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도 마스크처럼 코로나 막아준다?

[금요 포커스] 안경 착용자 감염률이 근시율보다 5배 낮아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중의 한 부류가 안경 착용자들이다. 뜨거운 입김으로 안경에 김 서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이들이 가장 많은 편인 영국 사람들의 경우 39%가 바로 안경 때문에 마스크를 쓰기 싫다고 답변했을 정도다.

따라서 안경을 벗고 일하다가 시야가 흐려져 두통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으며, 안경 대신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콘택트렌즈를 끼는 이들도 많다. 또한 티슈를 접어서 코 부분에 덧대거나 주방 세제를 물과 섞어 안경렌즈를 닦으면 김이 서리지 않는다는 나름의 비법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회자되고 있다.

안경을 쓰는 이들은 마스크 착용 시 김 서림 현상으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 근처 쑤이저우 시에 있는 쑤이저우쩡두 병원의 의사들은 지난해 말 환자들의 병원 데이터를 보던 중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들의 경우 유독 안경을 착용한 이들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경 착용과 코로나19 감염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중국 난창대학 제2부속병원 연구진은 올해 1월 27일부터 3월 13일 사이에 코로나19로 쑤이저우쩡두 병원에 입원한 환자 276명의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들을 대상으로 안경을 쓴 이유와 착용 시기, 하루 중 안경 착용 시간, 콘택트렌즈의 착용 여부, 시력교정수술 여부 등에 대한 설문조사도 벌였다. 그 결과 코로나19 입원환자의 약 11% 해당하는 30명만 안경을 착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하루에 8시간 이상 안경을 쓰는 이들은 16명으로서 전체의 5.8%에 불과했다. 나머지 14명은 작은 글씨를 읽을 때 돋보기를 착용하는 이들이었던 것.

안경이 코로나19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까닭

연구진은 이 결과를 일반 인구와 비교하기 위해 1985년 후베이성에서 7~22세 사이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시율 조사 결과를 찾아냈다. 그에 따르면 당시 학생들의 평균 근시율은 31.5%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이 그 연구 결과를 인용한 것은 이번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코로나19 입원환자 276명의 나이 중앙값이 51세였기 때문이다. 1985년에 7~22세였던 학생들은 2020년에 42~57세가 되어 있어 코로나19 입원환자의 평균 연령과 비슷하다.

즉, 5.8%와 31.5%라는 두 수치를 비교해볼 때 근시로 인해 장시간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의 코로나19 감염 확률은 일반인보다 5배가량 낮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 안과학회지(JAMA Ophthalmology)’ 9월 16일 자에 발표됐다.

장시간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들의 코로나19 감염 확률은 일반인보다 5배가량 낮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안경 착용이 왜 코로나19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안경을 쓰면 사람들이 눈을 만지는 것을 막아 바이러스의 감염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눈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들어가는 출입구인 ‘ACE-2’ 수용체가 존재하며, 코로나19 환자들의 눈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마스크와 유사한 방식으로 안경이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는 점막을 줄여주는 장벽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가설은 안경을 쓴 사람들의 경우 오염된 손으로 눈을 비비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5년에 발표된 한 보고서에 의하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1시간 동안 평균 10회 정도 눈이나 코, 입을 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안경을 쓰면 눈을 만지는 행동을 막아 그만큼 바이러스의 감염을 줄일 수 있다는 추정이다.

일부러 쓰지 않던 안경을 착용할 필요 없어

바이러스나 병원균들이 눈, 코, 입의 얼굴 점막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특히 호흡기인 코는 특정 환경의 수용체가 많아 코로나 바이러스의 주요 유입구로 꼽힌다.

하지만 결막염 등의 증상을 지닌 코로나19 환자도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눈을 통해서도 몸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또한 기침이나 열 같은 다른 증상들보다는 드물지만 눈 가려움, 충혈, 결막염, 눈 속의 이물질 느낌 등 눈과 관련된 증상이 코로나19 감염의 징후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특이한 점은 이번 연구의 실험 대상자들 중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이들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연구진은 콘택트렌즈의 착용이 코로나19의 감염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 안경을 쓰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제부터 좀 더 안전하기 위해서는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 걸까. 사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3000만 명 이상의 코로나19 감염 사례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276명의 단일병원 집단에 한정된 연구일 뿐이다.

또한 연구진 역시 일선의 의료 종사자들이 아닌 이상 일부러 고글이나 안경을 착용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고글이나 안경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경우 그로 인해 오히려 얼굴을 더 자주 만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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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박한얼 2020년 9월 22일4:00 오후

    안경 때문에 마스크를 쓰기 싫다고 생각했는데 안경을 쓰면 눈을 덜 만지게 되고 그러면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예방도 되겠네요. 새로운 생각을 해보니 안경쓰고 마스크 쓰는게 불편하게 생각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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