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제1, 2차 오일쇼크 사태에 이어 다시 한 번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의존하던 유럽 경제의 취약성은 화석연료에 종속된 국가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죠.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의 화석연료는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어 고갈은 기정화된 사실이고,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은 국가의 성장과 경제 발전에 족쇄가 될 것이 자명합니다. 때문에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죠. 그래서 세계 여러 국가들은 다시 원자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에너지는 24시간 생산이 가능하고, 경제적이며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지 않는 미래에너지입니다. 다만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같은 원전 사고나 방사성 폐기물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는데요.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차세대 원자력’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SMR, MSR 등이 대표적이죠. SMR은 기존 대형 원전의 원자로,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전기 출력 300MW 안팎의 소형 원자로로 대형 원전 대비 뛰어난 안전성과 경제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MSR은 핵연료 물질을 용융염에 공융시켜 핵연료와 냉각재를 일체화함으로써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환경으로 누출되는 중대사고를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 있습니다. 사고의 위험 없는 원자력에너지? 그야말로 미래의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죠.
이에 우리 정부에서도 원전 사업을 국제적인 경제 동력으로 이끌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028년까지 세계 최고수준의 안전성, 경제성, 유연성을 확보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갖는 한국형 혁신 SMR을 독자모델로 개발해 글로벌 소형원자로 시장을 선점할 계획도 수립했죠. 이를 위해 민관합동으로 2025년까지 핵심기술 개발, 설계를 마무리할 예정이며 주요 원전기업, 출연연 등 산학연 공동으로 핵심기술을 개발할 예정인데요. 이번 꿰어야 보배 11월호에서는 에너지 위기 극복의 게임체인저, 차세대 원자력을 이끌어 가는 출연연의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2021년 7월,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방글라데시 연구용원자로 개조사업 최종 수주에 성공했는데요. 우리나라는 방글라데시 연구용원자로 계측제어계통 일괄 개조사업을 수주함으로써 2009년 요르단 연구용원자로 건설사업 수주, 그리스·태국·말레이시아·네덜란드 기술 수출에 이어 6번째 연구용 원자로 분야 기술 수출실적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원자력연은 방글라데시 연구로 개선사업 참여를 위해 타당성 및 요건서 검토, 예비기술·가격 제안서 제공 등 방글라데시 측과 꾸준히 협력해 왔으며, 이번 수주 성공은 이러한 양국간 긴밀한 협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4월에는 원자력과 선박‧해양플랜트 각 분야를 대표하는 두 정부출연연구기관이 탄소배출 제로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활용하여, 해양 탄소중립 구현에 나섰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선박‧해양플랜트 적용을 위한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개발 및 공동연구”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인데요.
양 기관이 개발에 나설 용융염원자로(MSR)는 소형화된 원자로로 선박에의 적용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외부 노출 시 액체 핵연료가 고체화돼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또한, 핵연료의 사용주기가 30년 이상으로 선박에 탑재 후 교체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죠. 이 밖에도 고효율 전력은 물론 수소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어, 선박‧해양 플랜트에 적용된다면 해양에서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모아집니다.
그리고 올해 7월,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화학연구실 배상은 박사 연구팀은 연세대 화학공학과 한병찬 교수 연구팀, 서울대-IBS 현택환 교수 연구팀과 함께 ‘바닷물이나 지하수에 녹아있는 방사성 요오드 핵종만을 선택적으로 99.8% 이상 제거하는 재사용 가능 흡착제’를 개발했습니다.
방사성 요오드는 원자력발전소의 우라늄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되며 후쿠시마원전 오염수에도 다량 존재합니다. 그러나 방사성 요오드는 인체에 유해함에도 불구하고 원전 오염수에서 완전하게 제거하기가 불가능했는데요. 이번에 개발한 흡착제를 사용하면 후쿠시마원전 사고 현장에 쌓여있는 수백만 톤의 원전 폐수 내에서도 방사성 요오드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개발 및 공동연구 업무협약서 교환 ⓒ한국원자력연구원
탄소중립의 핵심 대안으로 차세대 에너지원인 소형모듈원전(SMR)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화학연구원 황영규·홍도영 박사 연구팀이 상용 탄소계 흡착제 대비 280배 높은 방사성 요오드 제거 성능 확보를 통해 방사성 요오드가 호흡기로 침투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아주는 표면처리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기존의 MOF는 수분에 취약하고 외부에 습기가 많을 때 제거 성능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한계점이 있었으나 연구팀은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 필터 혹은 방독면 등에 사용 가능한 MOF 화학소재 표면을 특정 화합물로 처리해, 메틸요오드화합물에 대해 고습 환경에서도 매우 높은 제거율로 포획할 수 있는 화학소재를 개발한 것입니다. 또한 이후 후속 연구에서는 비싼 ‘은’을 대신해 활성 물질인 아민류를 이용해 메틸요오드화합물을 더욱 강하게 포획해 세계 최고 수준인 99.999% 이상의 제거 성능을 약 11일 동안 유지한다는 것을 확인했는데요. 이는 기존 상용 활성탄 흡착제 대비 280배 높은 제거량을 기록한 성과입니다.
