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들의 소통 연구를 통해 인간 언어의 진화에 대한 가장 유망한 이론 중 하나가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언어의 진화는 학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수께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해답의 힌트는 몇 년 전 원숭이들이 빠른 주기로 연이어 입을 열고 닫는 신호가 인간이 말을 하는 속도와 같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영국 위릭(Warwick)대 연구팀이 이끄는 협동연구팀은 생물학 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 27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침팬지의 이 같은 ‘입술 마주침(lip-smacks)’ 리듬이 음성과 같은 특징을 나타내며, 언어 진화의 퍼즐을 풀 수 있는 중요한 단계라고 밝혔다. <관련 동영상>
이 연구에는 영국 세인트 앤드류스대와 요크대 연구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세계의 모든 언어와 마찬가지로 원숭이 립-스맥은 이전에 초당 5사이클(5Hz)의 리듬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의 정확한 리듬은 긴팔원숭이의 노래와 오랑우탄의 자음 및 모음과 같은 외침을 포함해 여러 영장류 종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인간과 좀 더 가까운 고릴라와 보노보, 침팬지와 같은 아프리카 유인원에서는 그런 증거가 나타나지 않아 립-스맥 이론의 타당성은 한동안 유보되는 듯 보였다.

침팬지, 평균 언어 리듬으로 ‘립 스맥’ 생성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네 마리의 침팬지 연구를 통해 이 침팬지들도 언어와 같은 리듬으로 입 신호를 생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발견은 5Hz 리듬을 가진 영장류의 입 신호 진화로부터 언어 진화로 이어지는 가장 가능성 높은 언어 진화 경로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이 같은 진화를 증명하면 영장류의 입 신호가 음성 신호로 재생돼 언젠가 언어가 됐다는 것을 입증하게 된다.
지금까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인 아프리카 유인원의 의사소통 신호 리듬에 대해서는 연구된 적이 없다.
연구팀은 침팬지들이 모여서 서로의 털을 손질해 줄 때 내는 립-스맥을 조사한 뒤, 침팬지들이 평균적인 언어 리듬인 4.15Hz로 립-스맥을 생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야생에서 포획한 침팬지 두 마리와 영국 에든버러 동물원 및 독일 라이프지히 동물원에서 수집한 비디오 녹화물 그리고 우간다의 카냐와라와 와이비라 야생 커뮤니티의 기록물에 있는 자료들을 연구에 활용했다.

“속도 빠른 입 신호가 말하기의 뿌리”
워릭대 심리학과 안드리아노 라메이라(Adriano Lameira)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말하기 언어(spoken language)가 다른 영장류나 인류족(hominids)이 사용했고 현재도 사용하고 있는 ‘성분들(ingredients)’을 이용해 우리 조상들의 혈통 안에 결합돼 있음을 증명한다”고 말하고, “이를 통해 지금까지 언어 진화를 둘러싼 많은 과학적 수수께끼가 사라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무지는 부분적으로 유인원 사촌들의 음성 능력과 인지력을 크게 과소평가한 결과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라메이라 박사는 침팬지 집단 사이에는 확연한 리듬의 차이가 존재하며, 이는 자주 유인원들의 속성으로 간주되는 자동적이거나 정형화된 신호가 아님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 대신 인간과 마찬가지로 침팬지가 서로 ‘대화할 때’ 개인차나 사회적 규범 및 환경 요인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
라메이라 박사는 “우리가 계속 탐구를 한다면 분명히 새로운 증거들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는다”며, “정치적, 사회적 힘을 발휘해 이 귀중한 야생 유인원 집단들을 보존해 과학자들이 지속적으로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말을 하는 것과 같은 리듬을 가진 빠른 속도의 입 신호가 침팬지나 오랑우탄 및 다른 원숭이 종에서도 확인됨으로써 말하기는 영장류들의 소통 안에 고대적인 뿌리를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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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5-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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