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별을 최대한 빠르고 건강하게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
“세상에 혼자라 느낄 테지, 그 마음 형도 다 알아 짜샤... 사람을 믿었고 사람을 잃어버린 자, 어찌 너뿐이랴” (그룹 노라조 ‘형’ 가사 중)
어느 순간부터 서로의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서로 무관심해지며, 늘 다투기만 한다. 혹은 관계가 일방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이들의 관계가 어긋나고 가슴에 상처가 쌓이는 데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 수 있지만 안 맞는 사람들은 결국에는 이별이라는 결과가 반드시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러한 관계의 끝을 알리는 신호탄을 본인 스스로 이미 자각할 수도 있다. 물론 상대방은 이를 예상하고 있었을 수도 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즉, 떠난 사람은 남겨진 사람과 이별을 다르게 느끼거나, 커플이 서로 상의하에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할 때에도 서로가 느끼는 감정은 매우 다를 수 있다.
한 가지 공통점을 들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관계의 끝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도리스 울프(Doris Wolf)는 파트너 혹은 남녀 사이의 이별은 단순히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 이상의 의미로 인생의 설계 전체가 실패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이토록 힘들고 어려운 이별을 최대한 빠르고 건강하게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이별을 경험할 때 어떠한 과정이 일어나는지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실연한 사람들의 뇌에는 공통적인 신경전달물질이 활성화된다
미국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실연당한 학생들의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기능 자기공명영상 장치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들에게 실연을 안겨준 사람들의 사진과 낯선 사람들의 사진을 번갈아 보면서 뇌 영상을 찍었는데, 실연당한 학생들의 뇌에서는 사랑이 시작됐을 때나 진행할 때 나타나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코르티솔 등 신경전달물질이 다시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갑자기 분비되는 데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먼저 도파민이 분비되는 이유는 사랑에 빠졌을 때의 행복감을 기억하는 뇌에 실연 감정이 떠올려지며 상실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결핍된 사랑을 더욱 갈망하게 되며 도파민이 분비된다. 즉, 과거 경험으로 인해서 쾌락 중추가 자극되지만, 상대방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집착이 강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내 뇌는 ‘이 상황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감지한다. 이 순간 분노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이 급격히 분비된다. 참가자들의 가슴이 뛰고 혈압이 올라가며 분노가 폭발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의 무한 반복을 겪게 된다. 이내 몸은 앓아눕게 되는데 이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 때문이다.
이별을 경험했을 때에도 이와 비슷한 단계가 이어진다. 심리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별을 4단계로 나누어서 구분하는데, 사람마다 개인차는 있지만 대부분 위 4단계를 반드시 경험한다고 한다.
이별의 네 단계 ‘4단계 모델’
이별 초기에는 충격과 불신에 빠지게 되며 상대방을 되찾으려는 노력 그리고 이에 대한 다소 당황스러운 시도가 이어진다. 이후 슬픔, 절망, 죄책감, 괴로움, 격렬한 분노의 감정적 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울프는 이 모든 단계가 매우 큰 혼돈이지만 대부분 네 가지 단계로 잘 구분되는 일종의 ‘질서가 있는 혼돈’이라고 말한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4단계 모델’이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다고 주장하지만, 울프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위 4단계 모델은 결국에는 끝날 과정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당사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자신의 진료실에서는 이 모델이 매우 효과가 있다고 덧붙인다. 울프는 이러한 모델을 이해하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정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특정 단계에 갇혀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이를 깨닫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4단계 모델’에 따르면 이별의 네 단계는 부정, 감정의 분출, 새로운 방향성 찾기, 미래로 향하는 관점 등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각 단계는 고유한 감정선이 지배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는 ‘거부’ 단계로, 이 단계에서는 상대방 없이는 못 산다고 생각하는 감정이 당신을 지배한다. 당신은 상대방에게 계속 전화할 것이며 이번엔 다를 거라고 약속하곤 한다. 더 다정하고 사랑스러워지려 노력하며 옛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이는 기본적으로 무력감과 통제력에 대한 상실 때문이다. 울프는 무력감에 대해서 위험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현실이라고 설명한다. 울프는 이 단계에서 헤어 나오기 위하여 하루빨리 전 애인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은 모두 버리라고 조언한다. 