Count)를 활용한 텍스트 분석은 다양한 언어 차원의 단어를 백분율로 계산하여 언어 샘플의 감정적, 인지적, 구조적 구성 요소를 분석하는 데 유용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결과를 보면 전치사, 관사, 대명사 등 기능어의 사용에 변화가 나타났으며, 특히 ‘나’, ‘우리’라는 단어가 급증한 징후를 발견했다.
세라 박사는 “이 같은 패턴은 인지 과부하의 신호이다.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작업하는 순간 점점 자기중심적으로 되는데, 이별의 순간이 이와 유사한 뇌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이별 전에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사고 패턴이 언어에 나타난다. 하지만 이별은 이러한 인지적 균형을 방해해서, 심지어는 이별을 인지하기도 전에 연인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분석적 사고가 떨어진다.
반면, 이별한 후에는 새로운 삶에 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인지처리 단어의 사용이 급증한다. 개인차는 있지만, 평균 6개월 안팎이면 이별 전의 언어 패턴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이유다.
이별(진한 빨간색), 이혼(연한 빨간색), 요리(회색, 비교군) 및 기타 정서적 변화(파란색)에 따른 언어 패턴 ⓒPNAS
이별하게 되면 흔히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연구진은 내면에 초점을 둔 심리·정신적 행위를 추적하는 방법으로 1인칭 단수 대명사, 또는 ‘I(나)’ 단어의 사용 빈도에 초점을 두고 Reddit 게시물을 분석했다. 실제로 대화 및 글에 ‘I(나)’ 단어 사용의 비중이 높은 것은 부정적인 정서, 심리적 고통, 감정적 격변과 유관하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이별 전-중-후 단계에 ‘I(나)’ 단어 사용을 살펴보면 전체 이별 과정 동안 자기 집중 및 이별 적응 문제를 추적할 수 있다. 다만 과거 관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주 ‘I(나)’ 단어를 사용하는데 이별 후에도 이러한 패턴이 지속된다면 이별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편, 연구진은 ‘We(우리)’라는 일인칭 복수 대명사의 사용에도 주목했다.
‘We(우리)’ 단어는 연인으로서 공유된 정체성을 언급할 때 주로 사용된다. 따라서 관계 지속 의도 및 문제 해결 행동에 대한 정보, 긍정적인 관계 결과와 대응된다. 하지만 Reddit 사용자의 게시물 분석 결과, 긍정적 관계가 급하강하는 이별 상황에서는 ‘We(우리)’ 단어 사용이 관계 정체성의 방황을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직 상호의존적 관계에서 분리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하고, 이별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연인 간의 공유된 정체성을 참조하여 이 단어 사용을 늘리기도 한다.
따라서 이별 직후에는 평소보다 ‘We(우리)’ 단어 사용이 급증하지만, 이별 후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덜 사용하게 된다.
이 연구의 공동저자인 케이트 블랙번(Kate Blackburn) UT Austin 심리학 박사는 “이 연구는 사랑하는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낭만적인 관계가 서서히 끝나고, 결국 이별을 경험하는 방식과 반응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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