본 기술은 독성 가스로부터 취약한 산업인력의 안전을 도모하고, 방사성물질 유출에 대한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어 큰 의미가 있는 만큼, 향후 탄소 중립의 핵심 대안인 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의 보급망에 안전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왼쪽부터) 화학연구원 황영규, 홍도영, 차가연 연구팀 ⓒ한국화학연구원
지난 2021년 9월, 한국기계연구원에서는 원자력발전소의 다양한 사고 환경에 맞춰 시험할 수 있는 국내 최고 사양의 ‘원전 설계기준사고 환경모사 시험설비’ 및 ‘원전 중대사고 환경모사 시험설비’를 구축했습니다. 연구팀은 국내 원전기기 검증 및 국산화 선도 경험 그리고 다양한 열유체분야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설계를 적용한 시험설비 개발에 성공한 것입니다.
원전 설계기준사고 환경모사 시험설비는 원전의 대표적인 설계기준사고로 꼽히는 LOCA(Loss of Coolant Accident, 냉각재상실사고), MSLB(Main Steam Line Break, 주증기관파단) 및 HELB(High Energy Line Break, 고에너지배관파단) 등이 발생했을 때 원전 기기의 안전기능을 시험할 수 있는 설비이며, 모사시험 설비는 수소연소를 동반한 사고와 같이 설계기준사고를 초과하는 가혹한 사고를 통칭하는 원전 중대사고 환경에서 기기의 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설비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 관련 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안전한 원자력 에너지 확보 기여가 기대됩니다.
그리고 올해 11월 10일, 한국기계연구원은 수중 원자로 내부구조물 절단 훈련용 원격 가상 시뮬레이터를 개발했습니다. 부산기계기술연구센터 서정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이 시뮬레이터로 작업자는 실제 해체 작업 환경과 유사한 상황에서 수중 레이저·플라스마 절단 모의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실제 해체를 앞둔 고리 1호기 내부구조물 수중 절단 환경을 모방한 설비·재질을 토대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습니다. 또 수중 로봇의 원격 절단 시뮬레이션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절단 구조물의 형상·방사능 등을 고려한 최적의 해체공정 시나리오를 구축해 실제로 수중절단이 수행되는 물리적 환경을 구현했는데요.
기존 국산 시뮬레이터는 원전 해체 작업 때 수중 절단 기기 작동에 관한 내용만 그래픽 위주로 구현해 실제 절단할 때 발생하는 물리적인 현상을 구현하는 데 한계를 보였으나 이번에 개발된 시뮬레이터로는 수중 레이저·플라스마 절단 때 발생하는 절단부 형상을 표현하는 등 원전 해체 작업자의 원격 훈련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한국기계연구원에서는 원전기기의 안전을 위한 연구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원전 해체 가상운전 시뮬레이터 개발 체계도 ⓒ한국기계연구원
지금까지 에너지 위기 극복의 게임체인저, 차세대 원자력을 위한 출연연의 기술성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최근 유럽연합 의회가 원자력발전을 그린 택소노미(녹색 분류체게)에 포함하기로 의결하였으며, 전 세계적으로 전력난 타개와 2050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해 원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가동 원전의 안전성 기술을 첨단화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방사성폐기물을 줄이는 차세대원자로 기술 확보, 냉각기능이 상실돼도 핵연료 건전성이 유지되는 사고저항성핵연료 개발 등 원자력 안전을 최우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 방사성폐기물, 안전 등의 해결돼야 할 문제가 남아있지만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에너지 걱정 없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요? 출연연은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 발전에 기여하는 차세대 원자력 시대를 개척해나가겠습니다.
* 이 글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서 발간하는 ‘꿰어야 보배’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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