울프는 상대방의 흔적만 보더라도 절망감에 빠질 수 있기에 이별을 상기시키는 물건을 치우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는 이 단계에서 자신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두 번째 단계는 ‘분출하는 감정’ 단계로 ‘사랑해’, ‘그리워’, ‘미워’라는 3개 단계가 계속해서 지속된다. 그리고 당신의 모든 간청과 부탁, 애원에도 관계 회복이 실패했다면 이제 고통, 외로움, 두려움, 분노, 자괴감, 죄책감을 느낄 때이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실제로 이별은 흔한 일이며 어떤 사람들은 이별을 수도 없이 겪는다. 하지만 이별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별을 극복하기가 정말 어렵고, 이는 우울증과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리치료사 울프는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한 가지 방법은 감정이 왔다가 사라지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한다. 울프는 이 단계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속되기를 기대하는 대신에 현실을 받아들이고 일기를 쓰거나 친구,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과 이야기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등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감정을 견디는 것보다 더 쉬운 마약, 무분별한 성관계, 과도한 업무 등을 택하지만 이는 건강한 방법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감정을 견디는 것은 매우 힘들다. 얼마나 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까? 울프는 매일 의식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어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고, 삶을 이어나가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삶은 어떻게든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노는 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분노’는 시간이 지나면 어떤 경우라도 결국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매우 중요한 신호이다. 화가 나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더 이상 무력감을 느끼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노는 다음 단계로 가는 원동력이 된다. 물론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분노는 건강한 표출 그리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분출이 뒷받침된 분노이다.
세 번째 단계는 ‘새로운 방향성 설립’ 단계로, ‘어쩌면 당신 없이도 계속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감정을 느끼는 단계라고 한다. 어느 순간이 지나면 갑자기 인생은 계속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보통 이 단계에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매우 소중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연애를 하는 동안 얼마나 소홀히 했는지 깨닫기 시작한다고 한다. 처음 두 단계에서는 상실한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이 계속 진행되었다면, 세 번째 단계에서는 분노를 통해 자신에게 다시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울프에 따르면 이 단계에서는 심지어 사별 등의 이유로 이별을 했을 때에도 이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관계에 뛰어들기 시작한다. 울프는 이 시기에 새로운 관계를 찾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경고한다. 이제야 헤어진 이유를 파악하기 시작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너무 빨리 다시 사랑에 빠지면 새로운 파트너와 같은 실수를 반복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계는 ‘미래의 관점’ 단계로 ‘상대방이 있어서 좋았고, 떠나서 좋다’는 감정을 느끼는 단계이다. 울프는 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별은 내게 일어날 수 있었던 최고의 일이었다고 평가한다고 한다. 이 단계에 도달하기까지 슬픔, 분노, 수용, 그리고 헤어진 관계에 대한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그 모든 감정은 과거의 일일뿐이다. 그리고 오래된 관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골절처럼 느껴지더라도 지금 단계야말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실연의 아픔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이를 바탕으로 실연의 아픔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일기를 쓰는 것이다. 이는 이별의 두 번째 단계에서 벌어지는 일로 전문가들은 이 단계가 현실을 직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하루 20분 정도 자신의 슬픔과 분노 그리고 불안에 대해서 일기를 쓰는 것이 좋다.
두 번째로 불안감을 해소하고 도파민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 행복한 음악을 듣는 것을 들 수 있다. 행복한 느낌의 음악은 실제로 도파민의 증폭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이별 음악이나 슬픈 음악은 이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단계 및 방향성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그동안 그들이 살아온 방식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를 통해서 세 번째 이별 단계에서 네 번째 이별 단계로 가는 과정이 보다 빨라질 수 있다.
- 김민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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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6-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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